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철 시인 
김철 시인 

지경돌
ㅡ 김철시인님께

 변창렬 

 

시를 가꾸는 터전에
지경돌이 누워 계신다
서정시와 서사시의 분계선을
하나의 리듬으로 남기신 님

동틀무렵으로 가로를 그으셨다면
샛별전으로 세로를 그으셨다
그 터전에 서정이란 낭만을 심어
앵두 두 개라는 별이 사랑으로 남았다

넓은 이마에 세우신 주름살
살아 오신 지경돌이라면
훤칠한 서사시는 바위로
우리 시단에 지경돌 놓으셨다

반세기 가꾸신 시는
키 크는 후배들의 영양소로
시를 사랑하는 이들의
드팀없는 주춧돌이 된 지경돌

그 돌을 밟으시고
샛별이 떠 있는 하늘에
동이 트는 무렵마다 웃어 주실 분
하늘의 지경돌로 북두칠성이 되시여
잠 못드는 들창가에 빛으로 남으리

 

샛별
ㅡ고 김철시인을 추모하며
신현산 

 

바싹 마른 시를 쓰던
나 초학시절에 
고인이 쓴 시집을 샀었다
샛별전 

91세
백세시대에 아쉬움이여라

별을 쓰고
별로 살다
별이 된 이

민족의
겨레의
영원한 샛별이여

그 별을 향한 눈확들에선
오늘 비가 내리고 있다
그 별을 향한 가슴들에선
지금 눈이 내리고 있다

문학의 강에
높디 높은 돛이 되여
항해의 길을 열어 가던 세월

여린 초짜엔 등불이 되고
무딘 필봉엔 숫돌이 되고
게으른 글쟁이엔 채찍이 되고

바싹 마른 시를 쓰는
나 
오늘 고인이 가는 길을 목송하네
그대는 영원히 지지 않는
乾과
坤의
샛별이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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