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현희 근작 복합상징시 6수

 

이별


하나 둘 떨어져나가는 
멍든 나날들
길바닥에 
어지럽게 숨죽이고 있다

떠나는 그 모습도
가슴 아프게 
나뒹구는 기억 꼬집어보면
바람의 난센스…

울며 가는 메아리도 
풀잎에 이슬로 아롱져 있다

별빛 흐르는 소리도
사막의 신음으로 
선인장 가시에 찔리어있다 

 

수드라의 공간


지나가는 구름… 
흐느끼는 빗소리에 
잠시 멈춰, 창문을 노크 한다

잔 생각 주름잡던 
옛 기억도 
바위산, 지켜주고 있다

우레 우는 시각이
숙녀의 그늘 길들여간다면
비 내리는 계절,

이별 삼켜버린 사랑은
기다림의 꽃이 된다 

반쯤 열린 커튼이 
울 너머 오후를 넘보고 있다

 

공간의 덫


첫 사람으로 
출발선에 선다는 것은
종이 한 장에 옮겨 딛는 
발걸음의 무게이다

어둠 속 
뿜겨 나오는 가로등 불빛
가려진 덮개마다
눈부신 햇빛, 앞을 가리어

주어진 순간을
여백에 탑 쌓아올리고 있다

아주 먼 소망에도
연소되어가는 최후의 미소

종착점까지 
편이역 멜로디는
안개의 눈물 거머 잡는다 

 

살아간다는 것은


알면서 받아야 하는
것들의 메모, 저 하늘 멍들게 한다
볼펜 달리는 이유가
놀빛 사막에 꽂히어있다

1년, 2년, 3년, 거짓말같이 
상처 받는 역병에
고함지르며
색상의 메신저 얹어둠인가

소리 없이 떨리는 순간은
수모의 나날 치유하는 과정일까

떨어져 나가 앉은
불화의 스트레스에 
귀싸대기 날리는 
살이의 궤적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리모컨은 말한다


오후가 
잔에 커피 들고 있다 
지금 뭣 하자는 건가

2호 침대와 4호 침대는 
사못 싸늘해가는 변화과정에 
스님의 삶, 점 찍어둔다 
 
살아간다는 것은
바람의 출몰 엎지를 지도 
모를 일인데
따뜻한 지루함이 물목 가로 막는가

시간의 계곡…
아픔의 극치에 기억 달구어
세월, 조준해가면

꿰맨 콧줄 끌려가듯이
빛은 크게 부어오르고 

가슴 부풀리는 생간땡이 전설이
사막의 미라가 된다 

 

구멍 난 시간


색 바랜 전설 속에 
차 한 잔 남아있는 것은 
나그네 긴 한숨으로
해골의 그림자가 피리 불기 때문이다

길 떠난 
슬픔이 숨죽여 울 때 
여인의 와인향… 
소망의 진실로 잠식되어있다 

주거니 받거니, 사랑의 막창 
싸늘한 불빛마다 아침 스크랩해두면
연둣빛 별탑 기슭엔
날개의 연민 매달려있다 
 
만남은 이별의 갈림길인가 
이정표는 오늘도
오렌지 하늘 불사르고 있다 


 

저작권자 © 동북아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