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40호] 순간 포착과 詩의 절묘한 만남

 

붉은 숨/ 심송화

뜨겁게 
깊게 
한 겹 한 겹 토해냈더니 
시린 추위도 비켜간다

 


 

무너진 균형/ 이준실

흐린 눈 하나 
사라진 귀 
무성한 입 

세상이 소란해진 이유를 알겠다

 


 

판화/ 이초선

아주 잘 다져진 사회적 관계
......

 


 

내일은 입춘/ 황정혜

누구의 부름일까

탱탱히 고른 기타줄 위에
바야흐로 튕겨 오를
봄의 소나타

귀 기울여지는

 


 

 사랑 나무/ 김동휘

마음의 정원에 뿌려진
사랑의 씨앗

나무로 커갑니다

 


 

빗장을 풀다/ 김순자

노크도 없이 찾아와 
흔들어 깨우네 
눈빛만 봐도 충분해 
벙그는 입가에 번지는 미소

 


 

시니어즈/ 김경애

앙상한 기다림이 
퀭하니 걸려있다

눈에 넣어도 안 아픈데

 


 

봄기운/ 김단

아무것도 달라진 것이 없는데
눈꼬리가 부드럽다

봄비라도 한 번 다녀가 준다면
당장 새들을 풀어 
그리웠다고 말해버릴 눈치다

 


 

봄 앞에서/ 박화순

매서운 겨울 추위는
숨 돌릴 틈도 남겨 주지 않고
꽁꽁 무장하더니
봄만은 기필코 못 이겨내는

 


 

동행/ 한하나

두런거리는 어둠 사이로 
희미한 햇살 가슴 벌려 쪼이며 

지그재그 
어디 어디쯤엔가 
그 무리 속에 나를 섞는다

 


 

정상(頂上)/ 박계옥

아는지 모르겠어 
오르기보다 
내리기가 더 힘들다는 걸

 


 

커서(光标) 인생/ 최춘란

 영과 일이 만든 박동
막대기 형태가 다급하다
백지에 디딘 첫 발
잉크는 이제 마를 길 없다

 


 

이런 날/ 이해란

살다 보면
망망대해 같은 삶에도
넘치도록 찬란한 햇빛
빛날 때가 있다

 


 

익은 마음/ 최기건

 세파 속에 닳고 닳아 
고집마저 조심스레 숨쉬는

 


 

 흑진주/ 김춘자

  햇빛을 품었구나
시원한 바람도 품었구나
그리고 폭우도 품었구나
모든 시련을 이겨내어  
이리도 알알이 빛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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