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37호] 순간 포착과 詩의 절묘한 만남
풀빛 생각/ 박계옥
겹겹이 두른 목도리 풀었다
봄은 아직 태동도 없는데
간절하면 이루어진다고 했던가
삼 년간 얼었던 땅/ 최기건
드디어 풀렸습니다
하지만 되려 살얼음판 걷는 마음
물이 깊지 않아 다행입니다만
집밥 냄새/ 한미나
된장찌개가 끓는다
새벽에 피는 연기 꽃은
엄마 손맛이다
해따라 짙어가는 낡은 그리움
와이파이는 끊겼는데
간이역/ 이해란
주춤하는 사이
성큼 다가선 계절
해가 솟으면 다시
길 떠나야지
인생길/ 김춘자
가름대 하나 넘을 때마다
한 발자국씩 앞으로
돌아보니 고난이 아니고
성장의 흔적들이었다
태양은 언제나 가까이 있었다
애상/ 이초선
감성은 나날이 무디어
허술한 문체가 길옆에 놓여있다
덧칠하면 시가 될까
고백/ 이준실
거칠고 무심한 줄만 알았어
우직하게 그 자리에서
바람막이가 되어준 걸 안 순간
물들기 시작했어
너에게
마중물이었으면, 나도/ 성해동
깊은 속마음을 이끌어 올려주는
고달픈 삶의 목마름을 축여주는
싱긋 눈망울로 당신만 바라보는
바람아, 더 불어다오/ 최춘란
담 넘지 못해 안달하는
기억하고 있지 있었겠지
너를 향해 달려갔던
내 흩날리는 머릿결을
무게/ 김성애
발끝으로 내렸는데
등허리 굽는구나
한 줌의 눈물인지를 모르고
지고 가는 봇짐 하나
버티는 이 겨울이 무겁다
상흔/ 심송화
멍들고 아물며 버텨왔던
고된 시간들
상처 없이 어찌 스며들리
눈부신 저 빛들
몽돌의 삶/ 김동휘
모남과 편견을 버리고
둥글어진 마음들이 모였다
그늘을 걷어낸 삶들이
부드럽게 안겨온다
고백/ 김순자
이젠 알겠니?
내가 그토록 뜸 들인 이유를
신념/ 김경애
오른발이 가는 곳을
왼발이 따라가야 하는 까닭에
신이 생각하는 사랑의 법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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