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12월20일 화요일
연출: 김경희 작가: 김경순
진행: 이소연, 전춘화

▶ 편지사연.. 1. <엄마 최고> (여, 10대) 12/20 화

왕무개, 중국 길림성 안도현조선족학교5학년1반:왕무개 (권순복 관리)

금요일날이었습니다. 점심 휴식시간에 바로 내 앞에 앉은 강철이는 무슨 책을 진지하게 보고 있었는데 머리를 갸웃하고 골똘히 생각에 잠기기도 하고 키드득키드득 웃기도 했습니다. 나는 호기심에 끌려 그의 등을 가볍게”노크”하며 물었습니다.

(왕무개) 너 무슨 책을 보는 거니?

(강철이) 동화책을 보는데 너무너무 재미있어.

강철이가 새물새물 웃으며 하는 대답이었습니다. 나도 무척 보고 싶은지라 다급히 어디에서 샀는가고 물었더니 신화서점에서 샀다고 알려주는 것이었습니다. 하학 후 나는 저녁을 먹으면서 어머니보고 점심에 강철이가 재미있는 동화책을 보고 있더라며 나도 무척 보고 싶고 또 선생님이 독후감을 쓰는 숙제를 내었으니 내일 사달라고 말했다. 엄마는 손목시계를 보시더니

(엄마) 아직 네 시 반도 안 되었구나. 서점이 다섯 시에 문을 닫으니 지금 가도 되겠구나. 

하시며 비옷을 입고 나가려고 서두르는 것이었습니다.

(왕무개) 엄마, 시간도 긴박하고 밖에 비까지 오는데 내일 사도 되니 가지 마세요.

내가 말리자 어머니께서는

(엄마) 괜찮아, 너희 공부와 관계되는 일이라면 일시라도 지체해서는 안 되지.

하시면서 집문을 나서 자전거를 타고 비속으로 사라졌습니다. 우리 집은 명월진에서 좀 떨어진 룡산촌에 있었는데 서점과의 거리는 약 10여 리나 됩니다. 내가 저녁을 다 먹고 숙제를 하고 있는데 어머니께서 돌아오셨습니다. 그는 얼굴에 흐르는 물도 닦을 념을 안하고 젖은 옷도 벗지 않은 채 먼저 품에서 책을 꺼내서 나한테 보이면서 사온 책이 맞느냐며 물으셨습니다…

나는 눈물이 글썽해서 세수 수건을 가져다 빗물인지 땀인지 막 흘러내리는 엄마의 얼굴을 닦아드렸습니다. 나는 한족입니다. 그런데 조선 글과 말을 너무 좋아해서 조선족학교에 다니는데 학습 성적도 꽤 우수합니다. 이것은 평소에 이름난 깍쟁이지만 나의 학습에 수요되는 용품이라면 일체를 불문하고 한시라도 지체할세라 챙겨주시는 어머니 덕분입니다. 나의 마음속에 어머니는 이 세상에서 제일 최고입니다.

엄마, 나의 최고 엄마, 사랑해요.


▶ 편지사연 2. <피노키오> (여, 10대) /

김지애, 중국 흑룡강성 녕안시 녕안시조선족중학교 고중3학년

12월 달이다. 지겨운 고3 생활을 시작한 지도 어느덧 반년이 훌쩍 넘었고 정신없이 지내온 2022년도 막을 내리고 있다. 12월의 거리에는 이미 랑만적인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물씬 풍겼다. 그러나 매일 반복되는 짜여진 일정 때문인지 아니면 고3 생활에 시달려 무뎌진 감정 때문인지 연인들이 속삭이는 사랑 노래도 그닥 신선하게 들려오진 않았다. 그래도 무미건조한 일상에서 나의 한가지 취미만은 소실되지 않은 것 같아 다행이었다.

그것은 바로 주말마다 찾아오는 드라마 시청 타임이다. 편안히 누워서 드라마를 시청하면 한주일간 쌓였던 피로도 가시고 스트레스도 날리고 그야말로 일석이조이다. 요즘 나는 <피노키오>라는 수목드라마에 빠져 헤여나오지 못하고 있다. 피노키오증후군이란 거짓말만 하면 딸꾹질을 하는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 가상의 인물이다. 드라마 속 피노키오인 그녀는 13년간 헤어졌던 엄마를 만나기 위해 엄마와 동일한 직업인 “기자”의 꿈을 가지게 되었는데 우여곡절 끝에 만난

엄마에게 처참히 외면을 당한다. 설상가상으로 13년 전 자신이 사랑하는 남자의 아버지를 모함하고 살인자의 루명까지 씌운 기자가 바로 엄마라는 사실을 알고 큰 시련을 겪는다. 엄마가 기자라는 신성한 이름으로 한 가정을 사지로 몰았다는 사실을 용납하기 힘들었던 그녀는 끝내 똑같은 기자의 신분으로 엄마의 악행을 폭로한다. 자신을 낳아준 친엄마의 죄를 낱낱이 밝힌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지만 피노키오인 그녀로써는 어쩔 수가 없었다. 결국 극속의 엄마라는 사람은 돈과 명예에 눈이 멀어 자식마저 외면 하고 행복했던 한 가정을 산산 조각낸다. 고작 한 부의 드라마에 불과하지만 진실이 드러나는 순간 난 그야말로 가슴이 뻥 뚫리는 것 같았다.

지금 이 순간도 난 피노키오증후군이 실제로 존재하지 않다는 점이 아쉽기만 하다. 온갖 허위로 물들어있는 현대사회. 그리고 그 비열한 환경에 오염된 사람들. 그 누구도 눈앞의 부패함을 폭로하고 비판하려 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그런 무시무시한 사회에 삿대질하기엔 인간의 힘이 너무나도 미약하기 때문이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다. 난 밤거리에 켜져 있는 수많은 가로등을 발견한다. 그리고 묵묵히 어둠을 밝히는 가로등을 보면서 생각한다. 내가 존재하는 이유는 뭘까?


이소연(李素妍 ) 약력: 

숙대 경제학과 졸업

KBS 공채 3기 아나운서 입사         

현재 프리랜서 아나운서

<TV프로그램>
여성백과 / 토요초대석
누가누가 잘하나
<RADIO 프로그램>
영화음악실 /KBS FM 희망음악
음악과 시/ 오후의 교차로
우리들은 동향인/ 통일열차
종교와 인생/보고싶은 얼굴 그리운 목소리


전춘화(全春花) 약력:

·前 연변대학 외국어학부 영어전임강사

·前 다모 글로벌교육문화 협동조합 이사장

·前 TBS 라디오방송 시청자위원
·現 홍익대학교 국제학생지원실 실장
·現 홍익대학교 상경학부 조교수
·現 한국공자문화센터 홍보부장
·現 공명국제인재개발원 원장
·現 (사) 조각보 이사
·現 공명 한중청년교류협회 지도교수
·現 다가치포럼 운영위원회 위원
·現 한중포커스 신문 자문위원
·現 KBS 한민족방송 행복우체통 고정출연
·現서울외국인주민 및다문화가족 지원협의회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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