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는 황제
ㅡ 38절 즈음에 

변창렬

 

여자가 없으면 어떻게 될까
남자들은 흔히 잡생각을 하게 된다

남자가 애 낳고
남자가 치마를 입고
격에 맞지 않는다

여자가 없으면
남자들은 기가 죽는다
아니
남자라는 말도 없을 거다

남자는 시뚝하는 버릇이 있다
그것도 여자들 앞에
코가 꺾이고 나서야
두다리가 떨리는 걸 안다

거리에 풀이 꺾인 남자들이
노숙자가 되는 풍경이 떠오른다
거지인지 병신인지
상상만 해도 알만하다

하느님이 없는 신도나
혼이 없는 강시나
여자 없는 세상이나 뭐 다를까

평등이란 말이 나온후
평등을 릉가한 여자
남자는 신하가 되였다

여자가 없으면
해가 떠도 어둠인 꽃이 없는 사막이다

 


그 녀인

주해봉

 

영아의 수실실 앞에서
두발 동동 구르며 
눈물 훔치던 여인

거짓말 한 귀염둥이
다짜고짜 훈계하고
돌아서서 눈물 짓던 여인
 
교문 앞에서 애간장 졸이다
시험 끝내고 나오는 아들 향해
두 손 흔들며 해바라기처럼
활짝 웃던 여인

술에 떡이 되어 
옆집 대문 두드리는 진상을 
그래도 남편이라고
눈물 삼키며 뒷수습하던 여인

시집 안 간다고
귀 아프게 딸을 달구치더니
정작 더벅머리총각 따라
너울 쓰고 문턱 넘어서니
딹똥같은 눈물 쏟고 쏟던 여인

생일도 없고
화장도 모른 채
부뚜막 지킴이 되어
평생 솥뚜껑만 운전하며
긴긴 세월로 
얼굴에 주름만 그려오던 여인

아!
지금은 하늘에 별이 되어
꿈속에서 자애롭게 미소 짓는 
생각만해도 왈컥 눈물이 솟는
그 이름도 그리운
어머니여

 

동시 

여 선생님, 외 1수

림금철 
 
 

 
그 냄새마저도
엄마 냄새다
 
너무도 엄마 같아서
나는 가만히 불러본다
"엄마ㅡ" 하고
 
그리곤 울 엄마한테
조금 부끄럽다


동요

어머니


사랑이란 사랑을 모두모두 모여서
책가방에 정성껏 넣어주시고
그래도 모자라서 멀리 바래는
어머니 어머니 우리 어머니
아 그 사랑이 고맙습니다

즐거움과 즐거움을 모두모두 모여서
주머니에 정성껏 넣어주시고
그래도 모자라서 근심하시는
어머니 어머니 우리 어머니 
아 그 사랑이 고맙습니다 

(연변방송 매주일가로 방송)

 

그 못, 외 1수

 박춘혁

 

어쩌면 그
못이

심장에 콱 박힌
그 못이

컴퍼스 축이 되어
둥근 길 걷도록 했을지도

엄마


잎으로 살다가

평생
누군가의
잎으로 살다가

뚝 떨어져

모든 걸 주고
홀로 뚝
떨어져서야

알았습니다

꽃보다

꽃이었음을.

 

시조/꽃이 피는 날
ㅡ여성의 날에 부치는 글

신현산 

 

태어나 딸이 되고 
자식 낳아 엄마 되여

천지간 귀한 몸이 
치마자락 휘날리면

향기야 있든 없든 간 꽃이라서 예뻐라


긴긴 날 가슴속엔 
사랑만이 가득 차서

한 가정 한 세대를 
이고 지고 달려오니

한 삶을 바치는 길엔 눈물만은 아니더라


꾸밈도 싫지 않고 
예쁨도 마다 않고

청춘에 뛰는 가슴 
하고픈 일 하많아서

모성이 빛나는 날들 사시절이 봄이네

 

고목

홍연숙

 

죽어서도 흙을 덮지 못한 
당신을

담쟁이는 연초록 피부를 
진푸르게 당겨 무덤을 만들었다

사방에서 날려드는 벌레들에 
당신의 썩어가는 뼈가 걱정이 되여

밤 낮 무릎 걸음으로 
한 계절 물 들이고

돈도 명예도 다 옛날의 것인
당신을 기억하는 이 있을까마는

그 풍경을 읊어주는 
새 한 마리 앉아 있어

당신은 
죽어서도 꿋꿋이 서 있다

 

시조

정, 외 6수 

권명호 

 

       

태머리 숫처녀의 소박한 고운 숨결 
수줍게 다소곳이 숙여진 정든 눈빛
순결한 인품의 향기 백합되어 피었네

   

      연정

인생의 천지조화 덧없는 삶의 역정 
빗바람 가시밭길 발자국 꿈 같구나 
나눈정 금실 좋아도 떠나는 길 다르네

 

        노처녀

불타는 저녁 노을 석양을 물들이고
단풍 든 산과 들에 꽃물결 파도치네
노처녀 볼우물 속에 은빛 노을 고였네

 

     가신 님

이별이 애통하여 피 맺은 가지마다
묻고 간 꽃잎 갈피 봄빛이 어루만져
님의 정 담아 풍만한 가슴 속에 잠든다

 

        난초

이 품에 그리운 정 그렇게 가련터냐
쌍곡선 푸른 날개 설한에 가슴 열어
군자의 귀한 품성은 청정향에 어렸네 

 

       단짝

 

오로지 한마음에 한곳만 바라보는 
순결한 보석 하나 확실한 믿음 심고 
가꿔온 인생의 여로 진달래로 피였네 

한배의 천생연분 파도위 노를 저어 
살아온 자국마다 찍혀진 희노애락 
불타는 저녁 노을에 무지개로 피였네 

 

          사모

 

초가의 굴뚝에서 흰 연기 모락모락 
조반상 올려주고 부엌에 앉아 드신 
어머니 바가지 속에 맛 좋은 건 무얼까 

돌담의 호박넝쿨 매달린 너의 숨결
모내기 쉬는 짬에 봇도랑 가재 잡던 
그 추억 나를 붙잡고 놓아주지 않는다

 

 

동시

상추

신현희


언니가 
시골 할머니 집에 놀러 갔다가
상추를 듬뿍 가져왔다
할머니가 보내주신 상추~!
주글주글한 얼굴에 웃음꽃 활짝 피우시던
할머니 같은 상추…

상추가 밥상에 올랐다
시장에서 사 온 것보다 더 구수하고 맛있었다
주름 많은 할머니, 
그 손에 
듬뿍 묻어나던 향기가 가슴 뭉클하게 한다

맛있니? 많이 먹어…
언제나 풋풋한 사랑으로 반겨주시던 
할머니 그 말씀처럼, 방안이 금세 환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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