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한동포문인협회 迪卡詩 분과 [제38호]

           - 순간 포착과 詩의 절묘한 만남

 

최춘란 프로필: 재한동포문인협회 회원, 현재 중국 광동성 거주.
최춘란 프로필: 재한동포문인협회 회원, 현재 중국 광동성 거주.

 

1) 전 상서

 구백구십칠 자 차마 못 쓰고
딱 세 글자 

 


 

2) 무제

 시인들이 읽고 간 자리
나는 
눈물 몇 방울 바쳤다 

 


 

3) 엄마의 자장가

 훔쳐 간 첫날밤 
적막만 남겨준 그날 밤

멈춘
아빠의 코 고는 소리 

밤 부서지는 소리 들으며 잠들다

 


 

4) 해탈의 창

품고 있던 너를
놓아주기로 했다
찢어짐도 봉합이라면 기어코  

누가 그랬다
사랑은 점유가 아니라고

 


 

5) 품

서북풍이 쉬었다 가는
휑뎅그렁한 자리 
        

내 새끼 이부자리는
따뜻할까

 


 

6) 가까우면서도 먼 행성이란 거리

내가 사처 부비며
사랑 찾으러 다닐 때

그대는
내가 다니는 궤도에서 
목성이 되어 따라다닌지 오래되었지

 


 

7) 마지막 온기

내 손 위 얹혀진
엄마 손 

누에실처럼 뽑혀나가는

 


 

8) 배꼽 뜻풀이하다

탯줄의 미련 
낯선 세상 볼 외눈 
뚝 떼어 버린 전생

억지 잠근 문 하나

 


 

9) 좀 긴 담배꽁초를 보다

 영혼의 가장자리에 불 지핀 
한두 모금의 수심 

성인 행렬에 덜컹 들어선
가시나 한 대

 


 

10) 엄마라는 길

발 딛고서도
손으로 더듬고서도 
방황했던 길이 무수했다

이 길만은 다르다 
확실하니까 확실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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