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철 시인의 부고를 듣고

사진 중간 김철 시인, 송화호에서 문학창작연구회를 마치고
사진 중간 김철 시인, 송화호에서 문학창작연구회를 마치고

우리 문단의 거성 김철 시인이 돌아가셨다는 비보를 들었다. 나와는 아버지 세대부터 인연이 이어진 특별한 분이라 창연愴然함을 금할 수 없다.

우리 집에서 멀지 않은 곳에서 살고 계셨는데 가끔 아버지를 만나러 오셨고 그러다가 옆집에 사는 총각을 우리 언니에게 소개시켜 줘서 결혼까지 갔다. 형부는 선하고 배려심이 많고 현명하여 언니를 많이 사랑해줬는데 그들을 빨간 실로 이어준 월하노인月下老人이 김철 선생님이었다.

내가 대학교에 다닐 때는 우리 조문학부에 와서 시에 대한 강연도 했고 내가 사회인이 되고서는 문학연구회 같은 데서 자주 만났다. 사모님과 동행해 오실 때도 있었는데 두 분 참 사이 좋은 부부라 사람들의 부러움을 자아냈다.

도라지 잡지사가 주최한 문학창작연구회 기념 사진
도라지 잡지사가 주최한 문학창작연구회 기념 사진

장남인 소설가 김훈의 아내가 나하고는 대학동창이라 그 또한 기이한 인연이었다. 단아하고 현숙한 모습이었는데 우리 학급 여학생들의 리더였다. 

시인으로서의 김철 시인이 문학사에 남을 거장이라면 인간으로서의 김철 선생님은 주위 사람들에게 밝은 기운을 전해주는 멋진 분이었다. 큰 웃음소리와 중저음의 말소리가 지금도 귓전에 울리는 것 같다.

요즘 인연에 대해 많이 생각하고 있는데 돌이켜보니 김철 선생님과는 이런저런 인연으로 겹치고 겹친 참 소중하고 기이한 인연이라는 것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또 하나의 별이 저 하늘에서 지고있다. 하지만 그의 시는 이 세상에, 그의 밝은 모습은 사람들의 마음속에, 그렇게 오래오래 살아있을 것이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

 

고향의 감나무 

김철

열매를 들고 섰는 늙은 감나무

가지가 휘도록 맺힌 그 사랑

 

사랑은 익어서 홍시가 되어도

익지 못한 자식의 떫은 효성

 

어머님 영상인가 휘여진 감나무

죄로운 내 마음에 그늘이 지네…

 

- 시집 『북한 기행』 (문학사상사. 19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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