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한동포문인협회 迪卡詩 분과 [제36호]

 

동행

더불어 사는 세상
업혀 가는 인생

그리고
그 속에 녹아있는 수많은 사연들 

 


 

<시작노트>

김경애 약력 : 재한동포문인협회 회장, 한국문예·한국시사랑문학회 부회장, 재외동포포럼 이사, 중국 애심여성 민족공익발전기금회 이사, 한국문인협회 회원. 중국 제4회 애심여성컵 은상, 한국국보문학 시/수필부문 신인문학상, 동포문학 시 대상, 향촌문학대상, 민족공훈대상, 일본 카라즈컵 가작상 등 수상.
김경애 약력: 재한동포문인협회 회장, 한국문예·한국시사랑문학회 부회장, 재외동포포럼 이사, 중국 애심여성 민족공익발전기금회 이사, 한국문인협회 회원. 중국 제4회 애심여성컵 은상, 한국국보문학 시/수필부문 신인문학상, 동포문학 시 대상, 향촌문학대상, 민족공훈대상, 일본 카라즈컵 가작상 등 수상.

어느 날 이른 아침, 운전하다가 앞차에 오토바이가 실려가고 있는 것을 보았다. 잠깐 이런저런 생각이 들었다.

저 오토바이는 왜 자동차에 실려갈까? 오토바이가 고장난 것일까? 아니면 야근한 남편 마중 나온 아내를 조수석에 앉히고 오토바이를 뒤에 실은 것일까? 아니면 새벽 배달 마치고 퇴근한 아들이 잠에 취해서 실수할까봐 아빠가 출동한 것일까? 아니면 자동차가 실수로 저 오토바이와 충돌해서 오토바이를 공업사에 싣고 가는 것일까?…

꼬리에 꼬리를 무는 궁금증 끝에 자동차와 업혀가는 오토바이처럼 “우리가 사는 세상이 바로 이런 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프거나 멀쩡하거나를 막론하고 서로 의지하고 부족한 것을 메우며 더불어 살아가는 것이 바람직한 삶이 아닌가? 수많은 사연들이 녹아 있는 인생길을 달리다 보면 삐거덕거리는 불협화음도 종종 들리지만 그래도 거시적으로 보면 함께라서 다행이고 함께라서 힘이 되는 그런 세상에서 우리는 살고있지 아니한가?

고로 모든 동행은 아름답다.

 


 

<평설>

이준실 프로필: 재한동포문인협회 회원, 한국디카시인모임 회원.
이준실 프로필: 재한동포문인협회 회원, 한국디카시인모임 회원.

소형 화물차에 오토바이 한대가 실려 갑니다. 이 광경을 보고 시인은 화물차 운전수와 오토바이 주인의 관계를 여러가지로 추측하며 도대체 어떤 상황일까 분석을 하던 끝에 따뜻한 디카시 한 편을 탄생시킵니다. “더불어 가는 세상 / 업혀 가는 인생 // 그리고 / 그 속에 녹아있는 수많은 사연들”, 매섭게 추운 겨울 날씨에 난류 한줄기가 언 가슴에 흘러드는 듯 합니다. 그렇습니다. 어떤 사람들 사이에 어떤 상황이 벌어졌던 간에 이건 분명히 <동행>, 아름다운 <동행>입니다.

마음에 다가오는 디카시를 만나면 늘 지나간 일들이 돌이켜집니다.

몇 년 전에 한국의 유명 사서선생님들한테서 독서활동프로그램에 대해 배울 기회가 있었습니다. 그때 김동헌사서선생님께서 영국의 그림 동화책 작가이자 일러스트레이터인 앤서니 브라운(Anthony Browne)이 중앙아메리카의 과테말라에 전해 내려오는 걱정인형을 소재로 창작한 그림 동화책 <겁쟁이 빌리>로 독서활동을 조직하는 방법을 가르쳐주었습니다. 순서는 먼저 활동 참여자들과 함께 그림 동화책 <겁쟁이 빌리>를 읽고 나서 둘러 앉아 각자 자신의 걱정을 말해보게 하고 걱정 해소에 도움이 되는 조언을 호상 해주면서 준비한 소품으로 인형을 만드는데 종이쪽지에 자신의 걱정거리를 적어서 인형의 몸에 넣게 함으로써 참여자들로 하여금 걱정으로 인한 불안을 해소하도록 하는 목적으로 진행하는 활동이었습니다.

교육을 받고 근무지에 돌아와서 먼저 중2학급의 여학생 여덟 명을 데리고 활동을 시도해 보았습니다. 활동이 각자 자신의 걱정을 말하면서 걱정인형을 만드는 단계에 이르렀을 때였습니다. 아영(가명)이란 애가 갑자기 엉-엉- 울음을 터뜨리면서 “며칠 전 한밤중에 엄마와 한국에 있는 아빠가 영상통화로 크게 다퉜어요. 엄마는 살기 싫다고 주방에서 칼까지 들고... 한밤중에 외할머니가 와서 저와 동생을 데려갔어요....” , “울 엄마 아빠도 한국에서 주말이면 한번 만나는데 만나기만 하면 싸워....”, “아영아 버텨야 해, 버텨! 버틸 수 있어!...” ... 기타 몇 여학생도 자신들의 걱정을 말하고 또 위로해주며 부둥켜 안고 울었고 부모님이 이혼했다는 한 여학생은 말도 없이 옆에서 눈물만 흘렸습니다. 울음바다로 된 상황을 수습하고 활동을 마치고 나니 저의 마음도 울적하고 우려되는 점이 많았습니다. 솔직히 아이들의 걱정과 그들이 겪고 있는 큰 아픔이 어떻게 한차례의 활동을 통해 금방 해결되겠습니까? 사춘기에 처한 예민한 중2의 여학생들이 걱정을 넘어 자신의 아픔을 여러 친구들 앞에서 드러내고 서로 위로해주고 걱정인형을 만들어 걱정이 어느 정도 해소는 되었겠지만 일부 학생들의 프라이버시가 지켜지지 않으면 어쩌나, 활동이 오히려 부작용을 일으킨 건 아닌지 심히 걱정되었습니다. 그래서 이미 귀국한 김동헌선생님께 위챗으로 연락하여 활동진행 상황을 얘기드리면서 우려되는 점을 문의드렸더니 “선생님께서는 고양이를 그리려다 범을 그리셨어요. 독서활동을 집단 심리상담으로 승화시켰습니다. 대방의 상황에 대해 이해 공감하고 상호 믿는 관계 속에서 털어놓은 걱정이나 고민은 영원히 비밀로 지켜질 거라고 믿으셔도 됩니다. 오히려 이런 활동이 인간관계를 돈독하게 하고 우정을 더 깊게 만드는 효력이 있습니다. 혹시 그 몇 학생 중 어떤 학생들이 어른이 된 다음 모종 이유로 관계가 나빠져 대방에 대해 뒷담을 할지는 몰라도 그때면 애들은 이미 성인이 되어 많이 강해져 있을 겁니다.”라고 가슴 뻥 뚫리게 얘기해주는 것이었습니다.

제가 근무하는 학교는 유치원부 소학부 중학부가 통합된 조선족 학교입니다. 유치원에 신입 어린이들이 입학하는 개학 초이면 중학부에서 근무하는 저도 유치원에 가서 가끔씩 업무를 돕군 합니다. 개학 초에는 갓 입학한 영유아들이 환경이 낯설어 울어 보채고 엄마 찾으러 자꾸 문밖으로 나가려 해서 일손이 모자랍니다. 처음에는 낯을 가리면서 안기려고도 하지 않던 애들이 한두 시간 정도 이뻐해주고 놀아주면서 낯이 익으면 주동적으로 다가와 등에 업히기도 하고 무릎에 눕기도 하고 품에 안겨 잠도 듭니다.

사람은 어릴 때일수록 순수하고 믿음의 관계가 쉽게 형성됩니다. 하지만 나이를 먹으면서는 경우가 달라집니다. 우리가 살아온 과거를 뒤돌아 보더라도 성인이 되어가면서 경쟁을 부추기는 우승열패(優勝劣敗)의 냉험한 현실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타인에 대한 경계심이 차츰 생겨나고 외계를 향해 방어의 벽을 치고 살아온 경험이 누구나 있을 것입니다. 그런 환경 속에서 한마음 한뜻인 “동행”을 얻기란 참 쉬운 일이 아니었지요....

요즘 사내 갑질, 군폭, 학폭 등 사태들이 현저히 줄어든 건 사실이지만 일전에도 모 유명 연예기획사 대표가 소속 유명 연예인을 18년 동안 가스라이팅하면서 노동의 대가를 인정해주지 않은 사건이 세간을 들썩였습니다. 때문에 오늘의 디카시 <동행>이 더 절실하게 다가오는 것 같습니다.

칸트는 “인간은 존엄한 존재이며 누구나 존재 자체만으로도 존중을 받아야 한다”고 하였고 헤겔은 “인간은 누구나 인정을 갈구하며 역사상에서 발생한 모든 반란과 혁명은 인정투쟁이다”고 하였습니다.

공감, 이해, 믿음, 존중, 인정... 이런 요소들이 삶에서 사람들을 한마음으로 뭉치게 하고 어떤 험난함도 이겨나가면서 같은 길을 동행하게 합니다. 길은 혼자 가면 빨리 갈수 있을지는 몰라도 함께 가야 오래 갈수 있습니다.

새해에는 우리 저저마다 보다 많은 동행이 생겼으면 좋겠습니다. 그럼 자신 또한 누군가의 동행이 되어줘야겠지요?

훈훈한 계묘년을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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