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한동포문인협회 迪卡詩 분과 [제42호]

 

맑음 주의보

 어제를 돌려내어
널었다

햇볕 묻은 자리가 
홀가분한 오후

내일도 빨래가 되고 싶은

 


 

<시작노트>

한미나 프로필: 재한동포문인협회 회원, 현재 중국 길림성 훈춘시 거주.
한미나 프로필: 재한동포문인협회 회원, 현재 중국 길림성 훈춘시 거주.

어느 주말 오후 아파트 단지 산책 중에 빨랫줄에 걸려 있는 이불 빨래들이 눈에 들어왔다.
햇볕 머금은 바람에 뽀송뽀송 물기를 지우고 있는 빨래들에서 힐링과 함께 새로워짐을 느꼈다.
끝없이 반복되는 일상과 쌓여만 가는 스트레스에 찌들어 땟자국으로 늘어진 몸과 마음도 한 번씩은 구석구석 세탁기에 돌리고 햇볕에 널어 말리는 리셋이 필요하지 않는가?
어느새 맑아진 마음이 카메라를 눌렀다.

 


 

<평설>

이준실 프로필: 재한동포문인협회 회원, 한국디카시인모임 회원.
이준실 프로필: 재한동포문인협회 회원, 한국디카시인모임 회원.

‘주의보’란 폭풍, 해일, 홍수 등 지표에 일어나는 현상으로 피해를 입을 염려가 있을 때 기상청에서 주의를 주는 예보를 말한다. 근데 ‘맑음’이 ‘주의보’라니, 긴 시간의 팬데믹으로 사람들 마음에 진 그늘이 쉬이 걷히지 않음을 보여준다. 
 
사람에게는 감정 습관이 있다. 감정의 관성이라 해도 좋다. 주변을 보면 긍정적인 사람은 늘 밝고 씩씩하고, 정열이 넘치는 사람은 항상 에너지가 충만하다.  의기소침한 사람은 열정을 보이다가도 금방 사그라지고, 피해의식이 강한 사람은 늘 손해를 입었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속앓이를 한다. 
 
문학 그룹에서 활동하면서 보면 팬데믹 연유로 문학 동네에 발을 잠그게 된 사람들이 적지 않다. 그중 자신의 개인 사업이나 일을 열심히 하던 사람들은 늦게 시작한 문학 공부이지만 남다른 열정을 보이고 질 높은 작품을 창작하면서 활발하게 활동하다가 요즘 작품이 뜸해진 것도 이해가 된다. 그 문우들은 묶였던 발이 갓 풀린 요즘 자신이 종사하고 있던 일에 열정을 쏟고 있는가 하면, 새 항목을 개척하느라 몸이 열두 개라도 모자랄 정도로 뛰고 있다. 그러면서도 가끔 생활 현장에서의 체험을 바탕으로 굵직하고 묵직한 작품들을 선보인다. 생활 경험이 풍부할수록 작품이 한결 풍성해지는 건 당연하다. 하나를 보면 열을 알 수 있다. 
 
사람의 뇌는 익숙한 것을 좋아한다. 사람들이 즐겨 먹던 음식을 계속 즐겨 먹고, 한가지 헤어스타일을 계속 유지하고 싶어 하는 것 등이 바로 그 예이다. 뇌의 지배를 받는 감정 역시 익숙한 감정을 선호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선호하는 감정이 나타나면 그것을 끌고 가려 한다. ‘불안’과 ‘초조’와 같은 감정이 지속되면 우울이나 분노로 전환되기도 하고 더 심각한 상황으로까지 발전할 수 있다. 그래서 안전감이 중요하고 스트레스 해소가 중요하다. 희망적인 것은 행복과 기쁨과 같은 긍정적인 감정도 습관화할 수 있다는 점이다. 알아차림이 관건이다. 부정적인 감정을 알아차린 후에는 합리적인 방법 도경을 통해 긍정적인 감정으로 전환시키고 습관화시킬 수 있는데 그 중 효과적인 방법이 정리, 빨래, 청소이다. 난잡하고 정갈하지 못한 주변은 그 환경을 만든 당사자의 심리 문제의 발현이다. 
 
새봄이다. 귀밑 스치는 바람이 훈훈하다. 가옥의 창도, 마음의 창도 활짝 열어젖히자. 묵어 퀴퀴하고 곰팡이 낀 것들을 깡그리 돌려 내어 볕 쪼임을 시키자. 봄소풍을 시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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