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이 책은 용인에서 포은 종손으로 태어나 일제강점기 말기에 강제로 일본군 학병으로 끌려갔다 학병 탈출 1호가 된 고철 정철수 선생의 격랑의 생애를 집대성한 책이다. 정철수 선생은 일제강점기와 항일투쟁, 반우파 운동과 문화대혁명 등 우리나라와 중국 대륙에서 벌어진 격변을 온몸으로 겪으며, 피와 땀, 눈물과 한숨으로 모진 세월을 견뎠다. 그래서 그의 일대기는 곧 한국과 중국의 현대사를 압축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시기 그는 민족애로 피끓는 항일투사에서 수많은 작품을 발표한 극작가로, 다시 패망 후 버려진 일본인 수백 명의 목숨을 구한 박애주의자였다가 동족 상잔의 비극에 동참하지 않고 민족 교육에 뛰어든 교육자로, 다시 현실에 대한 매서운 비판을 아끼지 않는 문인에서 반우파의 누명을 쓰고 강제노역에 처한 노동자이자, 인쇄공장의 탄부로 전락한다. 그리고 대학교수로 기나긴 굴곡의 세월에 유종의 미를 거두고, 40여년 만에 고국에 돌아와 어머니를 모시며 포은 종손으로서의 책임을 다하다 영면에 들었다.

이 책에는 그동안 공개되지 않은 조선의용군이 남장에서 찍은 사진과 해방 직후 태극기를 들고 호가장 전투에서 희생된 전우들의 묘를 참배하는 사진, 그리고 동북을 향해 도보로 대륙을 횡단하는 조선의용군의 모습 등 귀중한 사진이 들어 있다. 사진만 봐도 조선의용군이 목숨을 걸고 항일투쟁에 매진했던 모습을 이해할 수 있는 소중한 자료들이다.

목차

화보 사진으로 보는 고철 정철수의 생애
축간사 「격랑만리」 출간에 부쳐 - 독립기념관 관장 한시준
축간사 빛나는 저작이 되기를 기대하며 - 영일정씨포은공파종약원 이사장 정승수
축간사 애국지사 고철 정철수 선생을 생각하며 - 「조선의용군의 눈물」 저자 박하선

제1부 입영(入營)
능원리에 울려 퍼진 아이의 고성(告聲)
격변기의 학창시절
다섯 새끼 호랑이가 된 보성전문 시절
‘학도지원병’이란 이름의 청춘만장(靑春輓章)

제2부 탈출(脫出)
대구 제24부대
‘야부레 고로모(弊衣) 부대’의 조선 학병들
돼지 탈출과 주보회(週報會)
야밤의 불빛
목숨을 건 탈출
모래밭 너머의 마을

제3부 태항산(太行山)
한 집 식구(一家人)
군중대회(群衆大會)
태극기(太極旗)
태항산(太行山)으로 
태항분맹(太行分盟)
환영대회(歡迎大會)
‘엉터리 음악회’
<강제징병>
다시 만난 반가운 얼굴들
남장(南莊)으로 이주
화북조선혁명정치군사간부학교(華北朝鮮革命政治軍司幹部學校)
<태양기 아래의 사람들>
어긋난 국내진공작전과 해방

제4부 동북행(東北行)
화중분맹 대표들
호가장(胡家莊) 전투
고난의 여정
봉천(奉天)의 조선의용군
무장(武裝) 해제
버림받은 영웅들
조양천(朝陽川)의 조선의용군 제5지대
길동군분구(吉東軍分區)의 쉰들러 리스트

제5부 야만(野蠻)의 시대
《연변일보(延邊日報)》
연길현 교육 과장
결혼(結婚)
삼반오반운동(三反五反運動)과 투옥
연길에서의 중학 교원 생활
반우파투쟁(反右派鬪爭)
야만의 시대
감투를 벗은 우파분자
대륙을 휩쓴 광풍(狂風)-‘문화대혁명’ 

제6부 엽락귀근(葉落歸根)
복직(復職)
연변대학교 
라디오를 통해 전해진 노모의 간절한 바람
다시 민족을 위해
40년 만의 귀국
중국 생활을 마무리하며
종손이란 이름의 무게
옛 전우와의 해후(邂逅)
다사다난(多事多難)
영면(永眠)
애국지사 대통령 표창
망부(亡父), 망부(亡夫)의 노래

후기(後記)
문서자료
정철수 선생 연보
참고문헌

책 속에서

"보성의 다섯 새끼 호랑이는 수시로 만나 시국과 민족의 앞날 그리고 자신의 결심에 대해 이야기했지만 일제의 전황(戰況)이 어려워지자 보성 캠퍼스에도 비장한 전운(戰雲)이 감돌기 시작했다. 특히 2학기가 되자 그동안 숨죽이고 있던 일인 교수들이 제법 큰 소리를 치기 시작했다. 월요조회 때 학생들에게 일제의 전황을 설명하며 천황이 어쩌구 하며 일장 훈시를 하던 와타나베(渡邊) 교수는 유진오 교수가 이 자리에 참석하려 하자 “힛고메!(들어가라)”라며 고함을 치기도 했다."
p. 102

"교장 명의로 발송된 전보가 용인 능원리의 정철수 본가에도 도착했지만 이를 본 정의열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또 면사무소의 서기가 찾아와 8일 용인군청회의실에서 도에서 파견한 중추원(中樞院) 참의(參議) 송문화(宋文華, 山本文華)가 배석해서 학도지원병에 대한 순회 좌담회를 하니 꼭 참석하라고 신신당부했지만 들은 척도 안했다. "
p. 115

"폭설처럼 쏟아지는 눈에도 아랑곳없이 열차는 서서히 제남역에 도착하더니 짙은 연기와 함께 깊은 한숨을 토해내었다. 그리고는 70명 남짓한 인원이 열차에서 내렸다. 그러자 열차에 남은 학병들이 저마다 정들었던 친구의 이름을 불러 대었다.
“철수, 몸조심하게!”
정철수가 고개를 돌려 보니 조그마한 창문에 여럿이 매달려 정철수에게 손을 흔들고 있었다. 정철수는 친구들에게 미소로 답했다. 그의 눈가에 눈물[淚]인지 눈물[雪]인지 모를 물기가 가득했다."
p. 140

"전호 안에 있던 두 사람은 정철수까지 무사히 철조망을 넘자 서로 부둥켜안고 “됐다! 됐다!”하며 기뻐서 껑충껑충 뛰었다. 하지만 철조망만 넘었다고 탈출이 성공한 것은 아니다.
“우선 부대 동정을 살펴보자! 혹시 우리 행동을 눈치 챘는지.”
정철수의 제안에 세 사람은 전호 안에 몸을 숨기고 약 3분 간 천천히 부대 안을 살펴보았다. 부대 안은 쥐 죽은 듯 고요하고 그저 벌레의 울음소리만 적막을 깨고 있었다. 다행히 아무도 눈치를 못챈 것이다. 이윽고 세 사람은 목소리를 낮춰 이후의 행동 계획을 세웠다."
p. 164

"정철수가 펜을 들어 아래에 이렇게 적었다.
“你是誰?”(당신은 누구십니까?)
그러자 대장은 바로 그 아래에 자신에 대해 적기 시작했다.
“我叫高勇, 我是肥城縣機關民兵大隊長”
(내 이름은 고용이고, 나는 비성현 기관민병 대대장입니다.)
고용은 이렇게 자기소개를 하고 세 사람에게 편히 쉬라고 당부하고 밖으로 나갔다."
p. 184

추천글

이 책은 포은 정몽주의 종손이 독립운동에 참여했다는 사실과 더불어, 현대사를 이해하는 데 있어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또 격랑의 파도를 헤치며 모질고 어려운 시련을 이겨낸 인간 승리의 장엄함, 그리고 격랑을 이겨낼 수 있었던 힘의 원천은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하게 만든다. 앞서간 이들의 발자취는 뒤따르는 이들의 이정표가 된다.
- 독립기념관 관장 한시준

철수 종손이 걸으신 길은 개인을 앞세우고 가족을 먼저 생각하셨다면 결코 가실 수 있는 길이 아니었습니다. 일제 침략자의 앞잡이가 되는 것을 결연히 거부하시고 이역만리 타국에서 목숨을 건 탈출을 감행하시어 항일애국 투쟁의 선봉이 되신 것은 만고 충절의 표상이신 포은 선조의 일편단심의 충절에 조금도 어긋남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 영일정씨 포은공파 종약원 이사장 정승수

고철 정철수의 이야기는 개인의 이야기지만, 우리 민족의 근, 현대사의 한 단면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 <조선의용군의 눈물> 저자 박하선

저자 및 역자소개

조성우. 전문 집필가.
<KAIST-IP CEO>, <서양득이 답이다>, <길 없는 길>, <행복한 덕질> 등 다수의 평전과 기록물 집필.

저작권자 © 동북아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