동포문학 13호 최우수상 수상작

올해 장마는 비의 양 보다는 우기가 집중되어 있고 맑은 날에는 폭염이 기승인 특정이 있다. 나는 출근하면 네 시간 정도 혼자 일을 한다. 요즘은 한낮에도 비가 많이 내려 일 하는 사이, 밖에 내리는 비를 보며 그리움에 마음을 잠시 적시곤 했다.  그리움은 외로움이고 추억이다. 여러 가지 빛깔을 가진 그리움은 장마철이면 더욱 마음을 아프게 파고 든다. 

며칠 전, 시댁 쪽 어른 한 분이 돌아가셨다. 나에게는 시 외숙모이다. 시댁과 3키로미터 떨어진 마을에 살고 계셔서 시골을 오가며 많이 들려 나도 잘 아는 분이다. 문방구를 운영하시던 외삼촌 부부, 정이 많으신 외숙모는 우리를 만날 때 마다 늘 펜과 노트 등 문방구중에서 필요한 거 가지고 가라고 정을 주셨고 우리 부부는 방문 때마다 두 분이 받지 않을 용돈을 어디든 숨기느라 눈치싸움을 하곤 하였다. 몇 년 전 시외삼촌도 갑자기 돌아가셨고 그후 외숙모의 건강이 많이 안 좋아지 셔서 울산에 사는 큰 아들네로 이주를 하셨었다. 그 뒤로는 한번도 뵙지 못하고 치매가 좀 있으셔서 요양원에 계신다는 소식만 인편으로 듣던 중이었다. 

시골로 어머님을 뵈러 가면 어머님은 외숙모와의 이야기를 해 주셨다. 유난히 사이 좋은 시누와 올케로 살아 오신 두분, 어머님은 외숙모와 전화 통화를 하는 데 당신을 알아 보지 못하더라면서 속상해 하셨다. 

문상을 가서 입관식을 지켜 보는 데 원래도 말랐던 고인이 더욱 말라 있어서 마음이 좋지 않았다. 내가 그 분의 인생을 다 알지는 못하지만 남편으로부터 들은 일화로 얼마나 고생을 하셨을 까 하는 생각에 마음이 무거워졌다. 

시댁 뿐만 아니라 친정에도 외숙모가 계신다. 외숙모라면 어쩐 지 엄마와 언니 사이 같은 묘한 친근감이 있다. 난 사춘기시절부터 외숙모를 참 잘 따랐고 요리 중에 몇가지는 지금도 마음 속에 남아 있어 종종 외우곤 한다. 나의 외숙모도 시집을 와서 고생을 많이 하셨다. 한국에서 외숙모를 재회하면서 챙겨 드리느라 했지만 죄송한 만큼 너무 소소한 거라 늘 마음이 걸렸었다. 나의 외삼촌도 갑자기 뇌출혈도 몇 년 전 돌아가시고 외숙모는 지인 소개로 재가를 하셨다. 요즘은 통 소식을 모르고 있어 답답하던 차에, 시외숙모님의 사망소식은 더욱 슬프게 다가 왔고 친정 외숙모생각이 더욱 많이 났다.

40대중반부터일까, 주변에 세상을 하직하는 사망소식이 자주 들려 오고 나도 문상 가는 일이 많아졌다. 세상은 그렇게 윗 세대가 세상을 하직하고 새로운 세대가 다시 그 자리를 메우면서 그렇게 살아지는 건데 문상 가는 일은 늘 낯설고 마음이 힘든 일이다. 

십 년이라는 세월 동안 아버지, 외삼촌, 사촌오빠, 시외삼촌부부 그리고 또 다른 분들, 너무나도 소중한 인연들과 작별을 했다. 그런데 생각해 보니, 임종을 지켰던 적은 한번도 없다. 나를 이 세상에 보내준 아버지의 임종도 못 봤다. 그런 사실이 나를 더 아프게 하기도 했다. 세상에 태어 나면서 맺었던 인연은 그렇게 어딘 가 훌쩍 떠나 듯이, 어디론가 증발해 버린 듯이 그렇게 보이지 않는 곳으로 갔다. 

송연옥 : 1973년 중국 흑룡강성 출생, 흑룡강조선족작가협회 회원, 중국 조선족 북방문단 제1회 흑토문학상 수상, 흑룡강신문 산동지사에 근무. 2017년 한국 설원문학상, KBS방송 한민족방송 우수상 다수 수상,  2019중국”효사랑”글짓기공모 특별상 수상, 현재 재한동포문인협회 이사,
송연옥 : 1973년 중국 흑룡강성 출생, 흑룡강조선족작가협회 회원, 중국 조선족 북방문단 제1회 흑토문학상 수상, 흑룡강신문 산동지사에 근무. 2017년 한국 설원문학상, KBS방송 한민족방송 우수상 다수 수상,  2019중국”효사랑”글짓기공모 특별상 수상, 현재 재한동포문인협회 이사,

사람은 누구나 태어나서부터 죽음으로 향해 간다. 출생은 인생의 시작이고 죽음은 인생의 끝이다. 당연한 이 과정을 내 자신이 청춘일 때는 잘 모른다. 그러다 중년쯤 되어 내 주위에 소중한 인연들이 나에게 영원한 작별을 고할 때 비로소 다시 명확해진다. 인생 전체 기간을 돌아 보면 되는 일 보다 안 되는 일이 더 많고 많은 순간은 아픔과 고독을 같이 하지만 우리는 이 생에 많은 미련을 가지고 있다. 그것은 아마도 내 노력이 세월속에서 더 좋은 결과를 가져다 주지 않을 까 하는 희망때문일지도 모른다. 

최근 몇 년 간 우울증이 찾아 왔다. 갱년기를 맞이하면서 부터다. 처음으로 겪는 심신의 변화에 너무 당황하고 놀랍고 억울하고 만감이 교차했다. 나도 이제 또 다른 인생의 시작점을 향해 가는 데 마음은 그런 신체의 노화속도를 못 따라 가는 듯해 신체와 마음이 싸우면서 우울해 지는 듯했다. 이 것 또한 인생의 한 과정인데 그러한 사실을 받아 들이기까지 2년이 넘는 시간이 흘렀다. 요즘에는 진취적으로 살고 싶어서 늦게 나마 운전면허증 취득도 도전하고 이런 저런 목표를 재 설정하고 노력을 하려고 한다. 

인생은 그냥 살아 지는 게 아니고 살아 내는 거니까. 나의 인생을 더 밝게 살기 위해서는 내가 노력하는 수 밖에 다른 방법이 없으니까. 

고인과의 제일 좋은 작별을 그분을 추모하고 기억하는 것이다. 비록 이제 볼 수는 없지만 그분과의 추억은 늘 나에게 생생하게 살아 있는 거니까. 

올해 장마도 이제 곧 끝날 듯 하다. 장마가 휩쓸고 간 텃밭을 다시 정비하여 가을 대비를 하듯이 내 인생도 새로운 준비와 도전을 해야 할 듯 싶다. 
내년 장마가 오면 나는 또 누군가가 그리울 것이다. 

   2022. 7.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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