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어회(외 5수)/ 김현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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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필: 
중국 조선족시몽문학회 회장.
순수문학지 <시몽문학> 편집주간,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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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를 삼키며
살아온 한생이 그렇게
폭싹... 
삭아있음을 몰랐을게다

눈 뜬 살점들이
썰려나간 세월에
고스란히 슴배어있다

콕 쏘는 암모니아 냄새
갈매기 되어 가슴에서
깃 치며 운다

꺼으 꺼으...
바닷새 닮은 목소리가
또 한점 아픔 집어
입가로 가져가면

곁에서
폭 삭은  기다림 하나
홍합의 사막에  걸리어있다

 

투, 투(吐,吐)...


밑굽 젖은 바위의 언사가
어둠 각색해간다
빛의 탈출, 전류의 세기에 
늘어붙어있다

플러그의 접속사
눈뜬 세상 안아눕히는
속주름에 이슬 감추고
눈꽃 향기가
구름의 나이에 괄호 닫는다

주스의 밀도, 믹스의 동음
하루를 세탁해가고
첨밀밀, 
밀려난 시어들이
체감의 표정 움켜쥐고 있다

스마트계단...
스크린도어 열리는 음악으로
단춧구멍 꽃피워두고 있다

 

반고(盤古)의 뜨락


참선하는 그늘에서
아침이 기어나온다
입에 물린  태양의 지느러미
산하에 빛살로 퍼덕인다
먼 지평의 머뭇거림
어둠에 앉아 지구를  지켜본다

별들의 놀란 눈길
기억의 사막 싹 틔워도
바다, 멍들어있고
출렁이는 에메랄드 공간 속으로
점점점 커져가는 하늘

슬픔의둔덕에 입 맞추는
갈새의 소음마저
이별의 발등에 꽃으로 핀다

티라노사우르스
그 눈빛 닮은 내일이
합장의 틈서리에서
향기로 돋아나고 있다

봄이도다 밤이도다 
광선의 고향이
사막의 뭍에 닻 내리고 있다

 

도(道)의 실체 그 너머에


벽이 다가섰다가 물러선다
그 속에 별들의 페이지가
알갱이로 점 박혀있다
시간이 물 되어 응고될  때
물망초 서걱이는 소리
프로펠러 동음으로 새벽을 연다

어둠 포개 접는 메모마저
아녀자의 속곳에 주름 감추고
지아비 헛기침소리가 
암야 앞세운 수화기의 질서 
묵새기는데

툰드라 돌아눕는 찰나의 사색
눈꽃향 수놓아 간다
구름의 안색 질려있다고 말할 것인가
벽이 다시 물러서고
천년 사념 도배되어간다

허겁의 하루, 억겁 숙명에 길들어있다

 

밤비의 존재를 들으며


어둠에 깃 펴는 밀어
안테나의 뿔난 시간 감아쥐고 
삭힌 홍어 뿌잇한 시선에
묵상 길어 올리 듯
무지개의 공간 덧칠해간다

아라비안나이트 그 잔인한 유혹
허겁 점박아두듯이
난바다의 설렘으로
번갯불 사랑에 뿌리 내린다

가라, 가라, 쇼크하는 기억
새벽이슬에 꿈 벗어두며
구겨진 바다에 입 맞추는
순종의 행적...

하루가 절렁절렁 돌아가고 
면풍 맞은 스크린 도어에
실각의 늪, 발 담그고 있다

 

천국의 색조


계단 딛는 바람의 자국
실각의 입술마다 빛의 넋으로
응고되어 있다
물기 젖은 생각이
꽃사태로 들을 덮는데

낱말의 고향은 어디,
촉각 세우는 사막의 메아리
숙념의 이랑에
파도의 분말 새겨 넣는다

아픔의 대안에 별은 빛나고
점선의 이음새에서
눈썹 하얀 
립스틱 걸어 나오시겠지

미소 꺼내 바르며 
하늘 물들어가고 있다
가슴 부푼 꽃망울 
그 비기(秘记)를
아침이 숨 죽여 지켜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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