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금단 약력: 연변대학 조문학부 졸업, 연길시 중학교 교사 경력, 현재 혜주시 무역회사에 근무

잔잔한 일상에서 새 출발을 하면서 그 과정에서 새로운 것들을 경험하고 새로운 삶의 의의를 발굴하면서 살아가는 시간들은 행복하고 아름다운 일상이다. 그래서 늘 새로운 출발을 꿈꾼다.

주말에 해발 1,256메터의 혜주시 백마산을 다녀오기로 계획하였다. 뭇 산 흰돌들의 모양이 흰 말과 같다고 붙여진 이름 백마산, 하루 강아지 범 무서운줄 모뒤척거리다가르는 격으로 가파른 벼랑들의 유혹에 못이겨 기쁨 반, 설레임 반으로 뒤척거리다가 험난하고 가파로운 수많은 돌바위들과 벼랑들을 톺아오르면서 산정에 오르는 짜릿한 경험을 만끽하고 싶었다.

사람 인(人)자와 산(山) 두 글자가 합치면 이루어지는 선(仙), 선의 사전적 의의는 비범한 사람, 범속을 초월한 사람이라는 뜻이다. 스스로 산인이라고 자칭한 제갈량, 삼국연의에 등장하는 초선차전(草船借箭) 이야기, 짚더미를 쌓은 작은배 20척을 이끌고 조조 진영에 다가가 화살을 쏘게 하여 10만대에 달하는 화살을 획득했던 제갈량의 범상한 지혜는 산에 많이 몸을 담그고 있으면서 나온 지혜가 아닐까고 생각해본다. 그래서 산과 많이 접촉하느라면 선의 의미를 어쩌면 이해할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에 산이 더욱 친절하게 다가온다.

출발해서 한시간 반만에 도착한 백마산, 산 입구로 통하는 길이 개발되지 않아 반시간동안 걸어서 입구에 도착하였다. 4월이라고 하지만 영상 31도의 날씨에 바람 한점 없이 찜통같은 수림을 반시간쯤 오르고 나니 발바닥에 불이 붙는 것 같아서 신발을 벗어 버리고 싶었다. 계속해서 가파로운 대나무숲을 톺아오르면서 옷은 이미 흠뻑 젖어들기 시작했고 들쑥날쑥한 큰 돌바위들은 손발이 모자라 무릎까지 써가면서야 오를 수 있었다. 한시간쯤 올랐을까 끝내 설레이며 꿈꾸던 10 메터짜리 벼랑 앞에 흥분으로 마주섰다. 수직으로 하늘 향해 솟은 벼랑, 발 디딜 곳이 마땅하지 않았고 바위가 매끌매끌해서 전신의 힘을 발바닥에 주어야만 미끌어지지 않고 벼랑에 발을 붙일 수 있었다. 두손으로 바줄을 꼭 쥐어잡고  한걸음, 두걸음 생애 처음으로 험한 벼랑을 간신히 올랐을 때 말로서는 이루다 형언할 수 없는 그 기쁨, 그것은 자신과 자연에 대한 도전의 성공에서 오는 기쁨이고 희열이었다.

계속하여 가파른 돌바위들과 벼랑을 톺아 오르내리면서 하나, 또 하나의  산정들을 경험하였다. 눈앞에 펼쳐지는 흰 돌바위, 기암괴석과 하늘 높이 울창하게 뻗은 대나무숲, 천태만상의 모습으로 자연은 나름대로의 모습으로 고스란히 자신을 우리한테 보여주고 있었다.

드디어 도착한 평평한 곳, 점심을 먹고 잠간 휴식을 취하고 다시 출발했다. 혼자서는 오를 수 없는 바위, 앞에서 손가락을 걸고 당겨주어서야 겨우 많은 곳들을 톺아 올랐다. 쉬었다 가다가를 반복하면서 산정에 올랐을 때는 오후 2시, 산에 오르는데만 5 시간반이 걸렸다. 산정에 올라서야 백마산은 산행 경험이 있는 사람만 가능한 산행이라는 뜻이 무슨 뜻인지 알게 된 것 같았다.

푸르른 산을 사방으로 둘러보았다. 산은 나한테 잘 왔다고 묵묵히 말을 걸어온다. 자연과 교감하면서 높은 곳에서 멀리 바라보면서 아름다운 자연을 향수하는 순간만큼은 행복한 순간이고 두고두고 꺼내 볼만한 멋진 추억이 되는 순간이다. 망망하게 펼쳐진 대자연은 봄에서 여름의 문턱에 들어서고 있어 검푸름을 선물하고 있었다.

해가 넘어가기 전에 산밑까지 도착해야 하기에 바로 하산을 시작하였다. 산행 로정이 길어서 누구에게나 다 똑같이 물이 모자라거나 얼마 남지 않았고 휴대한 과일이 얼마 남지 않았음에도 손을 내밀면 선뜻 내어주는 팀원들의 고마운 그 마음, 서로 익숙한 사이는 아니더라도 함께 산행하는 시간만큼은 함께 서로를 내어주고 따뜻한 손길을 내미는 시간이다. 갈증에 목이 타는 듯이 말랐을 때 넘겨받은 눈물 겹도록 고마운 한 알의 사과, 평생 그렇게 맛있는 사과는 백마산에서 처음으로 먹어 보았다.

하산하면서 산을 따라 형성된 백분주(白盆珠) 저수지가 아름다움을 빛뿌리면서 자연의 아름다움에 빠져드는 행복한 시간을 만들어주었다. 울울창창한 밀림과 대숲을 지나고 많고 많은 바줄을 타고 내리면서 때로는 헛발을 디딜 때도, 바줄에 허공 매달릴 때도 있었지만 곁에서 늘 조심하라고, 힘내라고 일러주어서 힘이 되어 하산에 성공하였다.

등산하는데 다섯시간 반, 하산하는데 다섯시간, 왕복 총 18km 거리, 힘들고 어려운 과정을 용케도 소화해낸 자신에게 스스로도  감탄이 갔다. 산과 많이 접촉하면서 높은 곳에 올라 낮은 곳을 많이 보느라면 삶의 현실 바닥에서 깨우치지 못하는 것들을 어느 순간 깨우치게 된다. 산을 찾는 이유는 결국 자연과 접촉하면서 자신을 깨우치는 일이라고 생각된다. 그래서 산행이 힘들어서 다시는 산에 오르지 않겠다고 산에 몸 담고 있는 힘든 어느 순간 생각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또 다시 산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자신의 모습을 찾아 어느 날 또다시 산을 찾게 된다.

살다보면 누구나 어떻게  더 행복하고 즐거운 삶을 살 것인가 고민하고 노력하고 애쓴다. 단 삶의 무게때문에 주어진 것에 자신을 순응하며 살아가는 경우가 많지만 산행은 두발로 걷는 만큼 내가 원하는 대로 살아가는 삶의 한쪼각으로, 힘들지만 나의 의지에 따라 아름다운 추억이 될 수 있는 삶의 편린들을 엮을 수 있는 것이다. 책 만권을 읽고 만리길을 걸으라는 말이 있다. 이제 남은 인생 많은 책들을 읽으면서 자신의 내면세계를 풍부히 하고  집이라는 울타리를 벗어나 자연과 더불어 살아간다면 이 또한 멋진 인생이 아닐까 싶다. 그래서 오늘도 다음번 아름다운 새 출발을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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