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금단 약력: 연변대학 조문학부 졸업, 연길시 중학교 교사 경력, 현재 혜주시 무역회사에 근무
       김금단 약력: 연변대학 조문학부 졸업, 연길시 중학교 교사 경력, 현재 혜주시 무역회사에 근무

시루속처럼 무더워 에어컨을 틀지 않으면 밤잠을 없는 날씨가 며칠 계속되더니 간밤에 큰비가 내렸다. 아침에 일어나서 베란다에서 밖을 내다 보니 큰비는 멈추고 간혹 잔잔한 비방울이 날리고 있었다. 비가 오는 날이면 웬지 저도 모르게 우울해지고 슬퍼지고 쉽게 감성에 빠져버린다. 비의 감촉을 느끼며 아침 산책을 하느라면 커피 한잔의 향기로 달랠 없었던 마음 한구석 어둠을 달랠 있을것 같아   깊숙이 스며드는 시원한 바람을 안고 공원으로 향했다.

큰비가 뒤라 어둑시그레한 하늘에서 구름이 빠른 속도로 이동하고 있지만 공기는 신선하고 상큼하기만 하다. 오분쯤 걸어 공원입구에 도착했을 혼자 산책길을 나왔는가 했더니 차도에는 이미 산책 나온 사람들이 타고 차들이 주차되어 있다.

공원 산책길에 들어섰다. 일년 사시절 푸르른 종려나무가 길어구에서 어김없이 나를 맞는다. 비가 와도, 태풍이 몰아쳐도, 더운 연기가 아지랑이처럼 가물가물 피여 올라도 종려나무는 자리에서 변함없이 주어진 자신의 생을 불태운다.

공원 표지판 아래에서 비를 맞고 있는 하얗고 분홍색 나는 풀꽃들, 너무 순수하고 작고 앙증맞고 이뻐서 가느다란 탄성이 흘러나온다.

새로 닦은 공원의 아스팔트 산책길을 밟느라면 어느 길에서도 느낄 없는 폭신폭신한 쾌감을 느낀다. 쾌감에 내일도 찾고 싶은 마음이 갈마든다. 조금 걸으니 한손으로는 도저히 안을 없는 커다란 아름드리 용나무가 무성한 수많은 가지들을 뻗은   고즈넉한 자연 속에 파묻혀 새들의 요람으로 거듭 나고 있다.

 간밤의 비바람에 노란 나무 잎들이 길바닥에 무수히 떨어져 짧은 생을 마감하고 있다. 젖은 나무 잎들을 한발 두발 밟느라니 맑은 날씨에 낙엽 위를 걸을 사락사락 밟히던 소리가 그리워진다.

쭈욱 곧게 하늘 향해 솟은 야자나무들을 바라보며 우산 위에 떨어지는 정겨운 비소리와 음악을 들으면서 천천히 산책하느라면 흠뻑 빠져드는 음악의 정취와 아름다운 자연이 조화되어 아침의 행복을 만끽할 있는 산책길임을 가슴이 말해준다. 야자나무는 고향의 백양나무를 대신해 마음속에 오랜 시간 깊이 심어져 있다. 야자나무의 든든한 기둥은 포근한 생명이 넘치는 엄마의 품속과도 같은 존재로 사막에 혼자 있는 막막한 느낌 가슴 속에 애틋하게 살아있는 풍경으로 기댈수 있는 존재다.

이름 모를 새들의 맑고 고운 재잘거리는 속삭임 소리에 마음이 평온해지고 발걸음이 가벼워진다. 지나온 많은 시간들 뒤도 돌아보지 못한채 허겁지겁 시간에 떠밀려 앞만 바라보고 뛰면서 살아왔다. 그래서일까. 뛰지 않고 천천히 걸을 있는 순간이 더없이 아껴야 소중한 순간으로 다가온다.

새로 지은 체육청사와 푸르른 잔디를 깔아놓은 운동장을 지나 왼켠에 수많은 용나무들이 줄지어서 반겨준다. 전에는 매번마다 공원을 찾을 때면 용나무들의 위에서 아래로 길게 내리 드리운 실버들같은 가지들로 인해 하늘에 뿌리가 내린 나무로 느껴져 신비한 미궁의 세계에 들어선 같은 느낌을 받았었는데 지금은 잘리워져 있어 미궁의 느낌을 다시 찾을 없음에 다소 아쉽다. 시간이 한동안 흐른 뒤에는 실버들같은 가지들이 다시 자라나서 산책길에 기다란수염 선물할 것임을 믿고 있다.

공원 옆으로 담수하가 동으로 유유히 흐르고 있다. 겨울 한동안 찾지 않고 외면했지만 찾아가면 자리를 흐르고 있는 담수하, 많은 사람들이 즐겨 찾는 이유가 거친 세파 속을 살아가는 힘든 이들에게 마음을 보듬고 살아갈 힘을 주기 때문이 아닐까.  

봉황화 나무며 참대나무며 이름 모를 나무들이 청량한 기운을 뿜어 마음을 씻어준다. 산책길에서 내려 좁은 길에 들어서니 키를 넘어 무성하게 자란 잡초들이 바람에 흔들리면서 나의 삶과 생각도 자연스럽고 부드러워지라고 말하는 싶다.

요즘 들어 아침마다 한시간 남짓한 산책길에서 건강도 챙기고 마음의 여유도 가지고 자연과 호흡을 함께 하면서 아침 산책길은 눈만 뜨면 마음이 향하는 곳으로 더없이 소중하고 행복한 시간들로 자리매김을 하고 있다.

무수한 소중한 오늘의 순간순간들이 모여 과거가 되고 삶이 된다. 내일, 다음이 오지 않은 어쩌면 끝날 수도 있는 우리들 인생, 오늘의 현재에 충실하고 최선을 다하면서 속에서 작은 행복을 발견하는 삶이 시간을 허비하지 않고 살아가는 값진 삶이라고 생각된다.

비방울이 날림에도 공원을 찾아 자연이 주는 아름다움으로 마음을 비춰보고 자신의 영혼과 만나고 감동할 있는 아침 산책길을 걸을 수가 있음에 감사했다. 비가 오는 산책길이든 맑은 날의 산책길이든 하나같이 소중하고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 , 인생살이도 매순간을 행복으로 채웠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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