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한동포작가협회(재한동포문인협회, 재한동포문학연구회 주관)에서는 본지와 협력하여 재한동포문인들이 발표한 작품 중 대표적인 작품들을 선정해서 발표하는 '自選대표작 프로젝트'를 실행 중에 있습니다. 매인, 시는 5-10수, 수필은 2-5편, 칼럼은 3편, 평론은 2ㅡ3편, 소설은 1-3편을 선정해 약력 및 사진과 함께 dong01118@naver.com으로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아래는 최종원 시인의 自選시 대표 작품입니다.

대 림 역 12번 출구
        
대림역 12번 출구는
고향정 친구정이 서로 만나
이야기들이 소용돌이치고
웃음이 사품쳐 
만나는 곳

출구를  나와서
골목길 따라 가노라면
쪽방에서 끓이는 마라탕 내음 발목을 잡고
떡메로 내리치는 하얀 찰떡이
군침을 불러온다

보글보글 청국장에 
소주한잔 곁들이면서
모국의 손맛을 한껏 느끼고
어디선가 들려오는 노래가락에
고향의 그리움 실어보낸다 

집에 온듯
마음이 평온해지는 대림동거리
여기에 미처 적지 못한
술 취한 쉼표들이
숨 쉬고 살아 간다

땀 내음 속에 익어가는 저녘노을이
밤을 붉게 달구는데
떠나는 곳에서 아름다워지고
돌아오는 곳에서 새로워진다

 

매미의 사랑    

 

찌르륵...찌르륵...
무더운 폭염이 내리쬐여도
창공을 부여잡고 목 놓아 부르는
매미의 생존의 몸부림이여!

15일간의 짧디찗은 삶이라지만
꼭 짝을 만나야 저승에 갈수 있다는
저 처절한 울부짖음은
심금을 울리는 멜로디인가

저토록  소름이 돋는
매미의 숙명적인 부름은
아름다운 노래요
사랑의 서정시다

그래,
이슬만 먹고 살면서
청아하게 살다가는 매미처럼
나도 순백하게 살아가리라


 

그리운 어머니

 

그렇게도
유난히
꽃을 좋아하시던
어머니

국화꽃향기
싱그러운
꽃길따라 가신
이제는 멀고 먼 곳에 계시는
나의 어머니

그곳에도 이승에서 처럼
꽃을 가꾸고 있을까
아니면
영원히 시들지 않는
꽃의 넋으로 피여계실까

가신 어머니 그리울때마다 
가슴가득 
안겨오는 꽃향기
아픔으로 번진다
그리움이 사무친다

 

코스모스

 

가녀린 어깨 
스산한 바람에게 내여주고
목긴 그리움
외로운 떨림으로
오늘은 창백한 시간을 주워
마지막 편지를 쓴다

허기진 영혼
빛고은 노래로
온몸을 던져 불태우는 사랑

또 얼마나 많은 세월이 흘러서야
까마득히 잊을수 있을까

깊어진 그대의 눈빛
혼자 남겨진다는것이
얼마나 외로운지 알기에
빛나는 씨알 한알 입에 물고
저 화려한 들길을
웃으며 걸어가고 있구나
가을 협주곡

가을바람이
갈대의 흐느적이는 률동을
더욱 풍요롭게
더욱 멋지게 연출한다

귀뚜라미의
끊어질듯 이어지는
가야금소리
밤이 아침으로
바뀌는 줄도 모른다

억새풀들의 
움직임은
가을이 깊었음을 알리고

달도 떨리는 음률을
가슴에 품고
창틈으로 스며든다

가을의 협주곡은
밤을
상념의 늪으로 빠져들게 한다

 

파 도

 

성난 
바다를 보라
꿈틀 대는 
저 욕망의 불길

제가슴을
도려내면서
아픔을 벗겨내는
바다의 껍질 

바람부는 대로
따라서 움직이고
다투어 고개 세우며
출렁이는 흉금아

거친
숨소리를 보라
밀고 당기는
바다의 포효

철썩철썩 
제몸을
산산쪼각
부셔버리는

날마다
자기와의싸움에
제몸을 던지는
거룩한 파도여!


 

세월

 

소시적에 찢어진
나의 바지 깁으려고
돋보기 거신 할머니
바늘귀 끼려고
반나절 실을
밀었다 당겼다 하는데

할머니 제가 할께요
나는 빠르게
할머니 눈이 되어
바느실 끼여 드린다

허허허,기특하다
서글픈 웃음지으며
한땀한땀 정성들여
바느질하는 모습이
지금도 눈앞에 선하다...

며칠전에 손자놈의
떨어진 단추 달아주려고
바느실 찿아
씨름하는데

할머니,제가 낄께요
초롱초롱 빛나는 눈동자
방실방실 웃는 볼우물
포동포동 고사리 같은 두손,
귀염둥이 인젠 몰라보게 컷구나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사랑아!

하하하,대견하다
페부로 느끼는 이심정
이마에 패인 잔주름
머리에 내린 흰서리
어느덧 인생의 황혼길에서
나도 할머니 되어
세월을 줍고 있구나
나도 할머니처럼
세월을 깊고 있구나


 

백 일 홍

 

쪽빛 하늘을 유영하는
빨간 고추잠자리
날개에 가을을 달고와
15층 아빠트 창가에 
살풋이 내려 놓는다
백일홍 피는 계절이면
돌아가신 어머님 생각에
그리움은 뭇별처럼
쏟아져 내리고
베란다 화단에
백일홍은 어김없이 피여나
가을의 정취를  한껏 풍기는데
하루를 백일처럼 살다가신
어머님의 따뜻한  숨결처럼
빨알갛게 만개한 백일홍이여
너의 내음에 취해
사랑의 시 쓰고 싶다
추억의 노래 부르고 싶다!

 

매화원 단상

 

무엇이 그리 급해
꽃망을 터뜨리나

겨우내 움추렸던
가슴을 열어가오

매마른
가지마다엔
파란 잎도 없건만

가신 님이 그리워서 
오신 님이 반가워서

해살처럼 피여났소
춘삼월 호시절에

화사한
새봄의 향기
만천하에 풍기오

너도 나도 예쁜추억
렌즈속에 담아가고

오색령롱 꽃 무지게
호심에도 비꼈소

물속에 
풍덩 빠져서
꽃과놀다 가겠소

 

홀씨의 사랑

 

나는 늘
떠난다는 생각을 하며 살지

한곳에 머물지 못하는
바람의 노래가 있어

달과 별과 바람과 비
그리고 해살 머금은

않은 뱅이 
노오란 꽃잎

세월의 바퀴 미리에 이고
누구나 한번쯤은 있을듯한
짭은 봄날이여

온몸으로 쏟아 붓는
가녀린 몸짓
한줄기 바람따라 사노라면

이별하는 순간을 위해
미소짓는 하얀 생명

목메이게 부르는 
민들레 홀씨의 사랑

 

여행잡담

 

여행은
언제 들어도 
또 되뇌여도
설레이는 가슴이 된다 

미지에로의 도전 
혹은 동경
또한 오선지에 
적혀지는 음부 

새로운 삶으로 나아감과 
나아갔다 옜으로 돌아오는 
가고 오는 일은 항상 있는 일인데 
두극을 잇는 려로의 로독은 
늘 달기만하다 

삶을 여행처럼 
여행을 삶처럼 
살아간다면 
생활은 
더욱 윤택하리

최종원

- 중국 룡정시 출생
- 2019년 "문학의 강" 봄호,연시조 '단풍 외 1수'로 등단
- 연변작가협회 회원
- 한국문인협회 회원 
- 한국가곡작사가협회 회원
- 가사선집출간, 창작작품 수차 수상.
이메일:zycui00@163.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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