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봉 詩選 '亡者와 交感', 외 11수

시집 표지(디자인 이다연)

경기도 안산시에 살고 있는 흑룡강성 상지 출신의 김상봉 시인이 지난 3월 28일 '도서출판 바닷바람'을 통해 여든 둘의 나이를 극복하고 첫 시집 '별에도 눈물이 있다'를 출간해 재한중국동포사회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김상봉 시인은 "시인의 말"을 통해  "‘별에 눈물이 있다’란 詩集은 나를 사랑하고 내가 사랑하는 분들께 드리는 선물이다."며 "한국 생활 4년간 쓴 詩 700여 편에서 200편과 중국에서 쓴 시 한 편, 또 북한 여행 때 쓴 시 한 편을 추가하였다."고 밝혔다. 

시인은 특히 "이 시집을 묶을 것을 제안하고 용기를 주고 채찍질해준 김순덕, 최영화, 윤옥주를 비롯한 제자들이 고맙다."며 "이 시집의 출판에 도움을 주신 ‘도서출판 바닷바람’ 이동렬 발행인을 비롯한 편집진에 감사를 드린다."고 밝혔다.  

김상봉 시인
김상봉 시인

이동렬 '도선출판 바닷바람' 발행인 추천사에서 "교육사업에 한평생을 바쳐온 김시인은 지식과 문학에 대한 끊임없는 탐구로 이 사회에서 인정받는 지성인으로 우뚝 섰다."며 "200여 수의 짧은 시가 수록된 이 시집에는 '천년 바위'와 같은 묵직한 시적 주제와 인생철리를 표현하고자 애쓴 노력을 잘 보여주고 있다. 시적 언어도 간결하고 시적 사고와 표현도 좋았다. 올해 여든둘의 고령이시지만 지금도 시쓰기를 멈추지 않고 시집까지 펼쳐낸 김시인의 용기와 열정에 뜨거운 박수를 보낸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아래는 "별에 눈물이 있다" 시집에 수록된 시 12수를 골라 싣는다.  

 

 1.亡者와 交感

 

생각하면
코끝 찡한 길목에
坡平 尹氏가 누워있다
가신님 넋을 위로하는가
望頭石에 비둘기 앉아 운다
망자와 산 자의 길목
망자의 ‘지팡이’ 잡고
오르는 산
그리움이 동행한다
망자의 남은 길을 걷는다

 2022.07.28. 초고     
 


2. 어머니 옷

 

평생 한 번 입어보는
자궁 속 태반 옷
참 따뜻한 옷인 줄
이제 깨쳐 미안하다
삭막한 세상살이 속에
겹겹이 껴입은 옷이
금테 되어 몸을 옥죄었다
옥죄인 금테 옷
한 겹 한 겹 아프게 벗는다
갇혔던 독소를 약수로 훑어 내고 
흐르는 물에 거죽 때를 밀어낸다
냇물도 맑아지고 몸도 거뜬하다
가슴 속에 매일매일 자라는
어머니 품이 따뜻하다

 

 3. 별에 눈물이 있다

 

별에 눈물이 있다
물 머금은 별이 하늘에 있다
 
상흔에 돋던 눈물
밤 되어 우는 별
별 하나 나 하나
눈물의 별을 띄웠다
밤이면 들리는 들려오는

가신님 울 어-매
흰 옷가지 바래 우시며 
구슬피 부르는 자장가에
하늘이 ‘어-매!’ 땅이 ‘어-매!’ 
불타고 흐르는 눈물

별에 눈물이 있다
말간 하늘에 있다

2023.02.24.

 

4. 너에게도 나에게도

 

삼천궁이여 옛 정기는 살아
너에게도 나에게도
낙화암이 서 있다
백마강이 흐른다

피는 동백도
지는 동백도
간다고 오라고
백마강을 빨갛게 물들인다

떠가는 동백 꽃잎
삼천 궁녀 넋이
가신다고 가-신다고
낙화암, 백마강이 흐느낀다
*백제의 궁녀들이 치욕을 당하지 않으려 
낙화암에서 백마강에 투신했다

 2020.11.09.

 

5. 연리지連理枝였으면

   

조물주는
씨앗들을
여기저기 뿌렸다
넌 뿌리내려 한 곳
별을 보고 그리워하는 연인
난 부평초 되었어 흐르는
별을 그리는 방랑 가인이 되었다
연리지連理枝였으면
한 곳에서 한 별을 그리워했을걸
연리지였으면
부평초여도 한 별을 사랑했을걸
조물주는
죄 많은 두 알 씨앗을
여기저기 뿌려 놓아
별을 보며 그리워하게 했다

 2023.02.12.

 

6. 조각달

 

개 뜯다 버린
뼛조각
빛 잃은 조각달

한 하늘
외롭게 지켰건만
버려진 몸

나도 곁들어
우노라 달아
종착지는 어디

우리 모두
버려진 몸
고향 잃은 몸

나도
누가 뜯다 버린
조각달이라네

 

 7.추억

 

저기 
꿈나무 쓰러지고
백양 가지에
까마귀 까옥까옥 웁니다

허허벌판
봉분 하나 오뚝
제석에 놓인 백합꽃 한 송이
눈보라에 묻어갔습니다

춘삼월
늙어가는 세월
꽃이 펴야 할 봄날에
피지 못한 꽃에 웁니다

 

 8. 학

 

백학의
도고한 기품
껑충껑충
해 종일 흐르는 물에
글을 쫓는다

산기슭
들 기슭
솔가지 끝에
雌雄이 더듬는 명상

물결에 실려 천리
바람에 실려 만리
情愛의 가락
천년 꿈을 펼친다

 

9.팥죽
-전설을 읊는다

 

疫鬼 붙어
西施 된 당신께
아기 冬至
붉은 팥알 물
새알심 동동
손에 받쳐 올리오

문지방에 한 숟가락
아기 귀신 냠냠
역귀를 싸안은 아기 귀신
얼마나 고읍소
당신의 따뜻한
낮과 밤의 미소

농익은 사랑
입에 녹는 진심 감칠맛에
달뜨는 가슴
오가는 별
천년 세월 가오

 

10.墓碑

 

默言이어도
발이 닿는 곳
보리밭 파랗게 뜨고
종달새 노래 들려오는 곳
저녁밥 연기 손짓하는
엄마의 부름소리
사립문 넘는 곳
우뚝 선 山
마음의 고향이여

 

11.꽃에

 

빨간 불티 한 점
눈을 콕 찌른다
향기에 몸이 젖는다
심장에 흐르는 전류
송두리째
나를 잃게 한다

 

12.마른 잎에 타는
-冬天에 타는 꿈

 

을씨년스럽다
허리 굽히고
가슴을 웅크리고
마른 잎에 당긴 불꽃
冬天의 놀을 잡는다
하늘을 휘어잡아도
빈손을 털어 낼 뿐이다
産苦에 젖은 수건 짜낸다 
땀방울이 별 되어 튀어 오른다
冬熟의 白夜에
冬天에 水墨畵 한 점 그린다
冬天을 가르고 새가 날아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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