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4월11일 화요일
연출: 김경희 작가: 김경순
진행: 이소연, 전춘화

▶ 편지사연.. 2. <여성이 그냥 꽃일 리가 있으랴> (여, ) 4/11 화

한영남, 중국 흑룡강성 할빈시 (장석주 관리)

3.8절이다. 녀성이다 못해 녀왕이다 못해 녀신으로 높이 모셔진 녀성들의 날이다. 모멘트는 물론 여러 위챗방들에서는 일제히 <녀성은 꽃이라네> 노래를 올리고 녀성 찬미에 여념이 없다. 해마다 되풀이되는 <이벤트>이기도 하다. 그런데, 녀성이 왜 그냥 꽃이겠는가? 이 말이야말로 지극히 남성 위주의 사고방식에서 비롯된 것이 아닐까 싶다. 즉 이 말의 뒷면에는 <그래봤자 꽃이다. 내가 보고 즐길 수 있는…>이라는 능글거림이 숨어있다고 하면 지나친 비약일까?

우리 말에서 사돈을 지칭하는 것을 보면 얼마나 남성과 녀성을 차별하는지 극명하게 알린다. 남자 사돈을 바깥사돈이라 하고 여자 사돈을 안사돈이라고 하는 것이다. 그러니 남자는 바깥을 돌며 들일도 하고 장도 봐오고 뭐 그런 존재이고 녀자는 집에만 갇혀 밥하고 빨래하고 집안 가꾸고 뭐 울타리를 벗어나지 말아야 하는 존재라는 의미인 셈이다.

그런데 세월 많이 변했다. 여자가 하는 일을 남자도 해야 한다는 주장이 거세지면서 이제 주방에서 얼쩡거리는 남자들의 모습이 좋게 각인되기도 해서 료섹남, 료리하는 섹시한 남자라는 낱말이 만들어지기도 하고 남자가 아이를 업어 재우기도 하고 아예 포대기에 싸서 업고 큰길을 활보하고 쇼핑을 즐기기도 한다.

세상 참 많이 변했다. 여자들이 CEO가 되어 꺽두룩한 남자들을 호령하는가 하면 180되는 신수 멀쩡한 남자들을 보디가드로 데리고 다니기도 한다. 하기야 중국스포츠계를 보면 음성양쇠가 확연하게 드러나기도 한다. 세계 3대 구기운동에서도 톱으로 꼽히는 축구에서 중국은 녀자축구가 남자축구를 대신해서 복수해주는 형국이니 말 다한 셈이 아닌가.

오랜 력사를 자랑하는 대영제국에서는 지금도 녀왕이 최고통치자이며 세계에는 그렇게 녀왕을 모신 나라가 한두 개가 아니다. 그것도 부족해서 영국에서는 마그리드 대처라는 첫 녀수상을 모시기도 했었다. 잔다르크, 모나리자, 다이애나 등 녀성을 모델로 하는 명화, 명조각상 역시 세월의 흐름을 온통 무시한 채

그 아름다움을 세상만방에 자랑하고 있지 않는가. 이제 녀성은 꽃이라는 비유에서 벗어나자. 녀성은 꽃보다 훨씬 아름답고 꽃보다 훨씬 활약적이며 꽃보다 훨씬 매혹적이다. 녀성이 어찌 한낱 꽃 따위에 그칠 것인가. 녀성은 상냥하고 세련되고 아름답고 고혹적이며 섹시하고 총명하고 신비하고 매력적이다. 녀성은 이 세상의 밸런스를 위한 대체불가의 존재일 뿐만 아니라 이 세상을 낳은 세상에서 가장 성스러운 존재이다. 녀성은 절반 하늘이 아니라 옹근 하늘이다.


▶ 편지사연 2. <나의 꿈, 할머니 꿈> (여, 10대) /

마예녕, 중국 길림성 룡정시 북안소학교 5학년

금상에 마예녕!

쥐죽은 듯 고요하던 대회장에 이름이 울려 퍼졌다. 나는 나의 귀를 의심했다. 다시 한번 울려 퍼지는 나의 이름을 듣고서야 나는 내가 금상에 당선되였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나는 슬며시 볼을 꼬집어 보았다. 꿈이 아닌 현실이였다. 그것을 다시 확인하는 순간 나의 눈에서는 눈물이 줄 끊어진 구슬처럼 흘러 내리며 지나간 일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내가 받은 이 상에는 할머니의 꿈과 노력과 정성으로 이루어진 것이며 손녀를 훌륭한 사람으로 키우려고 바친 시간들이 합쳐서 이뤄낸 결과이다.

나는 어릴 때 퍼그나 개구쟁이였는데 한시도 가만히 앉아 있지를 못하여 할머니를 퍼그나 힘들게 하였다고 하신다. 그런 나에게 인내심을 키워주려고 꿈이 무엇인지도 모르는 철부지인 네 살에 할머니 손에 이끌려 찾아간 곳이 피아노 학습반이였다. 어린애였던 나는 며칠 간은 호기심에 다녔지만 필경은 철부지이고 자기가 하고 싶어 하는 일도 아니였던지라 쩍하면 가기 싫다고 떼를 쓰곤 하였다. 그때마다 할머니는 나를 무릅에 앉히시고는 피아노를 잘 치면 엄마 아빠가 돌아오신다며 달래곤 하셨다.

그렇게 나는 엄마,아빠를 빨리 만나고 싶어서 열심히 쳤고 때론 할머니가 사주시는 이쁜 옷을 갖고 싶어 열심히 치기도 하였다. 매일 두세 시간의 연습을 하고 나면 여린 손이 퉁퉁 부어 올라 피아노 건반에 조금만 스쳐도 아파서 눈물이 날 지경이였지만 그래도 할머니는 좀처럼 그만 두라는 말씀을 하시지 않았다. 그럴 때면 마귀할멈이라고 소리치면서도

나는 피아노 앞을 떠날 수가 없었다. 그렇게 십 년이란 시간이 훌쩍 지나갔다. 어느새 나는 하루라도 피아노를 치지 않으면 하루를 마감하지 않은 느낌이여서 아무리 힘들더라도 하루 한두 시간의 연습은 게을리 하지 않는다. 그리고 이제는 할머니의 강요가 아니더래도 피아노를 치면 나의 아픔도 서서히 가라앉는 것 같아 하얗고 검은 건반에 내 마음을 담아 날려보곤 한다. 우울하던 마음도 피아노를 치면 어느새 행복으로 점차 변하곤 한다.

그렇게 어느새 나의 꿈은 피아니스트가 되었다. 시작은 할머니의 손에 이끌려 어쩔수 없이 하게 되었지만 이 길의 끝은 할머니가 아닌 오롯이 나의 꿈으로 만들고 싶다. 오늘의 금상은 나를 만들어준 할머니의 꿈의 시작이자 새로운 내 꿈의 시작이기도 하다 하여 나는 화려한 등불을 마주하고 세계적인 피아니스트를 꿈꾸며 오늘도 나는 열심히 건반을 두드린다. 꿈은 이루기 위한 그 길이 얼마나 험난할지라도 끝까지 가 보고 싶다.


청취자 참여코너
청취자 참여코너

이소연(李素妍 ) 약력: 

숙대 경제학과 졸업

KBS 공채 3기 아나운서 입사         

현재 프리랜서 아나운서

<TV프로그램>
여성백과 / 토요초대석
누가누가 잘하나
<RADIO 프로그램>
영화음악실 /KBS FM 희망음악
음악과 시/ 오후의 교차로
우리들은 동향인/ 통일열차
종교와 인생/보고싶은 얼굴 그리운 목소리


전춘화(全春花) 약력: 

·前 연변대학 외국어학부 영어전임강사

·前 다모 글로벌교육문화 협동조합 이사장

·前 TBS 라디오방송 시청자위원
·現 홍익대학교 국제학생지원실 실장
·現 홍익대학교 상경학부 조교수
·現 한국공자문화센터 홍보부장
·現 공명국제인재개발원 원장
·現 (사) 조각보 이사
·現 공명 한중청년교류협회 지도교수
·現 다가치포럼 운영위원회 위원
·現 한중포커스 신문 자문위원
·現 KBS 한민족방송 행복우체통 고정출연
·現서울외국인주민 및다문화가족 지원협의회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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