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 최대 도매시장 건립 40주년 맞은 중국 이우시 방문 르포 -

세계 최장 화물 노선의 시발역인 이우 화물철도역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은 권기식 회장
세계 최장 화물 노선의 시발역인 이우 화물철도역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은 권기식 회장

중국 이우시는 중국과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강소(强小) 경제도시이다. 인구 규모는 260만명이지만 세계 최대의 소상품 도매시장이 있고, 소상품 생산 시설들이 있다. 세계 소상품의 30%를 생산하고 수출한다. 그래서 이우시의 별칭이 '세계 소상품 시장의 수도'이다.

필자는 지난달 27~29일 이우시 인민정부의 공식 초청을 받아 이우시를 방문했다. 이우시는 지난달 25일 이우 도매시장 건립 40주년을 맞아 필자(한국)와 씨에 이(Xie Yi) CP그룹 부회장(태국), 거트 요하네스 그로블러(Gert Johannes Grobler) 전 남아아프리카공화국 주(駐)일본 대사(남아공), 메이유 무린다비기(Meilleur Murindabigwi) IGIHE기업 대표(르완다) 등 4명을 해외자문위원으로 위촉했다. 해외자문위원 중 필자만 중국에 있기 때문에 이번에 직접 방문하는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

27일 오후 베이징 서우두(首都) 공항을 떠나 2시간여의 비행 끝에 항저우(杭州) 공항에 도착했다. 공항 귀빈실에서 마중나온 왕웨이 이우시 부시장과 정찌융(鄭繼永) 푸단대 조선한국연구소장 등과 반갑게 해후한 뒤 이우시로 이동했다. 항저우에서 이우시의 거리는 차량으로 1시간 30분 정도 걸렸다. 항저우에서 고속철도로는 30분 거리라고 한다. 이우시의 지리적인 이점을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이우는 저장(浙江)성 성도인 항저우와 120km, 상하이(上海)와는 260km 정도 거리에 있다. 중국 경제의 심장부 한 가운데 있는 도시인 것이다.

이우에 도착해 샹그릴라호텔에 여장을 푸는 데 왕 부시장이 2박3일간의 전 일정을 필자와 함께하겠다며 호텔 옆방을 빌렸다고 했다. 해외자문위원에 대한 예우이기도 하겠지만 필자와 이어온 지난 10여년간의 우정을 중국식으로 표현한 것이리라. 그는 베이징대를 졸업한 뒤 외교부에 들어가 한반도 문제에 가장 정통한 중국 외교관 중 한명이다. 한국어를 한국인 보다 더 잘하고, 한국의 역사와 문화에 대한 이해가 높다. 왕 부시장이 이우시 일정을 함께 하는 것은 이우시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한국과의 구체적인 협력방안을 깊이있게 토론할 수 있는 기회이기에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이우 도매시장 건립 40주년 기념 조형물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은 왕웨이 이우시 부시장(왼쪽)과 권기식 회장
이우 도매시장 건립 40주년 기념 조형물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은 왕웨이 이우시 부시장(왼쪽)과 권기식 회장

28일 오전 이우시 도매시장을 방문했다. 이우 도매시장은 지난 1982년 개설한 이래 8차례에 걸친 시장 확장을 거쳐 전체 면적 260만평에 7만6천개의 점포가 자리잡고 있다. "이우에서는 주문만 하면 탱크도 만들어준다"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만큼 이우는 다양한 소상품의 생산과 수출 시설들을 갖추고 있다. 한국으로 수입되는 중국 소상품의 80~90%가 이우시에서 거래되는 것이다. 세계 크리스마스 용품의 80%, 월드컵 용품의 70%가 이우에서 공급된다. 한국의 다이소에서 흔히 보게되는 상품의 대다수도 이우시에서 온다. 또한 이커머스를 통해 거래되는 상품의 대부분도 이우시를 통해 거래된다. 우리의 일상생활에 필요한 물품의 대부분이 이우산(産)이라는 뜻이다.

이우가 지금과 같은 세계적인 무역도시가 된 것은 몇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이우는 농업기반이 취약해 농업으로 도시발전을 이루기 어려운 산업구조를 갖고 있다는 것이다. 둘째, 중국 경제의 핵심도시인 상하이ㆍ항저우와 인접한 지리적 이점이 있다. 셋째,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협력을 바탕으로 소상품 거점도시 육성 프로젝트가 40년간 지속적으로 이어졌다는 점이다.

그 결과 이우는 40년만에 상전벽해(上田碧海)의 기적을 이루어냈다. 궁벽한 어촌이 세계적인 경제도시로 탈바꿈한 선전(深圳)과 같은 길을 걸은 것이다. 그래서 시진핑 중국 주석도 이우를 '무에서 유를 창조하고 돌을 황금으로 만드는(無中有生 点石成金) 도시'라고 극찬했다.

이어 이우의 내륙항으로 불리는 이우 철도 화물역을 방문했다. 이우는 유럽의 주요도시들을 커버하는 철도 물류망을 갖추고 있다. 세계 232개 국가 및 지역과 무역을 하고 있다. 정식 국가로 승인받지 못한 지역도 생활용품은 필요하기 때문에 이우시와 무역거래를 할 수밖에 없다. 

전 세계를 아우르는 무역도시의 핵심 기능은 물류일 수 밖에 없다. 항구가 없는 이우시가 선택한 것은 철도였다. 이우는 철도 내륙항을 만들어 전 세계와 그물망 물류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철도를 통해 가까운 닝보(寧波)항을 연결하고, 유럽의 마드리드까지 13,052km에 이르는 세계 최장 화물열차 노선을 만들었다. 이우의 화물 노선은 17개 노선, 50개 국가, 101개 역을 지난다. 화물 운송량은 올해 12억톤을 초과했다. 이우의 내륙항은 세관을 갖추고 항구와 같은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다.

이같은 성장의 혜택은 이우시 시민들에게 골고루 돌아갔다. 이우시는 중국에서 가장 잘 사는 도시 중 하나가 되었다. 2019년 이우시 국내총생산(GDP)는 1412.1억 위안, 1인당 GDP는 171,796 위안에 이른다. 2019년 기준 중국 도시 중 종합경제경쟁력 6위에 올랐다.

이우는 세계적인 무역도시이기 때문에 늘 해외 바이어들로 북적인다. 필자가 머문 샹그릴라호텔에서도 많은 외국인들을 볼 수 있었다. 그 가운데 한국은 중요한 교역 파트너이다. 지난 1994년 한국의 악세사리 업체들이 진출한 이후 한국인들이 꾸준히 늘어나 현재 약 7천여명의 한국들이 이우 한국상회를 중심으로 한인타운을 형성해 가장 역동적인 외국인으로 인식되고 있다.

왕웨이 부시장(오른쪽)에게 이우시 해외자문위원 위촉장을 받고 기념사진을 찍은 권기식 회장
왕웨이 부시장(오른쪽)에게 이우시 해외자문위원 위촉장을 받고 기념사진을 찍은 권기식 회장

왕웨이 부시장은 한국과의 경제협력에 적극적이다. 그가 대표적인 친한파이기도 하지만 한국과의 경제무역협력이 이우시 발전에 중요한 부분이기 때문이다. 그는 한중 수교 30주년을 기념해 지난 8월 중국내 한국 유학생들을 이우시로 초청했고, 지난 8월 28일에는 전세기를 띄워 한국 기업인 163명을 초청해 특급호텔 격리비용을 시가 부담하는 파격적인 지원을 하기도 했다. 

28일 저녁 샹그릴라호텔 중식당에서 왕 부시장 초청 만찬이 있었다. 왕 부시장은 이날 필자에게 해외자문위원 위촉장을 전달했다. 그와 함께 한중 경제무역협력과 청년교류에 대해 폭넓은 대화를 나누었다. 이우시와 한중도시우호협회가 정례적인 한중 청년기업인 교류를 하자는 데도 합의했다.

이우시는 효자를 도운 의로운 까마귀의 전설있는 도시이다. '의로운 까마귀(義烏)'가 이제는 '황금 까마귀(金烏)'가 된 것이다. 세계로 열린 기회의 도시인 이우시에서 한국 청년들이 성공 신화를 만들어 가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그들을 위한 오작교(烏鵲橋)가 되고 싶다.

필자/권기식 한중도시우호협회장ㆍ중국 이우시 해외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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