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한동포작가협회(재한동포문인협회, 재한동포문학연구회 주관)에서는 본지와 협력하여 재한동포문인들이 발표한 작품 중 대표적인 작품들을 선정해서 발표하는 '自選대표작 프로젝트'를 실행 중에 있습니다. 매인, 시는 5-10수, 수필은 2-5편, 칼럼은 3편, 평론은 2ㅡ3편, 소설은 1-3편을 선정해 약력 및 사진과 함께 dong01118@naver.com으로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아래는 이명철 시인의 自選시 대표 작품입니다.

     수 의

                      
나의 존재는
오로지 죽은 자만을 위한 것
긴긴 밤들을 지새우다
굳어진 악어의 표본이 되어
수만년 침묵을 시작한 배웅이다
가시는 길 버거우랴
주머니 따서 날개 만들고
옷깃은 뽑아 구름 위에 두었으니
올 때 그랬듯이
소풍의 시간들을 마치고
다시 벌거숭이로 찾아와
반짝거렸던 유성을 이야기하는 육신은 뜨겁다
애착을 다 못버린 혼들이
틈사이로 머리를 내밀고
나는
그것들을 주어 담느라 바쁘다

 

 총알의  고백

                       

무엇이 라도 뚫어야 했다
빵 하고 질주를 시작한 이상

나의 휘황찬란은 날아가는 그 순간뿐이니
잠시만 물러서 줄래

그사이
일기예보는 오타를 난발하고
꽃은 피고 지고


이제 숙명을 다한 내가
오장육부를 버린 탄피가 되어
당신의 고운 손 잡을때

믿어 주겠지
아군을 쏘자고 만들어진 총알은 없다는 것을

 


 꿈에 밤을 말하다

                        

과녁을 찾지 못한채
바람만 가르고 날아가는 화살

옹기종기 피어있던 세상이
발밑에 있다는 생각도 잠시

매운것 비린것 집어 삼키며
언제부터 카멜레온의 위장술이 교과서가 되었다    

출렁이는 강물에 
설탕 한주먹 뿌려놓고
단맛을 내려고  허둥대던 어리석음과
가장 가까운  눈길들을 우수로 만들어버린 죄

퇴색을 시작한 
흑백 사진속의  찬란한 모습으로  돌아가고파 

쓰러져가며 지탱하며 마감하는 꽃들이 나를 부르고
그때마다 나는 꿈속에서 허공을 밟으며 온다

 

               팽이

                         

몸 한번 돌려보지 못하고 죽는 팽이가 있다
그 흔한 채찍질마저 사치의 금물

나의 오매불망  한치의 땅
그 땅 점하나를 딛고 서서 훨훨훨

님 찾아 슬피우는 두견새야
꽁지빠진 새끼기러기야
너희들은
빛의 세례를 갈망하는
얼어붙은 문풍지의 두눈을 보았느냐
불긋다 못해 까맣게 타서
영영 여기를 떠나버린것들

비내리는 날 선뜻 다가온 우산 하나
너에 대한 기도로 잠 못이루던 불면의 밤들
발길이 닿지 않은 곳에서 홀로 피고지는 풀꽃들

이러한 이야기들이 죽은 나의 몸에서 숨쉬고 있다

 

              땅

                          

무수한 눈길을 피하여
밤에만 오르가즘을 느끼는 땅
흙이 굳어져서 상처로 아물은 땅이
어둠이 깃들면  발목을 잡는다

소풍을 끝낸 생령들의 혼을 품어안고
바람이 아파트의 면상을 강타하는 행위에 대하여
한생을  허덕이다 비로서 안식처를 찾은 하루살이에 대하여
이야기하는 땅의 표정은 진지하다

자신의 몸 우에서  꿈틀거리고 있는 생명들
수만갈래 길목마다 심어져있던
희노애락들의 성찰과 반성은
삼라만상의 고요속에서 깊어간다

또 동이 튼다
민낯으로 나설 차례다

 

  통나무속에 곰

                  

푸르른것들이 사라지고
추위가 찾아오면
돌아눕기 불편한 통나무속이 안식처가 된다

어떤 걸음들에 밀려서 어디까지 왔는지
동면의 탈을 쓰고 눈 감은 가슴은 아프다

간혹 
멈춰섰는지 머물러 있는지 아리숭한 풍경속에는
불꽃놀이에 투신의 준비를 마친
희나리들의 비장한 체취가 흘러나오고
하늘 서쪽에서는 
모자라고 부족한 얼굴들이 상기된채 
내일의 태양을 기다리며 서성거리고 있다

내 혀속에 휘감긴 개미들의 아우성 소리에 
소스라쳐 깨어나보면
몸에는 옛날의 피가 그대로 흐르고 있었다

살기 위해 죽은 통나무속을 기어 오른것처럼
완벽하기 위한 불완벽한것들의 몸부림

멀지 않아 봄을 알리는 뻐국새의 울음이 들릴것이였다

 

             고슴도치

                          

가시 한뭉치 둘렸지만 낮이 두렵다
어둠의 흥정들이 위선의 옷을 입고 나선 낮거리
연지곤지 바른 얼굴들과 
정장을 차려입은 양복들이 수근거린다
이런곳에 내 진정을 풀기는 아깝다

군침을 흘리던 혀들이 
머리를 절레절레 흔들며 떠나가면 
난 고사리같은 발을 내밀어 땅을 디뎌보기도 했다
진실하게 밟히는 땅과 한창 인테리어중인 고층빌딩

교활한 자의 오줌냄새에 질식한다거나
해담이 나의 이종 사촌이라는 유언비어들이 나를 울지도 웃지도 못하게 만들때가 있었다

밤은 나의 소유
두툼한 허울을 벗어재낀 침묵의 밤이
내 마지막 길에 동반자
부엉이의 뾰족한 뿌리가 내 정수리를 찢는다
허나
아프지 않다
아프지 않다

 

            눈 이야기

                        

생명이 있기 시작하면서 하늘에 눈이 흩날렸다는 전설
하나하나의 죽음들이 눈으로 변하는것
죽은 숫자만큼 이 세상에 눈이 내린다고 한다

분노도 하고 통곡도 했지만
살아있음에 감격해하던 세월이 그리워 
두번다시 찾는 그들의 조용한 발길

결백 하나만을 걸치고 온 마지막 인사는
가슴 조이던 부두가를
살아 생전에 에돌던 골몰들을 찾는다

각자의 사연들이 세상을 은빛으로 장식하고
이맘때면 산자와 죽은자 지간에 따스하고 포근한 축복이 이어진다

 

               목 젖

                       

빛 한번 본적 없는
난 오직 굶주림에만 반응한다

꾹 닫긴 동굴안에서 무서운 고독을 맛보는 일

멀지 않은 곳에서 허기의 아우성이 들리고  
닫혔던 동굴의 뚜껑이 열릴때 즘
난 죽음의 망가지기 직전을 본다

그들은 찢기고 부셔지면서도
애써 기억들을 감싸 안았고
또 자기만의 추억으로 감동하고 있었다
다시는 돌아오지 못할 내일에 대하여
름름한 유감의 미소

산산조각이 되어서 내 곁을 스치는 그들의 이야기
동굴이 닫히고 나면 얼굴을 잃어버린 그들과의 긴 대화가 시작된다

 

           슬픈 캉가루

                      

쥐의 얼굴로 살아가기에는
몸집을 키우고 가슴을 찢어 주머니를 만들어야 했다

나 오래오래 세상을 살아온듯
기고 걷고 달리며 
날개를 푸덕이는것들이 생명을 탕진하는 동안
나 또한 그들속에서 껑충껑충

사막에 흩어진 모래알 같이 비천한 목숨들이
천년을 살것처럼
만년을 살것처럼
목에 핏대를 세우고 웃음속에 칼을 품었으니

큰 울음 내어보지 못한 불쌍한 내 목청이여
퇴화하다 굳어진 힘없는 두 주먹이여

이제 누가 
젖가슴에 매달린 아이의 웃음에 락서를 하여
삶의 고단함을 가르쳐 줄것인가

낙엽이 떨어지는 소리
폐부에 숨이 차 있는한 불러야 할 노래
쥐의 얼굴로
가슴 찢어 만든 주머니로

▲ 이명철 약력: 중국 서란시 자경툰 출생. 재한동포문인협회 소설분과 부분과장, 현재 경기도 기흥시. 1990~1992년 북경무장경찰, 2002~2007년 대련 외국어강사, 단편소설 '1987년 귀향길(처녀작)', '눈은 올해도 내린다'. '사랑꽃 한 묶음', '신병련 에피소드' 등 발표. 동포문학 시부문 우수상 수상.
▲ 이명철 약력: 중국 서란시 자경툰 출생. 재한동포문인협회 소설분과 부분과장, 현재 경기도 기흥시. 1990~1992년 북경무장경찰, 2002~2007년 대련 외국어강사, 단편소설 '1987년 귀향길(처녀작)', '눈은 올해도 내린다'. '사랑꽃 한 묶음', '신병련 에피소드' 등 발표. 동포문학 시부문 우수상 수상.
저작권자 © 동북아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