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한동포작가협회(재한동포문인협회, 재한동포문학연구회 주관)에서는 본지와 협력하여 재한동포문인들이 발표한 작품 중 대표적인 작품들을 선정해서 발표하는 '自選대표작 프로젝트'를 실행 중에 있습니다. 매인, 시는 5-10수, 수필은 2-5편, 칼럼은 3편, 평론은 2ㅡ3편, 소설은 1-3편을 선정해 약력 및 사진과 함께 dong01118@naver.com으로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아래는 김상봉 시인의 自選시 대표 작품입니다.

逃避行도피행
-끝없는 공포

 

蜀道難*도 끝이 있는데
끝없는 3년 공포의 끝은 어디?
47년 정 매정히 끊고
등밀어 떠나라 재촉한다
범보다 무서운 코로나19
무형의 담장 드리우고
밥상머리에 입마개  벗는다
이웃간 깊어진 골
눈인사로 주고 받는다
바라바리 싸들고
인정없이 고향을 등진다
올동말동한 정한의 끈
유랑길에 잠근다
고향아, 잘있거라

 *촉도난-唐詩 이백의 <蜀道難촉도난>

 

2. .北開城 

 

어름 길목에
엄마는 낳기 꺼렸다
풍진 세월
토비에 마적에
뜯기고 핥기던
빈주 흑룡궁 군사요충지
北開城
대동아 공영허울에
내질려진 피덩이이다
공출에 미역꼬투리도 못자신
농가의 여인-엄마
아들딸 앞세운 비극을 품고
北開城 베고
93년간 광환을 엮더니
고국찾아 螞蟻河에 들더니
북개성-淸川鄕 못잊어
동해에 서성이는 넋
北開城이 지켜보고있다 

 

3. 함박꽃

 

봉오리가 맺혔다
주인의 심사를 아는지
하루가 다르게 커간다
동네 늙은 아가씨들
경탄의 괴성 짓게한 함박꽃
이제 이별이면 또 몇년
마디게 마디게
가슴을 잡고 놓지 않는다
안타까이 미소 머금은
빨깃빨깃 함박꽃봉오리
마음을 빼앗는 꽃봉오리
발걸음이 무겁다
아, 옛정에 짓눌려
착잡한 생각에 빠진다

 

4. .사는 재미
      -월성에서

 

하루 삼시 세끼
먹는 재미에 산다
반주술 겹들이면 
錦上添花금상첨화
자잘한 동네 이야기가
안주삼아 술술 넘어간다
뉘집 강아지 새끼낳은 이야기
양어장 고기 크는 이야기
터밭 곡식 크는 자랑이 달다
채마밭 풋채소가 밥상에 춤이다
늙은 영주
세외도원 전원놀이다
밤이 깊으면 기름기 흐르는
장판방에 곯아 떨어져
먼곳의 손자 자식들과
천륜지락 꿈길을 오간다

 

5. 초팔일
一面坡鎭普照寺에서

 

중생들이
구름떼이로다
누구의 소망일가
해를 가린 향불연기
나미아비타불
내세가 펼쳐진다
생불앞에 머리를 찧는다
童子僧 앞세우고
표주박 聖水를 덮어쓰고
煉獄연옥을 벗어나
환하게 웃는 중생
고두백배 행복을 줍는다
초팔일
부처님 오신날
내세를 기다려
구름다리를 거닌다
대동세상이로다
나미이비 타불!

 

6.僧舞승무

 

봄자락 끝에 피어나는
흰옷의 서러운 여운인가
아지랑이 타고오르는
춤사위 엷은 물결
외씨 발길이 밟는
古土의 오가는 훈향
한서린 북녘 땅
넋이야 있고 없고
봄신령이 접해
산기슭 언저리에
고뇌를 덮어
승무를 춘다

해몽에 시간이 덧없다

 
7.孔乙己(공을기)
  -Wrf에게

 

괴재재한 다부산자에
손바닥은 回香豆 접시를 덮고
때 낀 손가락튕겨
黃酒방울 날린다
<없도다 없도다>
외태머리에 방울넥타이
반만년 역사를 딛고
얼굴에 粉칠한다
긴팔에 황금단추 휘둘러
파리쫒으며 해빛가린다
<거짓이 있을소냐
없도다 없도다>
피가 낭자한 이마빡
나도 공을기 닮아간다

 

8.비온 후

 

석달 가문 끝에
단비이다
밤새것
옹크리고 잠만자던 
강냉이가 재미나게
저마금 겨끔내기로
파랗게 머리를 내밀었다
땅안개 밀어 올리며
파란하늘 받처들었다
거짓없는 자연앞에
발목이 시도록
밭이랑에 하루를 심는다
가문 끝 단비에
만물이 하느작인다

 

9.소쩍새

 

소쩍소쩍
밤새 울어예는
소쩍새야 반갑다 
턱을 고이고
너와 밤을새운다
설음 많던 이별에 울던 새
이 밤엔상봉에 겨워
앞뒤창 옮아 앉으며
밤을 가르며
소쩍소쩍
외로웠던 정 달래여준다
그래 고향은 따뜻한가보다

 

10.亡者(망자)와 交感(교감)

 

생각하면
코끝 찡한 길목에
坡平(파평) 尹氏(윤씨)가 누워있다
가신 님 넋을 위로 하는가?
望頭石(망두석)에 비둘기 앉아 운다
망자와 산 자의 길목
망자의 <지팡이> 잡고
오르는 산길
그리움이 동행한다
망자의 남은 길을 걷는다
     
 
11. 어머니 옷

 

평생 한 번 입어보는
자궁 속 태반 옷
참 따뜻한 옷인 줄
이제 깨쳐 미안하다
삭막한 세상살이 속에
겹겹이 껴 입은 옷이
금테 되여 몸을 옥죄었다
옥죄인 금테 옷
한 겹 한 겹 아프게 벗는다
갇혔던 독소를 약수로 훑어 내고 
흐르는 물에 거죽 때를 밀어 낸다
냇물도 맑아지고 몸도 거뜬하다
가슴 속에 매일매일 자라는
어머니 품이 따뜻하다

 

12. 별에 눈물이 있다

 

별에 눈물이 이다
물 머금은 별이 하늘에 있다
 
상흔에 돋던 눈물
밤 되어 우는 별
별 하나 나하나
눈물의 별을 띄웠다
밤이면 들리는 들려오는

가신 님 울 어-매
흰 옷가지 바래 우시며 
구슬피 부르는 자장가에
하늘이 <어-매!> 땅이 <어-매!> 
볼 타고 흐르는 눈물

별에 눈물이 있다
말간 하늘에 있다     


김상봉(金相峰)프로필 

필명 혜봉 (慧峰). 흑룡강성 연수현 출생 
연변대학통신학부졸업
36년 교사, 퇴직  
연변작가협회 회원, 흑룡강조선족작가협회회원, 재한동포문인협회 회원 
1958년 처녀작 <시인의 청백> 교간에 발표  
2001.09.작품집 <별은 내 가슴에> 출판
2023.03 시집<별에 눈물이 있다> 한국 출판. 
2018 <송화강>수기 대상수상
메일 jin41904@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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