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동근 재한동포문학연구협장(부경대학교 교수)

예동근 재한동포문학연구회장, 부경대학교 교수.
예동근 재한동포문학연구회장, 부경대학교 교수.

친숙한 대림.

한국에 살고 있는 조선족에게 있어서 대림은 양꼬치와 마라탕처럼 한국화 되면서 친숙하게 지내는 동네가 되었다. 전춘화작가의 인기작 『야버즈』에 나오는 주인공 경희처럼 고독하게 오리목을 맛있게 씹고 있는 사람들도 많다. 대림에 오면 자신이 조선족인지? 재중동포인지? 호명에 신경을 쓰지 않고 맛깔스럽게 모든 음식을 먹을 수 있다.

솔직한 대림.

12번 입구에서 나오는 순간 대림은 자신의 정체성을 과감하게 노출하고 있다. 「김뚱보개고기집」이란 한자간판이 걸려 있다. 식당입구에 서너 개의 거대한 가마솥에서 소고기, 개고기가 끓고 있다. 음식점에 들어가면 함경도, 경상도, 평안도의 조선말이 오가고 있으며 강한 향을 뿜는 중국술이 배열되어 있다. 벽에는 모택동의 사진그림이 있는데 그 눈길은 맞은 켠에 걸려 있는 TV화면에 나오는 유재석을 보고 있는 것 같다. 모택동과 유재석, 시대를 넘는 초월의 눈길!

벅적한 대림.

주말이면 밀린 환갑잔치, 결혼잔치, 돌잔치, 생일잔치로 넘친다. 술잔 부딪치는 소리, 노래소리로 주말마다 축제가 벌어진다. 동창회, 동향회, 환영회, 환송회 다양한 모임들이 여기서 부딪치고 있다. 요즘은 춤바람까지 나서 멋쟁이로 변신되어 전문무도장에서 교제의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주말의 대림은 벅적하지만 다른 말로 표현하면 “삶이 역동적이다”라고 할 수 있다.

 딜레마 대림.

 대림도 변신하고 싶다. 옆동네가 가산디지털단지로 이름을 바꾼 것처럼 새로운 정체성을 갖고 싶은 욕구로 꿈틀거리고 있다. 그런데 수천명의 중국인들이 집중거주하면서 발전경로가 완전히 바꿔어 버렸다. 중국인의 상권과 한국인들의 거주권의 갈등양상이 심화되면서 복잡하고 다양한 에스닉갈등으로 시선이 고착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대림은 서울의 주변부이고,  대림은 거주중심의 토지공간은 핵심가치는 사용가치이다. 하지만 외국인들이 집중화되면서 에스닉상권이 재생되면서 토지의 교환가치가 증대하면서 자본주의 공간장소의 충돌이 잦는 지역이 되었다.

빗나간 역습

  전형적인 자본주의 국가, 자본에 움직이는 도시공간이 갑자기 “조선족(중국인)-원주민”에스닉갈등에 집착하면서 문화충돌, 관습차이, 시민수준, 낙후 등 다양한 “낙인찍기”프레임 구성과 반프레임에 갇힌 대림이 되어 버렸다. 대안으로 “화합”, “자성”, “계몽”, “혁신”등 내부자치운동으로 벅적하고 있다. 우발적 사고가 터지면 곧 “범죄프레임”에 씌우거나 이것을 벗어나기 위해 바득바득 애를 쓰고 있다.

어게인 대림

 대림 활동가, 정치인, 지역유지들이 대림의 화합을 위한 노력들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장시기 효과로 볼 때 역효과가 더 크다. 작은 선의의 ‘다문화주의’,‘민족주의’,‘탈계급주의’노력들은 “조선족 부정적 이미지‘를 더욱 고착화시키고, 장기화시키며, 상권토지공간을 에스닉화 시킴으로써 교환가치를 하락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상권분화와 에스닉상권의 집중화, 거주권의 분화를 더욱 강화하기에 결론적으로 ”지역공동체“ 분절화, 계층화, 분화로 초래하는 것이다.

 대림은 다양해야 한다. 거대한 숲처럼 다양한 종류의 동물, 식물들이 살아야 풍성한 숲을 이룰 수 있는 것이다. 살림의 자연스러운 경계를 인간이 약한 동물을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도처에 철사슬로 울타리를 만들면 보호가 아니라 함께 서서히 죽어 가는 것이 되는 것이다.

대림칼럼 발표 100호를 기념하면서 大林을 다시 생각한다. 우리가 본질적으로 자본주의 공간으로서 대림을 둘러 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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