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해봉약력: 재한동포문인협회 시분과장, 한국문인협회회원. 소설, 수필, 시 다수 발표
     주해봉약력: 재한동포문인협회 시분과장, 한국문인협회회원. 소설, 수필, 시 다수 발표

동면에 들었던 개구리가 겨울 잠에서 깨어난다는 경칩! 봄이 문턱을 넘어 아장아장 걸음마를 떼는 지난 3월6일에 봄 마중을 위해 양평에 위치한 추읍산을 찾았다. 경기도 양평군 용문면에 위치한 추읍산(해발583m)은 일명 칠읍산으로도 불리는데 산 정상에 오르면 양평군 7개읍, 면이 손에 잡힐 듯 보인다 하여 붙여진 명칭이라 한다. 흑천 기슭에 주차를 하고 조용히 흐르는 흑천다리를 건너 본격적인 산행길에 올랐다.
춘3월이어서 그런지 날씨가 유난히 포근하였다. 산기슭에서 며칠 전 북쪽 감악산에서는 좀처럼 볼 수 없었던 버들강아지의 모습이 시선에 안겨오는 순간 정말 봄이구나 하는 느낌과 더불어 가슴이 따스함으로 살며시 채워졌다.

추읍산은 인근 용문산이나 중원산에 가려져 있어 산꾼들의 발길이 뜸한 곳이라 어딘가 조용하고 호젓한 편이었다. 전형적인 육산이라 기암괴석이라 칭할 수 있는 바위를 거의 찾아볼 수가 없었다. 그리고 춘3월이라 하지만 계곡에는 아직 얼음이 그대로 얼어붙어 있었다.  그렇지만 한편으로 마른 풀 사이로 벌써 푸른 빛을 띠며 배시시 웃고 있는 이름모를 춘초! 애어려 보이지만 분명 꽃망울을 짓고 있는 진달래! 그리고 돌위의 푸른 이끼! 똬리 틀고 떼질 쓰는 겨울을 봄아씨는 그렇게 서서이 밀어내고 있었다.
초입에서는 그런대로 완만한 산행길이었지만 올라갈수록 본색을 드러내기 시작하였다. 그나마 쉼터 만남의 숲, 바람의 숲에서 소나무가 내뿜는 청신한 싱그러움으로 달아오른 온몸을 헹굴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겨울을 이겨내고 바야흐로 봄을 맞이하는 청송을 바라보면서 순간 나도 이제는 느리게 그리고 기다림의 미학으로 누군가에게 줄 수액을 그리고 싱그러움을 만드는 겨울나무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조용히 가져봤다.

산 중턱을 지나 정상으로 이어지는 산비탈은 그야말로 가파로웠다. 지그재그로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등산로는 마치 우리를 조롱이라도 하듯 끝없이 펼쳐졌다.
어느 새 온몸은 땀투성로 변했고 두 다리는 천근만근 돌자루를 달아맨 듯 무거웠다.
거친 숨을 몰아쉬며 오르고 또 오르고...  얼마나 올랐을까,  마침내 해발 583m 추읍산 정상에 깃발을 꽂았다. 산 정상에 올라서서 유유히 감돌아 흐르는 남한강을 바라보노라니 무엇인가에 대해 끝없이 동경하게 되고 그리고 마음속에 퇴적된 무미건조 한것들을 털어버리고 또 하나의 위대한 감각에만 충실하고 싶어지는 간절한 열망이 샘 솟듯 생겨났다.
우리가 산(자연)을 찾는 것은 아마도 귀소본능 때문인지도 모른다. 산은 누가 뭐라 해도 어머니 품속처럼 포근하고 편안함이 있어 좋다. 산 정상에서 막걸리 한 잔 걸치며 웃고 떠들어대니 그 또한 무엇과도 비길 수 없는 행복이 아닐 수 없었다. 산 정상에서 나름 여유로움을 만끽하던 우리는 드디어 아쉬움을 뒤로하고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으로 하산길에 올랐다.

어쩌면 기다려도 오지 않는 내가 기대하는 것들, 그리고 기다리지 않아도 내 앞에 머무는 내가 기대하지 않은 것들 사이에서 나란 인간은 참 많이 흔들리며 비틀거렸다는 생각이 저도 모르게 들었다. 그리고 소리없이 떠나는 겨울을 배웅하고 다가오는 봄을 마중하며 자연의 순리를 또 한번 깊이 깨달았다.

귀여운 버들강아지, 때 이르게 얼굴 내민 춘초, 애어린 진달래 꽃망울 그리고 돌위의 푸른 이끼, 긴 겨울 잠에서 깨어난 개구리는 볼 수 없었지만 추읍산에서 봄은 그렇게 소리없이 발뼘발뼘 조금씩 익어가고 있었다.
내 마음속에서도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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