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 서울고등법원의 주요 판례중 흥미로운 판례가 있어 이 지면을 빌려 소개하도록 한다(2021나2036814). 이 판례는 약관의 해석과 그 설명 의무에 관하여 일부는 인정하고 배척되면서 원고가 일부 승소하게 된 경우인데 그 내용을 치밀하게 다툰 원고측과 피고측의 공방이 매우 흥미롭다.

사실관계는 이러하다. A라는 자는 피고들과 아파트 공급계약을 체결하였다. 이후 원고는 A라는 자에게서 이 사건 아파트의 분양권을 양수하였다. 피고들은 구 주택법 제64조의 전매제한기간 내 전매금지 규정을 위반하였다는 이유로 이 사건 공급계약상의 해제조항에 따라 계약해제를 통보하였고 위약금 조항에 따라서 위약금을 몰취하였다.

이 사건의 쟁점은 위 전매제한기간 위반행위 자체가 계약해제사유에 해당하는지, 이 사건 해제조항이 불공정한 약관에 해당하는지 또한 이 사건 해제조항이 설명의무의 대상인지 및 나아가 그 의무를 위반하였는지, 이 사건 위약금 조항이 설명의무의 대상인지 및 그 의무를 위반하였는지로서 수많은 쟁점들에 관하여 각 판단이 이루어졌다.

법원의 판단은 이러했다.

먼저 전매제한기간을 위반한 구 건축법 제64조 위반 행위가 계약해제 사유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관하여는 계약서에 명시된 해제조항 중 '기타 주택법 위반 행위' 에 포함된다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피고는 계약서의 내용에 따라서 구 건축법 제64조와는 별개로 약정해제권을 가지게 된다.

그러나 위 공급계약서는 한쪽 당사자가 여러명의 상대방과 계약을 체결하기 위하여 일정한 형식으로 미리 마련한 계약의 내용이었기 때문에 약관규제법의 대상이 되므로 불공정 약관이 아닌지 여부가 문제되었으나, 위 계약의 내용은 수분양자에게 부당하게 불리하지 아니하여 무효라고 볼수 없다고 판단하였다(즉 유효하다).

그렇다면 더 나아가 위 약관의 내용이 설명의무의 대상이 되는지 여부에 관하여는 '중요한' 내용에는 해당하지만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사항' 에 해당하기 떄문에 설명의무의 대상이 되지 않고 결국 설명의무의 위반또한 없었다는것이 법원의 판단이다.

따라서 전매제한기간을 위반한 행위로 피고들이 원고에게 계약해제권을 행사한것은 타당하다고 보았다.

그러나 위약금 조항에 관련하여서는 법원의 판단이 달랐다.

이 사건 위약금 조항은 다른 조항과 마찬가지로 작은글씨의 부동문자로 인쇄되어 있어 약관의 내용에 해당하고, 이 부분에 관하여는 설명의부의 대상이 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왜 이 부분 판단이 달라졌을까?

그 이유는 다른 계약들의 관행에 있었다. 공정거래위원회의 아파트표준공급계약서나 다른 아파트 공급계약서에서는 이 사건과 같은 '기타 주택법 위반행위' 사유를 위약금 부과 대상에서 명시적으로 제외하고 있기도 하기 때문인데 따라서 이와 같은 내용은 '중요한' 내용이면서도 '충분히 예상할 수 없는 사항' 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다. 결국 위 위약금 조항은 설명의무의 대상이 되는데, 위 사건에서는 해당 조항에 관하여 설명의무를 이행하였다고 인정되지 아니하였기에 원고는 피고들이 몰취하였던 계약금 상당 금액을 반환받을 수 있게 되었다.

위 판례를 접하며 변호사로서의 사명감과 직업의식에 관하여 다시한번 느끼게 되었다. 각자의 주장이 치열하게 대립하고, 하나의 사건 안에서도 쟁점에 따라 판단이 달라지면서 일부는 인정되고 일부는 배척되는 것이 소송의 본질이다. 변호사는 그 과정에서 당사자와 협력하여 치열하게 주장하고 입증해야 한다.

물론 당사자에게 이러한 법정싸움은 매우 지치고 힘들면서 불안한 과정임에 분명하다. 가장 좋은것은 어떠한 법정 분쟁도 발생하지 아니하는 것이겠지만 분쟁이 법률적으로 문제되어 송사로까지 발전하는 경우에는 사건에 집중하여 끈질기게 물고 늘어져야 한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법률적인 의사결정 이전에 어떠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지 충분히 검토하고 전문가의 조력을 받아 문제 발생을 사전에 차단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하겠다.

동포 사회의 구성원 또한 앞으로는 점차로 재산권과 관련하여 분쟁이 일어날 소지가 많으나 복잡한 법률적인 사항에 관해 미리 자문을 받아 분쟁 발생의 가능성을 최소화 하는 지혜가 무엇보다도 필요하다고 할 것이다.

저작권자 © 동북아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