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기식 한중도시우호협회장ㆍ서울미디어대학원대학교 석좌교수

'난득이실(難得易失)'이라는 말이 있다. 공을 이루기는 어렵지만 망치기는 쉽다는 뜻이다. 사기(史記) 회음후열전(淮陰侯列傳)에 나오는 말이다.

세상사가 다 그렇다. 개인의 삶이든 국가의 명운이든 이루기는 어렵고 망치기는 쉬운 법이다. 그래서 계승과 발전이 중요한 것이다.

얼마전 문재인 전 대통령이 탄식하며 했다는 말이 시중에 회자됐다. "5년 동안 이룬 성과가 한순간에 무너지고 있다"는 말이다. 자신이 발탁해 검찰총장에 임명한 사람이 대통령이 되어 자신을 공격하고 부정하는 것을 지켜보기 힘들어서 나온 말일 것이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문 전 대통령은 이 상황에 대한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

지금 이 나라는 근본이 무너지고 있다. 대한민국은 좌파의 나라도 우파의 나라도 아니다. 한때 남로당을 했던 지도자도, 민주투사였던 지도자도, 기업인이었던 지도자도 국가발전을 위해 각자의 방식으로 헌신했다. 그런 힘들이 모여 가난하고 보잘것 없던 나라가 선진국이 되었다.

공자는 '근본이 바로 서면 길이 열린다(本立而道生)'고 했다. 그가 말하는 국가의 근본은 신뢰(信)와 안보(兵), 경제(食)이다.

윤석열 정부가 수많은 논란 속에 취임 1주년을 맞았다. 특이한 집권방식 만큼이나 윤 정권의 행보는 과거 정권들과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윤 정권의 행보에 대한 여론의 평가는 부정적이다. 각종 여론조사를 보면 부정평가가 60%안팎으로 나타난다.

공자의 관점으로 보면 근본이 무너지거나 흔들리는 조짐이 보인다.

우선 신뢰(信)의 문제를 들 수 있다. 공자는 신뢰를 사회를 지탱하는 근본으로 보아 "신뢰가 없으면 바로 설 수 없다(無信不立)"이라는 말을 했다.

윤 정부의 낮은 지지도는 낮은 신뢰지수를 보여준다. 문재인 정부 출신으로 문 정부를 붕괴시킨 집권이력 부터 신뢰와는 거리가 있다. 문재인 정부 적폐청산을 비난하면서 검찰 수사 만능주의에 빠져 '검찰 공화국' 소리를 듣는 것도 신뢰사회 건설과 거리가 멀다. 윤석열 대통령은 검찰 출신 답게 법치주의를 금과옥조(金科玉條)로 여기지만 법이 모든 걸 해결할 수 있다면 정치가 왜 필요한가? 취임 1년이 다 되도록 국회 다수당 대표와 대화하지 않는 것은 오만일 뿐이다. 국회 다수당과 대화하지 않고 일방통행으로 국정을 밀어부치면 국민통합과 신뢰사회는 물건너 간다.

안보(兵)와 관련해서는 걱정과 우려를 넘어 탄식이 나온다. 미중일러의 4강에 둘러싸인 반도국가이자 분단국가인 한국의 지도자가 미중 전략경쟁에서 미국의 반중국 포위전략에 앞장서는 것은 '국익외교'가 아니라 '반국익외교'일 뿐이다. 친미 성향 참모들에게 포위돼 한반도의 미래를 고민하지 않는 친미 일변도의 위험한 길을 가고 있다. 미국이 원하는 말을 해주고 중국ㆍ러시아와 등을 돌리고 있다. 그 결과 대(對)중 무역적자는 15개월째 계속되고 러시아는 북한에 대한 군사지원을 언급하고 있다. 미국 핵잠수함의 한국 기항은 단순히 북한을 겨냥한 것이 아니라 중국과 러시아를 함께 겨냥하는 것이다. 결국 한반도의 핵긴장만 높일 뿐인 잘못된 선택이다. 보수 중의 보수인 노태우 정부가 열어젖힌 북방외교 30년의 노력이 물거품이 되고 한국이 신냉전의 최전선이 되고 있다. 일본의 과거사에 면죄부를 주고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의 들러리가 될 위기에 처했다.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를 막지 못하면 한국의 바다는 청정수역의 이미지를 잃고 수많은 어민들의 생계와 국민 건강이 심각한 위협을 받게 될 것이다.

경제(食) 문제도 심각하다. 중국과의 갈등으로 중국의 리오프닝에 따른 수혜를 누리지 못하고 있다. 반면 윤 정부가 그토록 믿고 있는 미국으로부터는 원하는 만큼 경제적 혜택을 얻어내지 못했다. 반도체 수출 부진 등으로 국가 경제가 어렵고 민생경제도 물가상승에 따른 실질임금 삭감으로 어렵다.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외치며 친기업 정책을 밀어부치고 있으나, 기업인들도 행복하지 않다. 극히 일부분에 불과한 문제를 가지고 노동계 전체를 파렴치 집단으로 내몬 것은 산업화 이후 한국 경제 발전을 위해 헌신한 노동의 역사에 대한 모욕이다. 얼마전 분신자살한 건설노동자도 유서에서 모욕당했다는 말을 하지 않았는가? 국가 경제의 발전은 노사 화합과 존중을 바탕으로 이뤄지는 것이다. '기업하기 좋은 나라'와 '노동하기 좋은 나라'는 기차의 두바퀴 처럼 함께 가야하는 것이다.

5년 단임정부의 1년은 5년 임기의 성패를 좌우한다. 문재인 정부의 문제도 짧게 끝내야할 적폐청산을 5년 내내 끌어간 데 있다. 취임 1주년을 맞은 윤석열 정부는 자축의 샴페인을 터트릴 때가 아니다. 경제와 민생, 안보의 3각 위기가 쓰나미 처럼 다가오고 있다. 흔들리는 국가의 근본을 다잡고 성공하는 국가를 만들기 위해 숙고하기 바란다. 중국ㆍ러시아와의 관계를 복원하고,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 대화해 협치를 하는 것이 첫걸음이다.

필자/권기식 한중도시우호협회장ㆍ서울미디어대학원대학교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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