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에꽃 

 

긴 밤의 끝은   
베개잇 탄식 하나에도 
삶으로 부서진다

찢긴 아픔 움켜쥐고  
개똥벌레 쫓아 달리던
침체된 시간 
  
야윈 기운만이 
유리벽에 그리움 새겨가는 
인내의 그림자이다  

수천의 포옹이    
냉랭한 한숨에 질려버리듯
차가운 세월은

향기에 입 맞추는 
어즈버, 눈물의 수련이다 

 

지구의 오늘  


칼바람이 
툰드라의 아침에 날아든다는
간이역 메시지…
그 음절사이에 속보가 적히어있다

겨울은  
이변(異變) 토해내는 눈물인가 

아무래도 
약속했던 계절은 
기억 끝 시그널에 겹쳐있지 않다  

혼돈의 출연…
폭설 입에 문 혹한에 약속 
덧대고 섰노라면 

성좌의 공전 
회귀의 기억으로 부활될 것이다 
마스크 낀 아픔조차
그 속에 눈뜨고 있을 것이다

 

겨울 오후


슴슴한 오후다  
소파에 기댄 채로 낮잠 10분  
허공에 윙크 날린다  

햇살이 창문 껴안고   
비스듬하니 바닥에 누워있을 뿐
액자 속 미소는  
고독의 사치 꼬집어본다

커피를 타야지...
장밋빛시간  물들이며 
잃고 얻는 것에  
입귀가 짧은 해를 탓하고 있다 
  
다시 시집을 펼쳐든다
패러다임이  
환승티켓 들었나보다 

 

아침이 오기까지


넘나드는 우주의 섭리가  
토막 난 천정에서  
아리숭함 엿듣느라 숨죽이고 있다
   
새벽 오는 창문이  
아저씨의 네시를 끈으로 동여매놓고
무질서의 별빛에 
어둠 감추어둔다 

칼잡이 순간이 
아침 물어 올리는 참새들 집합이다
시동 거는 허무의 궤도…

소리가 
붐비는 세상 포개 접으면
기다림은 낯 붉어지는 조용함이다

 

추분후


한발씩 뒤로 물러서며 
이별이 준비를 합니다 
섭리와 아쉬움이 생명의 잎새에 
꿈빛 얹어주겠지요 

그리고 우주의 뿌리가 
냉각의 참조치에 
덧칠로 거듭난다면 말이죠

시간은 자유낙하…
그것이 고요를 이름 지어 부르며
인생사 한 페지를 
떡잎에 새겨갈 것입니다

단풍 지는 계절이 
가을 딛고 가는 바람의 주소가 될 때
기다림은 
눈꽃 접는 향기로 얼어버리고

겨울의 수인사… 
동구 밖 허무를 송이송이
꽃피워줄 것입니다, 바람이 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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