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홍구 법무법인 안민 사무국장(본지 회장)

차홍구 법무법인 안민 사무국장(본지 회장)
차홍구 법무법인 안민 사무국장(본지 회장)

요즘 언론은 정유정 살인사건에 대해 분석적인 기사를 폭팔적으로 쏟아내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한국에서 가장 큰 범죄 이슈가 된 사건이기 때문이다. 

피고인 정유정(23)은 부모가 이혼을 하고 할아버지와 함께 생활해오다가 지난 5월 26일 과외 앱을 통해 물색한 젊은 여성 A씨를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하고 유기한 혐의로 체포됐다. 

부산경찰청에 따르면 그는 과외 학생과 교사를 연결해주는 스마트폰 앱을 통해 A씨와 접근했고, 이어 학부모를 사칭해서 “아이를 집으로 보낼 테니 가르쳐달라”고 요청해 약속을 잡은 뒤 중고 온라인 상점에서 산 교복을 입고 A씨 집에 찾아갔으며, “A씨와 대화를 나누며 다른 사람은 없는지 확인한 뒤 준비한 흉기로 범행한 것"으로 밝혀졌다.  

의도적이고 계획적인 범행 
경찰청에 따르면 정유정은 “27일 오전 3시 15분 '여행용 가방을 끌고 풀숲으로 들어가는 수상한 여성이 있다’는 택시 기사의 신고로 출동한 경찰에 의해 발견"됐다.  
살인동기에 대해 묻는 말에 정유정은 "살인해보고 싶어서 그랬다."고 충격적인 자백을 했다. 경찰은 "평소 살인 등 강력범죄 사건을 다룬 방송 프로그램과 서적 등에 심취했던 그가 살인 욕구를 느낀 끝에 이를 실행에 옮긴 것"으로 파악했다. 그러나 정유정은 후에 끊임없는 거짓말로  "우발적인 살인"임을 주장했다.

경찰이 여행용 가방에 혈흔이 묻은 것을 보고 추궁하자 그는 "하혈을 했다"며 복통을 호소했고, 병원에서 '하혈'이 거짓임이 드러나자 "피해자의 집에 도착했을 때 누군가 살인을 저지르고 있었다. 피해자의 신분으로 살게 해줄 테니 나에게 시신을 유기해달라고 했다.”고 거짓말을 했다. 그런데 경찰이 CCTV 영상을 확인한 결과 범행 추정 시각을 전후로 피해자 집을 드나든 사람은 정유정밖에 없었다. 이에 정유정은 다시 진술을 바꾸어 "피해자와 말다툼을 하다 우발적으로 범행을 저질렀다”고 했다. 이도 거짓말이었다. 

경찰 조사에 따르면 그의 휴대전화 포렌식 과정에서 정유정은 범행 3개월 전부터 ‘시신 없는 살인’ 등 키워드를 집중적으로 검색하며 계획적인 범죄를 노렸다. 그는 "A씨 집을 나서기 전 범죄 흔적이 남은 옷을 갈아입었고, 집으로 돌아와 여행용 캐리어 등을 챙겨 가게에서 락스와 비닐봉지 등을 사 들고 다시 현장으로 갔으며, 시신이 남아 있는 집 현관문을 바깥에서 당기기만 하면 열리도록 조치한 뒤 물품을 챙겨왔다"고 한다. 또 "시신 일부를 비닐봉지와 캐리어에 담은 정유정은 A씨가 실종된 것처럼 꾸미기 위해 지갑과 신분증 등도 함께 챙겨 나온 것"으로 조사됐다. 물론 시신 유기과정이 전문가 답지 못했지만 자신만의 "의도적이고 계획적인 범행"임이 드러났다.  

범죄 성향(犯罪性向)에 대한 갑논을박 
범죄를 일으킬 수 있는 개인적 성질에 따른 경향을 우리는 범죄성향이라고 한다. 정유정의 범죄성향에 대해 언론에서는 경찰과 범죄전문가들의 갑논을박이 뜨겁다. 

◇사이코패스란 주장: 사이코패스는 반사회적 인격장애증을 앓고 있는 사람을 가리킨다. 평소에는 정신병질이 내부에 잠재되어 있다가 범행을 통하여서만 밖으로 드러나기 때문에 주변 사람들이 알아차리지 못하는 것이 특징이다.  

반사회적 행동, 공감 능력과 죄책감 결여, 낮은 행동 통제력, 극단적인 자기 중심성, 기만 등과 같은 특징이 포함되는데 이런 성향을 높게 나타내는 사람을 사이코패라고 한다. 

언론에 따르면, 범죄심리 전문가인 조영일 동국대 경찰행정학부 교수는 “사람을 해치고 싶은 욕망을 채우기 위해 온라인에서 (자신과 아무 상관 없는) 대상자를 물색한 점에서 사이코패스 기질이 짙어 보인다”며 “시신 유기는 다음 단계(범행)로 나아가기 위한 시도이며 연쇄살인 성향도 지녔을 가능성이 있다”며 “유년 시절 환경 등 개인적 사유로 쌓여있던 사이코패스적 성향이 폭발하듯 분출되며 살인으로 이어졌다. 예상하고 대비책을 세우기 어렵다는 게 이 같은 사건의 특징이다"고 말했다.

◇리플리 증후군이란 주장: 이는 "마음속으로 꿈꾸는 세계를 위해 거짓된 말과 행동을 반복하는 반사회적 성격장애"를 뜻한다. 성취 욕구가 강한 개인이 원하는 것을 현실에서 이룰 수 없을 때 많이 발생한다. 호텔 종업원으로 일하던 톰 리플리가 재벌의 아들인 친구를 죽이고서 그의 인생을 대신 살아가는 소설 ‘재능 있는 리플리씨’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조선일보 6월 17일자 "신분 탈취, 살인 욕구… "란 제하의 보도에 따르면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정유정이 범행을 저지르고 자신이 평소 산책하던 경남 양산 낙동강변 풀숲에 시체를 버린후 "피해자의 휴대폰과 신분증, 지갑 등은 따로 챙겨 마치 실종된 것처럼 보이려고 한 것"에 대해 "신분 탈취의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검거되지 않았다면 피해자인 양 그 집에서 생활했을 수 있다는 것, 이 교수는 “피해자는 온라인에서 인기 있는 과외 교사였다”며 “자신의 핸디캡을 극복하려는 방법으로, 이 여성의 정체성을 훔치려 한 것 같다”고 전했다. 이 교수는 “정유정의 목적이 단지 살인이었다면, 피해자의 옷으로 갈아입고, 신분증과 휴대폰, 지갑을 챙기는 등 완전 범죄와는 거리가 먼 행동을 했을 것 같지 않다”며 “살인 이유가 평상시 자기가 열등감이 있었던 ‘영어를 잘하는 명문대생’이라는 것을 충족하기 위해서였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은둔형 외톨이란 주장:   상기 보도에 따르면, 정유정은 두 살 때 부모님과 헤어졌고, 할아버지와 함께 살아온 외톨이었다. 학창 시절 친구도 없었고, 고교 동창들은 그를 커튼 뒤에서 간식을 먹던 아이로 기억하고 있다. 소셜미디어에서도 그의 흔적은 확인되지 않았으며 휴대전화에는 최근 3개월 동안 외부인과 연락한 흔적이 거의 없다고 한다. 

오윤성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정유정의 경우 긴 고립 기간에 범죄물을 탐닉하면서 자신의 망상을 현실에 접목한 것으로 보인다”며 “상상 속에서 시나리오를 쓰며 1인 다역으로 범죄 연극에 빠져든 것”이라고 말했단다. 많은 범죄 전문가들이 "이런 은둔형 외톨이 생활이 사이코패스 성향을 강화시킨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런데 우리 사회가 더 경각성을 불러일으켜야 할 것은 코로나 사태를 거치면서 '은둔형 외톨'이가 급격히 늘어났다는 사실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따르면 2021년 19~34세 청년 중 고립·은둔 청년은 약 53만8000명이라고 밝혔단다. 

◇ '은둔형 외톨이' 주장에 대한 반론: 전문가들은 "인간 100명 중 1명은 사이코패스 성향을 갖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사이코패스라고 해서 모두 살인을 저지르지 않는다. 

오마이뉴스 6월 13일자에 따르면, 김재열(47) 한국은둔형외톨이지원연대 대표는 "정유정이 은둔 성향은 있지만 '은둔형 외톨이'는 아니다"고 주장했다. 그는 정유정의 경우, "은둔형 외톨이의 개인적 특성인 내향형, 대인관계 부재, 부정적인 시각 등을 가질 수 있지만, 자신의 욕구를 내재화하고 표현을 극소화하는 특성과 무망감에는 상충한다"고 말했다. 

그는 상기 언론 인터뷰에서 "은둔형 외톨이들은 만나보면 힘이 너무 없어요. 에너지가 없기 때문에 무기력에 빠진 친구들이 많고 무기력하기 때문에 쉬다 쉬다 쉬다 보니 은둔에 이릅니다. 그런데 정유정은 사람을 죽이기 위해 계획을 사전에 치밀히 짭니다. 이미 은둔형 외톨이가 아닌 겁니다"라고 밝혔다. 

김 대표는 "요새는 술 마시고 운전하고 폭행을 저지른 사람들의 행위를 술 때문에 저지른 우발적 실수라고 하지 않고 그 사람의 원래 성향에서 나온 것이라고들 말합니다. 정유정 사건도 마찬가지입니다. 정유정이 은둔 성향을 가졌다고 이를 은둔형 외톨이라고 기정사실화하고 마치 이들이 범죄를 저지를 가능성이 높은 집단인 것처럼 묘사하는 것은 명백한 오류입니다"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은둔형 외톨이의 가장 잘 알려진 주요 성향이 주로 집에 있는 것인데, 자존감이 상당히 낮고 인지적 부조화 과정이 있어 사람들이 자신을 공격할지 모른다는 상당히 과한 위축감을 보인다"고 설명했다. 은둔이 범죄의 원인이 되긴 어렵다는 해석으로 풀이된다. 정유정을 "은둔형 외톨이"라고 정의하게 되면 "희망 자체를 가지지 못하고 계획도 없이 살아가고 있는 은둔형 외톨이"들이 "사이코패스 잠재적 범죄자"로 낙인이 찍힐 수가 있다는 사회적 위험 요소에 대해 경고를 한 것이다.  

가정 및 학교 교육과 사회 안전망의 결여  
정유정 살인 사건에 대해 SNS에서 뜨거운 반응을 보였다.  아이디 '나니아'는 기사에 단 댓글에서  "2살 때 부모와 헤어지고 그 꼬마는 어떤 마음으로 이 세상을 살았을까. 착하고 순박했던 영혼을 힘들게 한 사회적 요인은 없었나. 정유정, 사이코패스라는 진단이 나왔으니 인정한다. 그러나 그녀의 고립이 준 해방감이 꼭 누군가를 살인해야 풀린 문제였는지 묻고 싶다. 근처에 친구가 있었다면 자연스럽게 부글거리던 욕망이 분출됐을 거고 친구의 조언에 정신을 차렸을 수도 있다. 코로나로 갇혀 있었던 3년이 젊은 청춘의 상처를 곪게 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 사회가 지켜주지 못한 안타까운 일탈이다."라고 주장했다.   

학교에서 말 없고, 커튼 뒤에서 혼자 밥 먹고, 부모가 이혼을 해서 할아버지와 함께 살았고,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에도 5년 동안 직업 없이 생활했고, 휴대폰에 친구 연락처가 하나도 없었다는 등은 그가 고독하고 외롭게 자란 환경과  반사회적 성격이 만들어진 배경을 보여준다. 

이제 코로나19를 거치면서 이런 고독한 젊은 영혼들이 많아졌다. 선(善)과 인성에 대한 학교 교육은 좀더 지속적으로 세밀하게 진행해야 할 필요가 있고 우리 사회도 이런 젊은 영혼들의 고독과 방황에 대해 꼼꼼히 살펴보고 따뜻한 손길을 내밀며 도움을 주어야 할 중요한 시점에 온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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