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한동포작가협회(재한동포문인협회, 재한동포문학연구회 주관)에서는 본지와 협력하여 재한동포문인들이 발표한 작품 중 대표적인 작품들을 선정해서 발표하는 '自選대표작 프로젝트'를 실행 중에 있습니다. 시는, 5-10수, 수필은 2-5편, 칼럼 3편, 소설은 1-3편을 선정해 약력 및 사진과 함께 dong01118@naver.com으로 보내주시면 됩니다.
아래는 신현산 시인의 自選 시 대표 작품입니다.
ㅡ편집자ㅡ

신현산 프로필: 연변작가협회 회원, 길림시작가협회 회원. 재한동포문인협회 회원. 작품집으로 시조집 《성에꽃》, 《신현산서예작품집》등이 있다.

小篆

 

갑골문의 손자뻘이고
五體의 우두머리요
좀 이상하게 생긴 놈이다

먼 진시황 때의 일이니
그럴만도 하겠지

얼굴은 말상이고
팔다리는 두루뭉수리
섰는지
앉았는지
외계인 같아라

인기 좋은 편이어서
궁중에 본적을 두고
선비들 서재도 들락인다네

문서에 오르내리면
유식과 유식이 통하는 길
스스로 왕따 되기 십상이지

와당 처마아래 빛나는 날들
세상이 알아 먹으니
저 태산 석벽에도 서슴치 않아라
높이 오를 수록 좋은가 봐

대를 이어 또 이어
汉唐을 거쳐 宋元明清에 이르러
죽지 아니하고 전승되니
꼰대같이 모시는 오늘
부디 장수하이소


물새

 

뭍에는 가지 않는다
물에만 살기에
물과 뭍은 한 뼘의 차이
삶이 이끄는 곳으로 갈뿐이다

바꿀수 없는것이 
이 세상에 있다면
저저마다의 질긴 고집
죽어도 내것 아니면 싫다는데

잠자리 바꾸면 
잠들수 없는 사연
관습에 얽매여 사는
인간이고 동물이다

그래서 그런가 보다
징크스에 목을 매는 아집은

 

마스크

 

들어 오지도 말고
나가지도 말고

울타리를 치고
가두어 두는 것이라

길들여 지는 날은
삶에 보험을 드는 날

그 장막 속에서
한살이 퍼즐을 맞추고 있네

 

까치밥

 

주황색 꿈들이
장대끝에서 흔들대다

뾰족한 부리에 
갈갈이 찢어졌다

피는 흐르지 않고
겁에 질린 낱낱의 씨앗들이

상실의 계절에 놀라
뿔뿔히 흩어져 내리고

짜름한 빈 꼭지가
가지를 꽉 물고는

죽은 체 아니 죽은 채
가을바람에 화석으로 굳어 버렸다


참새

 

짧고 짧은 다리
욕심을랑 버리고

낮고낮은 하늘
작은 숲에 노닐고 싶어라

궁근 멀떠구니
반쯤만 채워져도

나의 이 하루는
흥에 겨워할 일이다

황새의 저  높은 하늘보다는
무척이나 초라한

초가지붕 처마밑이
오히려 내 깃에 따뜻함이니

깨알 같은 오장륙부로
세상을 맛보는 일

창공은 넓고 넓어서
눈꼽만치도 슬프지 않아라


삼겹살
 

본디 오겹이다

서슬에
두 껍질 벗기웠으니

드디어
프라이팬에 올라
가슴을 졸이는 순간
분노의 열꽃이 튕겨나고
마지막 남은
엑끼스마저 흘려버리면
이제 가야 할 곳은
저 포도청 앞

죽살이는
결이 같은가봐


저승꽃

 

저 동네 꽃이
이승에 피여 있다

남의 세상 꽃이
내 땅위에 피어나는 날

봄이 지나
여기는 가을이다

올것이 왔다는 일
이렇게 빨리 올줄이야

우리의 소원은
한낱 사치에 머물러 있음을

때를 알고 피는 꽃은
아름다움이 있을뿐이니

나에게 차례진 몫이기에
마다할 이유가 어디 있으랴


왕따

 

호랑이는 늘쌍
홀로서기로
두둑한 배짱이다

산 속의 구심점
왕국의 위계질서는
한 폭의 기치

털옷 입은 모든 종들이
우러러 마지 않는
파워의 왕따는

이 밤도 으슬렁거리며
억년 밀림속을
홀로 점검 중이다


잔설

 

이미 갈것들은
다 
가고 말았다

바람이 덜 떨어진 곳에서
살아 남으려고

하얗게 살아 남으려고
하얀 척 하는 것일 뿐이다


 

깃털 같은 존엄 하나
인간에 퉁쳐 주고
한 키의 여물만을
기꺼이 선사받았다
세월의 딱지에 질겨진 성미는
쉼없이 갈고 또 끄는
그래서 죽기 전까지
구유앞에서 새김질이 분주하고
한 번 또 한 번
계절을 갈아 엎으니
멋진 이력서 한장
인간에 북이 되어
농가의 가을 뜨락에
풍악을 몰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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