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한동포문인협회 迪卡詩 분과 [제45호]

 

본능에 충실하는 것

콘크리트 바닥이든 틈서리든
어디나를 막론하고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단 하나

 


 

<시작노트>

김성옥 프로필: 문화정도-대졸. 흑룡강성 조선족문인협회 회원, 재한동포문인협회 회원. 북경조선말방송, 연변녀성, 흑룡강신문 등에 수필 다수 발표.
김성옥 프로필: 문화정도 대졸. 흑룡강성 조선족문인협회 회원, 재한동포문인협회 회원. 북경조선말방송, 연변녀성, 흑룡강신문 등에 수필 다수 발표.

소학교 5학년 때 아버지가 질병으로 두 다리를 못 쓰는 장애인이 되고 중학교를 졸업하고 농촌에 내려간 18살 되는 해에는 오빠가 군 입대를 하였다. 나는 엄마와 함께 세대주 역할을 하게 되었다. 부모님이 물려준 강인함과 근면의 본능으로 나는 세상살이에 용맹하게 뛰어 들었다…

콘크리트 바닥 틈을 뚫고 나온 괭이밥을 보는 순간, 나의 전반생이 주마등처럼 지나가면서 눈앞의 연약한 생명체에게 응원을 보내고 싶었다.


 

<평설>

이준실 프로필: 재한동포문인협회 중국지회 회원.
이준실 프로필: 재한동포문인협회 중국지회 회원.

근년 들어 각광받는 교육 이론 중의 하나가 뇌기반 교육이다. 뇌기반 교육의 이론에 따르면 사람은 선천적으로 좌뇌형, 우뇌형, 전뇌형으로 나뉜다. 전뇌형이 이상적인 뇌이다. 조기 교육을 통해 의식적으로 좌뇌형의 아이는 우뇌의 개발에, 우뇌형의 아이는 좌뇌의 개발에 치중하여 최고의 사령부인 사람의 뇌를 골고루 발달시키는 것이 뇌기반 교육의 목표이다. MBTI 성격유형 이론, 에니어그램 이론 모두 뇌기반 교육 이론과 일맥상통하다. 선천적인 본능의 기초상에서 후천적인 교육을 더하여 사람들로 하여금 보다 효능적으로 사회적 적응에 임하게 하려는 것이 목적이다. 현재 학생, 직장인, 자녀를 상대로 한 현대 교육 기구, 프로그램, 도서는 풍부하다 못해 갈피를 못 잡게 허다하다.

과거에 우리들의 부모님을 포함한 윗세대들의 선진적인 교육 이론과 상식에 대한 인지 정도가 어떤 수준이었는지는 딱히 알 수 없지만 평균적으로 현대인보다는 낮았을 것이다. 삶이 풍요롭지 못했던 세월, 우리의 부모님들 앞에 놓인 급선무는 한집 식구가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는 일 즉 생존 본능에 충실하는 일이었다. 그렇다고 우리의 삶이 피폐하기만 했던가? 나에게도 엄마가 핑크빛 바탕에 자줏빛 꽃무늬가 돋친 천으로 지어준 치마를 입고 소학교에 입학하던 날이 아름다운 그림으로 기억에 남아 있고, 여남은 살 되던 해 여름 방학, 휴가 차로 귀향했던 이웃집 친구의 군인 삼촌이 내 또래들을 데리고 마을 뒷동산에 소풍을 갔던 그날이 동화 속 한 장면으로 기억에 남아 있다. 우리는 그런 추억들을 적당히 먹으며 건실히 자랐다.

콘크리트 바닥 틈서리를 비집고 나온 괭이밥 한 포기, 수분은 충족할까? 계단을 오르내리는 발부리에 밟히고 채이지는 않을까?... 부질없는 걱정인 듯 하다. 푸른 하트들을 가느다란 팔로 떠이고 세상을 마주한 모습, 거기에 앙증맞은 꽃망울까지 잉태하고 있다. 만만찮은 운명에 직면한 가녀린 괭이밥의 도전이 무모한 짓이라고 누가 쉬이 단언하랴.

괭이밥의 꽃말은 빛나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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