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금단 약력: 연변대학 조문학부 졸업, 연길시 중학교 교사 경력, 현재 혜주시 무역회사에 근무
     김금단 약력: 연변대학 조문학부 졸업, 연길시 중학교 교사 경력, 현재 혜주시 무역회사에 근무

심천 제일봉인 오동산에 오르지 아니하면 사내 대장부가 아니라는 말이 있다. 해발 943.7m인 심천 제일봉 오동산은 많은 사람들이 지향하지만 왕복15km이상의 거리에 많고 많은 계단을 어렵게 밟아야만 산정에 닿을 수 있어 감히 선뜻 택하지 못하는 산행이다.

전에 국경절을 이용해서 북경의 여동생과 함께 상해를 거쳐 강소성 남경시 중산령을 오른 적이 있다.  빼곡한 인파에 몰려 층층 계단을 밟고 중산릉 꼭대기에 올랐을 때 힘들어서 다른 사람의 시선은 고려하지 않은채 그냥 바닥에 눕고 싶었다. 그때 중산릉을 힘들게 오르내렸던 기억이 콤플렉스로 오래동안 내 마음속에 자리잡아 그 후 계단이 많은 높은 산행은 감히 생각지도 못했다.

새봄을 맞아 하늘의 성으로 불리우는 심천 제일봉인 오동산에 올라 심천시를 한눈에 굽어 보면서 지나온 시간을 돌이켜보고 새로운 앞날을 다시 그려본다는 것은 더없는 행복한 길이 될 것 같았다. 새봄 맞은 오동산은 나를 부르고 있었고 산정에 톺아오르는 과정이 아무리 힘들어도 모든 것을 극복하고 주말에 다녀오기로 친구와 약속했다.

추적추적 비 내리는 우기가 시작되어 주말 일기예보부터 확인했고 산에 오르는 6개의 코스 중 한개 코스를 선택했고 집에서 7시에 출발하여 5호선과 8호선을 갈아타고 오동산역 지하철에서 내렸을 때는 오전 9시 20분이었다. 오동산 남쪽 선동 체육공원 입구에 들어서니 열대나무의 이쁜 야자나무가 한눈에 들어왔다. 입구를 걸쳐 산으로 향하는 큰길에 들어서니 조잘조잘 새소리가 들렸고 전날 비온 뒤어서 공기가 더없이 상큼한 감을 느꼈다.

태풍으로 인하여 뿌리가 뽑혔는지 비스듬히 누워서도 길옆에서 자기의 생명을 이어가는 나무, 그 굽힐줄 모르는 완강한 생명력에 박수갈채를 보내지 않을 수 없었다.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은 아스라이 높은 곳에서 자기 개성대로 자기만의 모습으로 자연에 뿌리 내리고 살아가는 이름 모를 나무들을 바라보면서 고정된 틀에 얽매이지 않고 주어진 것을 투정없이 고스란히 받아서 생명을 이어가는 나무들이 다정하게 안겨왔다. 사람의 손길이 닿았으면 아주 이쁘게 가꾸어졌을 것 같기도 한 나무들, 너무 높은 곳에 있어 있는 그대로 들쭉날쭉하게 살아가는 그 모양새가 더 자연적이어서 좋았다.

2-3km 걸어서 길 왼쪽켠 나비곡(蝴蝶谷) 입구에   들어섰다. 나비곡은 길이가 2860m로 흙길과 돌쪼각들로 이루어진 길로 매 100m마다 메터 표기가 되어 있었다. 산으로 올라가는 길이라고 해봤자야 겨우 2-3메터 정도 너비의 길로 왼쪽은 검은 이끼가 낀 절벽이고 오른쪽은 낭떠러지이다.

바닥에 깔린 깨진 크로 작은 돌들을 보면서 왼쪽 절벽은 아주 오래전에는 채석장이었음을 알 수 있었다. 산을 향하는 사람들이 걸으면서 생긴 울퉁불퉁한 돌길, 걸어온 인생길처럼 결코 쉽지 만은 않은 길이었다.

나비곡을 올라가면서 눈에 특별히 띄우는 것은 연리목이었다. 서로 다른 뿌리를 갖고 있는 나무들이 얼마나 사랑에 목 말랐으면 4-5m 거리를 두고 줄기가 맞닿아 한나무로 줄기로 합쳐져 자랐을까 하는 생각으로 나비곡의 많은 연리목들의 사랑이 부러웠다. 연리목을 바라보면서 사람뿐만아니라 자연도 사랑할 줄 알고 서로 뜨거운 사랑을 하면서 살아가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꼬불꼬불하게 돌고 돌아 산으로 올랐다. 앞에는 아직 얼마나 많은 어려움이 기다리고 있고 얼마만큼 힘들지는 모른다.

80분 정도 걸었을까 몽롱한 안개가 다가왔고 바람이 불기 시작했고 안경에 이슬이 맺히기 시작하였다. 희고 흰 진한 안개속에서 그냥 묵묵히 산길을 걸었다. 2시간 넘게 걸어 끝내 2860m의 나비곡을 올라 호한파로 향하는 큰길과 합류했고 휴식터에서 잠간 휴식을 취할 수 있었다. 세찬 바람때문에 반팔로 땀에 흥건했던 온몸이 오싹해나서 가방에서 옷을 꺼내 더 걸치고  점심을 먹고 호한파(好坡)로 향했다.

호한로는 총 7600m로 그중 계단 길이는 1180m이며 해발 400m높이이다. 호한파로 들어서기 전 길 옆에는 많은 두견화가 흐드러지게 피어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었다.

처음 계단을 톺아오를 때는 별로 힘든 줄 몰랐으나 계단의 경사도가 크고 계단 높이가 높아서 얼마 올라가지 못해서 헐레벌떡이기 시작했고 숨소리가 거칠어져 옴을 느꼈다. 몽롱한 안개에 계단이 가리워 올리다 보아도 몇메터밖에 보이지 않았다. 땀이 얼굴을 타고 흘러내렸고 앞머리가 흥건히 젖었고 가방을 멘 뒤잔등이 열과 땀으로 뜨끈뜨끈해났다.

호한파가 왜서 “절망의 계단”, “죽음의 계단”으로 불리우게 되는지 한계단 한계단씩 점점 높은 계단을 향하면서 알게 될 것 같았다. 아무리 힘들어도 뒤로 물러설 수도 없었고 계속해서 목적지인 산정을 향해서 갈 수 밖에 없다. 때로는 힘들지만 힘들다고 해서 회피할 수도 없고 뛰어 넘을 수도 없는 일들, 수많은 소통들로 어려운 과정을 거쳐 진행되는 일들도 있었다. 과정이야 힘들지만 인내를 가지고 견지하다보면 언젠가는 풀렸고 그렇게 어려움을 딛고 성장하는 과정을 거쳐왔다.

견지만 하면 산정에 오를 수 있다고 자신을 향해 화이팅을 부르면서 경사도가 거의 70도로 되는 심한 곳은 손이 발이 되어 네발로 톺아올랐다.

갑자기 오른쪽 뒤다리가 당겨옴을 느껴서 그 자리에 멈추고 다리를 펴고 힘주었다. “힘내세요”, “물 마이고 오르세요” 뒤에서 이름 모를 누군가의 따뜻한 고무 격려의 말이 들려왔다.

호한파는 한가지 모습으로 우리를 향하지만 호한파를 밟는 각자 마음은 천가지, 만가지이다. 힘든 산행을 하면서 늘게 되는 것은 자연에 대한 경험과 지식뿐만아니라 인생에 대한 새로운 성장과 깨달음이다.

자기의 한계를 타파하고 정해진 목표로 향하면서 인생은 부단히 자기에게 새로운 목표를 정해 놓고 앞으로 나아가야 하는 길이며, 자기를 속박하는 그물을 집어 던지면서 더욱 높은 산정에 오르는 길임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었다.

거의 두시간 톺아오르니 머리카락에서 땀이 줄줄 흘러내렸고 심천제일봉이 눈에 환히 안겨옴과 동시에 끝내 산정에 올랐다는 기쁨으로4시간 넘게 톺아오르면서 겪었던 어려움과 육체적으로 힘든 것들이 괜찮아지는 느낌이 들었다.

안개가 너무 많이 끼어 심천시와 홍콩, 바다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없음에 아쉬움을 뒤로 하고 20여분 휴식하고 산정에서 내려왔다.

호한파를 내려온후 올라올 때의 길을 택하지 않고 평평한 북문으로 향하는 길을 걸었다. 발끝에 힘주어 내리막 길을 걷다보니 발가락 끝이 아파서 힘들었지만 자연의 아름다운 모습을 바라보느라면 다소 위안이 되었다. 몇십개의 굽인돌이를 돌고 돌아 3시간만에 오동산을 내려왔다

.육체적으로 너무나도 힘들었던 심천 제일봉 오동산 산행, 걸으면서 눈으로 보면서 귀로 들으면서 새로운 미지의 세계를 발견하고 탐색하고 사랑할 수 있고 의지를 연마할 수 있었고 아름다운 풍경과 함께 도사리고 있는 위험을 극복할 수 있고 보석같은 친구와 멋진 자연과 호흡을 함께 할 수 있어서 좋았고 새로운 인생의 발자국을 내 디딜수 가 있어 뜻깊은 추억의 하루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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