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룡 다가치포럼 대표
김정룡 다가치포럼 대표

필자가 시골에 있을 때 마을에 한족이 한 가구 살고 있었다. 그 세대주는 말을 먹어 유창한 표현은 아니었지만 말을 할라 치면 기가 막히게 유머가 넘치고 말재주가 아주 재치가 있어 사람들이 일손을 멈추고 그의 말에 귀를 기울이면서 한바탕 호탕하게 웃곤 하였다. 그때 그 시절 언변이 좋은 사람을 ‘쟤는 오늘 정치가 잘 되네.’라고 놀리곤 하였다. 그는 진짜 매일 ‘정치가 잘 되는 사람’이었다.

때는 문혁의 종말을 알리는 ‘4인방’이 타도된 지 1년이 지날 즈음이었다. 어느 날 그는 또 정치를 하기 시작하였다. 그가 왈, “요즘 참 이상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모든 잘못을 ‘4인방’에게 덮어씌우는데 마치 반창고처럼 어디에 붙이면 어디에 붙는 현상과 같다. 나는 이 사회 분위기를 반창고현상이라고 말하고 싶다.”

만약 그 당시 어느 유명한 사회인사가 이런 말을 했다면 전반 사회적으로 회자가 되어 널리 유행되었을 것이다. 아쉽게도 그는 소학교(초등학교) 문도 제대로 나오지 못한 거의 무식쟁이나 다름없어 그 유명한 말도 그냥 묻히고 말았던 것이다. 하지만 필자는 그때부터 그의 반창고현상 이론을 잊지 않고 종종 써먹는다. 

중국에서 토템시로 유명한 사람이 있다. 전 길림신문 사장, 장백산 잡지 사장을 역임한 남영전 씨다. 조선족으로서 토템시를 쓴다는 것은 대단이 쉽지 않은 일이다. 높게 평가할 만한하고 높게 평가해야 마땅하다. 필자도 그의 시를 접하기 전에는 조선족 중에 토템을 다루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에 무척 고무되어 높게 우러러보았다. 그런데 정작 그의 토템시를 접하고 나서 의문투성이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하였다. 

1년 전으로 기억된다. 필자는 그의 토템관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반박 글을 발표했다.

반박의 요지는 이렇다. 남영전 씨는 토템을 마치 모든 인류문화의 근원인 듯 포장하는데 이는 역사흐름에 반하는 주장이다. 인류역사의 흐름은 모계시대와 부계시대 크게 두 줄기로 나누는데 부계시대 역사는 모계시대역사에 비해 새발의 피이다. 무슨 말이냐면 하루를 24시간으로 나눈다면 모계시대역사는 23시간 59분을 차지하고 나머지 1분이 부계시대에 해당된다. 토템문화는 부계시대에 들어 생겨나기 시작하였는데 남영전 씨 주장대로라면 인류문화의 토대로 되는 모계시대문화가 전부 말살되는 것이다. 

토템을 모든 문화의 근원으로 보는 남영전 씨의 주장이야말로 토템을 아무데나 갖다 붙이는 반창고현상이다. 

남영전 씨의 토템시가 요즘 어느 포털사이트에서 연재되고 있는데 그의 반창고현상이 심각하게 드러나고 있다. 

저자는『삼국유사』의 기사들을 토템시로 풀어냈는데 모든 기사에 등장하는 모든 동식물 및 자연의 물까지 전부 토템이라고 해설하고 있다. 이 또한 심각한 반창고현상이다. 저자는 박혁거세 편에서 ‘태양알’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는데 필자는 과문한 탓인지 지식이 짧은 탓인지 처음 들어보는 용어이다. 

부계시대 들어 토템이 생겨나기 시작하였는데 그 시대 토템은 주로 뱀, 새, 태양 세 가지였다. 뱀의 특징은 평소에는 나른하게 있다가 일단 공격 시에는 빳빳하게 세우는 모습이 남자의 심벌과 같아서 뱀은 남자의 상징이며 부계시대 첫 우두머리인 복희가 뱀이었다. 새는 지구촌 여러 민족의 토템이었다. 이집트에서는 매가 토템이었다. 영국에서는 남자의 물건을 새라고 표현하는데 역시 새를 토템으로 삼은 문화적 잔재이다. 중국에서는 제비와 까마귀가 토템이었다. 상송(商誦)에 ‘하늘이 현조(玄鳥, 제비)에게 명하여 설(契)을 낳게 했다.’는 구절이 있는데 설이 바로 상의 조상이다. 동이족 역사에서 난생설화가 많이 등장하는데 새를 토템으로 삼았다는 증거이다. 또 중국에서는 모계시대 때의 까마귀의 발이 세 개였다가 부계시대 들어 세 개의 발을 가진 까마귀가 등장한다. 이것을 삼족오라고 표현하는데 가운데 발은 수컷의 물건을 상징한다. 또한 까마귀가 하늘을 날고 태양이 하늘에서 떠다니는 동일현상 맥락에 의해 까마귀가 태양을 등에 지고 나는 그림도 등장한다. 새와 태양이 하늘을 날아다니고 떠다니는 현상을 숭배한 것은 남성들의 지위를 높이려는 의도였다. 필자는 새와 태양의 토템 관련 자료를 아무리 뒤져보아도 ‘태양알’이라는 용어를 발견하지 못했다. 

남영전 씨의 연재 중 제26편에 신효거사 관련 시가 등장한다. 저자는 해설에서 다섯 도사의 토템이 학이었음을 말한다고 했다. 이 또한 저자가 반창고현상에 빠져든 결과라고 지적하지 않을 수가 없다.

『삼국유사』저자 김일연은 신효거사의 연대가 불분명하다고 했다. 하지만 신효거사가 7세기 중후반 혹은 그 이후의 사람이었다는 것은 쉽게 유추할 수가 있다.『삼국유사』「탑상(塔像)」편에 이르기를, “자장법사 27대 선덕왕(善德王) 5년(636년) 당(唐)에 건너가 불법(佛法)을 구한 고승이다” 김일연이 신효거사를 자장법사 이후의 사람이었다는 언급이 강력한 근거이다.

필자는 왜 여기서 신효거사의 연대에 대해 파고드는 걸까? 토템의 역사를 밝히고 남영전 씨의 반창고현상과 같이 잘못된 토템관을 지적하기 위해서이다. 

앞에서 또 예전의 글들에서 누누이 밝혔듯이 토템은 인류문화를 태동시킨 장본인이 아니라 썩 후에 역사무대에 등장한, 정확히 말하자면 부계시대 진입해서 부족시대의 산물이다.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인류는 같은 혈연으로 맺어진 씨족사회로부터 같지 않은 혈연으로 집거지를 형성하여 생활을 영위하는 부족시대에 들어서게 되는데 여러 혈연의 사람들을 한 집단에 융화시키려면 공통으로 인정하는 상징물이 필요했고 그 상징물이 바로 토템이었다. 일례로 중국 서부지역 여러 혈연의 사람들이 양을 상징물로 하나의 부족집단을 형성하였는데 양이 바로 그들의 토템이었다. 염제가 바로 양을 토템으로 한 부족집단의 우두머리였다. 중국에서는 뱀, 새, 양, 소, 승냥이, 범 등등의 동물들이 토템으로 역사무대에 등장했다. 수만 개의 혈연집단이 토템을 중심으로 점차 뭉치고 또 뭉치면서 자신들이 본래 갖고 있던 토템이 사라지고 끊임없이 새로운 토템 혹은 가장 힘이 센 혈연집단의 토템을 받아들이고 공동체 생활을 영위해오다가 국가시대에 들어 하나의 상징물로 조상을 삼게 된다. 중국의 경우 용이 전체 중화민족의 토템으로 부상했다. 이것이 바로 부족사회에서 부족연맹, 부족연맹국가로부터 국가에 이르는 과정이었다. 

토템은 지구촌에서, 정확한 연대는 같지 않았지만 거의 비슷한 시기에 등장했다가 사라진다. 즉 부족사회, 부족연맹, 부족연맹국가시대에 걸쳐 토템이 성행하다가 국가시대에 들어 사라진다는 말이다. 

국가시대에 들어서면서 토템은 자신의 역할과 임무를 다 완수하고 역사무대에서 사라지게 되지만 또 다른 모습으로 변신한다. 그것이 바로 이집트나 중동의 여러 나라들에서는 토템이 신으로 변하고, 로마에서는 토템이 법률로 탈바꿈하고, 중국에서는 토템이 조상으로 바뀐다. 때문에 중국에는 신을 숭배하는 종교가 없고 조상이 신을 대체하는 조상숭배문화가 역사를 주도한다. 예와 효의 문화가 중국의 핵심문화인 것이 바로 그 증거이다. 

여기서 말하고 싶은 것은 7세기 중후반 혹은 그 이후라면 국가시대에 진입한 지도 아무리 적어도 2·3천 년 세월이 흘렀고 따라서 토템이 사라진 지도 2·3천 년 세월이 흘렀는데 남영전 씨는 여전히 토템 타령읕 하고 있으니 아무데나 토템을 갖다 붙이는 토템반창고현상병에 걸린 것이 아닌지 의심스럽다. 

그리고 남영전 선생의 주장대로 다섯 도사가 학으로 변한 것이 학이 그들의 토템이었다면 여자가 여우로 변한다든지, 남자가 승냥이로 돌변한다든지 하는 수많은 인간이 동물로 변하고 동물이 인간으로 변하는 민간전설들이 모두 그 동물들이 그 인간들의 토템이란 말인가? 

이런 주장이야말로 진짜 토템반창고현상병에 걸린 결과가 아닐 수 없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지적하지 않을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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