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순 근작 복합상징시 묶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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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조선족시몽문학회 회장
상징시전문지 <시몽문학> 편집주간,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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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도(地域圖)


미쳐본 적 있는가, 언제 그럴 것인가,
그래서 어디로 가는가,
어둠 업고 내를 건너 산 넘어도
바람에 신발 신기며
시간이 구름 몰고 하늘 누빈다

자정에 달하나 걸어놓으면 삭막한 기다림엔 난센스
대숲 속삭임이 어진 햇살 깨어나게 한다 또 간다는 것인가 
졸음의 길목에서 
별들이 
옷보~! 혼 부르는 소리

피아니스트 가녀린 손길 따라 
음악이 사막 넘어 바다의 선율 움켜잡는다

 

하모니


계곡에 날아 내리며 
눈꽃은 까무러쳐 나비가 되었다
어둠 먹고 살찐 
빛살도 갈대의 추억이 된다 
바람의 혓바닥에 수놓는 싸리꽃 노란 시간으로
창가에 입 맞추는 전설, 
돌틈으로 빠져나가고…

산자와 죽은 자의 죄목이 밤 가르는 헤드라이트 언어로
전생 비춰주고 있다 

수염고래 목덜미, 
뿜겨 나오는 분수가 지구를 돌려도
명암의 분계선엔 비천(飛天)의 능라, 
놀빛 부끄럽게 한다  

 

어둠에 우두커니 앉아


흑점이 왜 생겼을까 생각을 만져보며
입술 베어 문가에 걸어두면 바람이 와서 
만져보고 갈 것이다 가만히…
낮달의 플래시 역할은 상실된지 오래다

휴지통에서 기어 나오는 글자 부스러기들이
줄지어 꿈속을 걸어갈 때
캄캄한 발톱도 가려울 수 있었겠다

이별이 낙인 꺼내어 허공에 매달아볼 때
창백한 구름은 저 혼자 눈물 움켜잡고 
반칙의 둔덕에서 침묵 흔들어보겠지만

얼어버린 향기가 꽃으로 부서져 내릴 때 
바람은 진작 알았을 거다, 밤은 異常하다 …
눈꽃의 고향, 고비사막 떠올려본다 
나래 돋친 침묵에 담뱃불, 고독을 지져댄다 

 

맞선


황금열쇠가 끼었을 거
라는 생각조차 
피 발린 매니큐어 쥐었다 놓는다 
안개가 그랬다

카테고리가 목덜미로 흘러내릴 때
눈길이 타오름을 
알고 있듯이

맥박은 숲 찾아 기어들며
잘려나간 해안선 길이에 
전생 갖다대본다

하늘은 오렌지,
아직 문안 받지 않은 이슬이 
쑥스러움 잔주르는 시간이 된다 

숙녀의 손톱눈에 남아있는 용기가
솟대의 하늘 넘보고 있다 

 

참선(參禪)


<여보게, 
저승 갈 때 무얼 가지고 가지…>
석용산 스님의 말씀 밑에서 
바람이 숨 죽여 숙명 베끼는 척 한다

-솔바람 한줌 집어 가지,
-댓 그늘 한 자락 묻혀가지,

노래가 風磬 되는 빈 절에서 
염불의 그림자가 
시간 부축해 일으켜 세운다 
햇살은 讀經 하는 禪師가 된다

뒷짐 지고 돌아서는
뒷모습, 대웅전 큰스님 같다 
반야바라밀다시…
붓다의 부름에 이슬의 각막 열리고

일조(日照)의 그늘 밑으로
구멍 난 흔적들이 함장하며 걸어나간다 

 

마도로스의 고민


보초 서는 새벽의 임기가
어둠 쪼아 먹는 숲 깨어나게 한다
갈까마귀 운다고
낙엽은 아침부터 볼 붉어있다

메아리에 이슬 끼어있다고 
못 본체 할 수 있을까
언어의 씨앗이
곤혹의 고락지 부러지게 하는데

새들의 고향은 어딜까 
바람의 접경지에 쑥꾹새 울음도
물살의 집합으로 낙차 이룬다 

피아니스트 가녀린 손가락 
기다림 검측해간다
마법의 성새, 숙녀의 가슴도 부풀어있고
사내의 손에 고향 한 쪼각 받들려 있다

 

우산


장마의 존재위에 그는 있었다
가을하늘에 입 맞추며
빗소리 슴새 나옴을 지켜보고 있다
아픔에 씨앗의 점선 놀랍다 

수다 떠는 새소리는 왜
깃 치며 날아 내리는 모습 울어야 하나

점점이 조락의 알갱이들 
그 암회색 그늘 밑으로 사나이는
걸어가야 했고

걷어 올린 종아리에 
과거가 손바닥하늘 가리어본다
음향 건너에 귓구멍 틀어막는 솜털의 시간 

안개처럼 스멀스멀 젖어 오른다  

 

종횡하우스


앙코르 애완견의 비명도 
꼬리 흔들며 아픔 착각하고 있다
그럴 수밖에 없겠구나 
남자는 솟대, 여자는 항구 
타액이 이쯤 새로 빠져 나간다

그래 그래라 그래야 한다 
그리움 봉합하면 메고 가려나 
적색토양에 
피 스며있음은 바람이 안다 

사각지대에 빛의 잠행, 
그것이 어둠의 눈동자라고 
안개의 법전엔 적히어있다 

치맛자락 물들어있음은
놀빛 행낭에 감춰져있나
입덧은 바람 멈춰 세운다

먼 길 떠나는 장삼자락에도
지구의 아침은 숨겨져 있느니…

 

테니스는 그림자가 없다


밥을 먹는다 
따슨 시간을 마신다 
아지랑이가 나불대는 지평선너머
봄 다가오는 소리에 
귀바퀴를 세운다 

화단의 꽃들은 이름도 모르면서
향기로 망울지고
별빛 사무치는 거리로 
아픔은 걸어간다

아스팔트에 콜타르의 내음새
비가 내리고 눈도 내리고… 
개똥벌레의 한으로
한세상 저끝까지 노을 지펴올릴 것이다

구름 덮인 하늘에 
눈꽃의 추락사, 
파도의 속주름에 적히어있다 

산타 마리아 앞섶에 해가 떠오르듯이
숙이는 내 사랑하는 처녀…

 

3월의 알갱이

 

햇순 돋아나는 가장자리에 
말라붙은 눈꼽 떨어져나가고 
겨울 놀다 간 자리에
발톱 박는 햇살의 집념

돌아눕는 지구와 상관없이 
순록은 이미지로 향기 지펴 올린다

마리아나해구에 속삭이던 
욕구들 발설이 노출되는 시점이다

난바다 해저에 침체된
상기된 사막의 얼굴
태고의 문명 깨어나게 한다

아틀란티스의 상공에
놀빛 같던 이야기들
주먹 치켜든 꽃봉오리 사념으로
쥐라기 전설 흔들고 있다

인내의 둔덕엔 
바람의 이마 심심하게 벗겨지고 있다

 

숙명

 

짓궂은 날씨는 구름을 탓하고 
하늘 밖 하늘은 어둠 찔린 공간 밟고 지난다 
미소 짓는 복도를 지나 자가당착 꾀하는 피안의 시간너머에 
고독은 모두가 거짓말이다 

아난다 모르난다 가슴 밖에는 순정 없느니 
외길에 낙엽 진다면
아직도 바람의 성씨가 무엇인지 
모르는 이가 있다

살짝 열린 숙녀의 속사정에도 오로라는 피어오른다 

돌과 돌이 부딪쳐 
물 되는 메아리의 환승역, 
기다림 스러지며, 
이별 삼킨 갈림길에 빈 가슴 하루가 들꽃으로 운다 

 

잊혀 진 계절


그리움 삭아 내리는 불의 키스에
고향 떠올리는 메타포 
캐릭터 둘러메고 둔덕 넘어서는 
아픔에도 홀씨는 꿈 되어 흐른다

처녀귀신 통곡하는 퍼포먼스가 
노총각 가장자리에 깃 펴두고 
술래의 하루마다 
장가 못 든 마을 밤눈으로 가려 덮는다 

사락사락, 생각 부서져 내리는데 
프로펠러 동음(動音),
낙차의 하늘 멈춰 세우고

단풍 든 기슭에 
섬섬옥수로 밤 곱게 펴서 
가신 님 영전에 입 맞추어주겠지

술사의 털 고운 텍스트가 
집념의 시간 얼비출 때
균열 잡힌 별빛, 새벽안개 지펴준다 하느니…

 

그대 그리고 나


홀씨의 어둠 깨어나는 곳에 
별빛 심어라
터널에서 뛰쳐나오는 기적소리가
놀빛 주소 불살라버린다 

관습에 먼지 앉은 역주행
이역 하늘에 기다림 지펴 올리고

산 첩첩 물 잔잔,
막차의 노래마저 바람에 실려 
전설의 메아리로 기억을 연다

멈춰선 곳에 시추탑 세우듯
고독 깎아 받쳐 올리는
계단의 종소리 피어나고 있다

억겁 사랑에 복사꽃 그 미소 
지구의 단면에 이슬의 이름으로 
오로라의 전생을 연다


(The a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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