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룬베얼 초원 (외 10수)

□ 김소연
-------------------
프로필: 
중국조선족시몽문학회 부회장 겸 사무국장
시집 <복수초>, <텅 비어있다> 출간.
동심컵 중한아동문학상 등 해내외 문학상 수상 다수.
-------------------

수유차와 양떼 없는 몽골포 
창문 열고 어둠 밝힌다
누렇게 뜬 풀들 사이로 
번들거리는 물빛 

구름 겹쌓인
무지개 희미한 색채로
이슬 꿰는 별빛 반짝거린다

나래 젓는 메아리 
달아오른 숨결
칭키스칸의 아침 열어가듯

꿈 찾는 목동들 
풍화에 입 맞추며 
피리소리마다 
저 멀리 손 저어 부른다

미소 짓는 하늘, 들린다 들려…

 


소나무숲속에서

 

뿌리 내린 연륜이 
하늘 떠이고 숨 톱는다
여광의 그늘에 
팔 젓는 갈망은 분출일까

허영(虛榮) 투영하는 건
갈비의 헐떡임
콧망울 
시린 이유 때문이겠지

가슴에 
용서 한 장 얹어본다면
벼랑 틈서리에 
향기는 피어 오르겠지

꾹 다문 
아픔 전율하듯이
바람은 낡은 시간 닦으며

숙녀처럼 예쁜 
미소 지피어 올릴 것이다 

 


가을비

 

슬픔의 주파수가 새김질 한다
노크소리마저 물젖어있다

목청의 수위 싹트는 음색마다
공간에 뿌리 내리듯 

밤새도록 귀 기울인 망설

주룩주룩 추적추적

약조에 건조된 하루 씻어내린다

 


등산

 

나부끼는 기다림마저 
반가움에 살쪄있다
아픔의 행적, 숨결 조각해두고
얏, 야호~! 메아리로
기억 한순간 근 떠버리듯

여백은 즐거움 
연마하는 수련장  

햇살의 메모가 손바닥에
가을 하늘 적어놓으면

기러기가 기럭기럭
열 지어 기럭기럭
이웃 나라 먼 곳에 여행 떠난다 

 


가을의 소망

 

언덕에 낙엽 날리고
쪽빛은 푸름을 운다

떨리는 바람의 손길
흙에로의 귀의(歸依)…

발가락 꼼지락임이
환생의 연장선 긋는다

안식의 가부좌
명상의 어둠 뚫을 때

깨달음, 
남루(襤褸)의 귀를 연다

 


여울목 메들리

 

태동하는 싱거움에도 
사막의 사랑은 
오아시스에 하늘 비껴 담을 것이다 
지축 평형 잡는 
그리니치 천문대 

솟을탑 구름 뚫는 메아리마다
달리는 지구…
동산마루에 놀빛 물들여가며
아침 빛내줄 것이다 

안개 들어올리는 
간이역에 쾌락은 없다
명멸하는 지평선 멀리
바다의 설렘도 
갈매기의 날갯짓 비웃나니

파도의 분말, 
꽃펴나는 사연은
그라프에 별무리 그려줄 것이다 

 


피안(彼岸)

 

기다림의 연못에 
진주도 상처로 될 수 있음을 
그는 알고 있다

젊었을 거라는 느낌이 
이슬에 비껴주었을 것이다

절규는 바이없고 
꽃 피어나는 소리가
합장의 떨림으로 망울져 있다

와사등(瓦斯燈)

독점이 
우주를 밀고 당긴다
믿는 자에게 복이 있나니…

빛의 세기가 
세상 쥐었다 놓는다 

방관자의 깨달음 
광환의 메모리가 
어둠 발효시키고 있다  

 


강강술래

 

연기의 합세가 
허겁의 숲에 얼룩져 있다
빗줄기의 다급함 
소망의 가시밭길 질주해 가는데

여울목 두근거림
밤장막 펼치어준다
낙차의 분리선
폭포수의 굉음으로 꽃펴날 때

죽어서도 못 잊는 
갈대의 순정…
잔디풀 떨림으로 
방축의 하모니 보듬어간다

뼈 드러난 나뭇가지가
웅크린 섬 잔등에 돋아나있다

 


 

바람맞이에 마주서 있다
경사면 덮어주는 잔디의 떨림
둑길 달리며
미소로 내려 앉는다

숲 우거진 새들의 지저귐에 
잎새들 하모니

실과 허의 그라프로
타랍악기 절렁대고 있다

되돌아서는 잔등 
바람이 떠밀고 간다

 


여름

 

진초록 이파리...
바윗돌 움켜잡은 손가락이다
뻗어간 동맥
생존본능의 물밑작업이
거칠어진 숨소리 보듬는다

번갯불, 사선(斜線)으로 
우레의 노도 쥐고 흔들면
때 벗이 하늘이 놀라 
가로수에
새봄 꽃피워주고

아우성치는 쓰레기들
적재적소에 만물상
걸작 쇼에 공간의 덫 입찰시킨다
밤이 절렁절렁 다시 밝는다

 

 

저작권자 © 동북아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