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한동포작가협회(재한동포문인협회, 재한동포문학연구회 주관)에서는 본지와 협력하여 재한동포문인들이 발표한 작품 중 대표적인 작품들을 선정해서 발표하는 '自選대표작 프로젝트'를 실행 중에 있습니다. 매인, 시는 5-10수, 수필은 2-5편, 칼럼은 3편, 평론은 2ㅡ3편, 소설은 1-3편을 선정해 약력 및 사진과 함께 dong01118@naver.com으로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自選작품은 제일 잘 된 작품부터 차례로 선정해서 보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1~2편도 괜찮습니다.

아래는 리춘화 시인의 自選시 대표 작품입니다.

 

찰랑

 

찰랑- 
마음에 파문이 인다

무엇이지?
다만 진동으로
무게를 느낀다

이름 모를 감각 조각들
꿰여 놓고
딱지 붙이려 한다

그간의 몸부림 짓거리
여의도의 비속에서도
햇빛과 윙크 했었지

바뀌는 강가를 읽으며
그렇게 시냇물은 
졸졸 흐르고 있다

참다웠니?
긴 침묵...
삶에는 구경꾼이 없다.


 

흔적
    

더듬고 싶다 
곳곳에 스며있는 
익숙한 체온들을
 
기억은 휘청 헛발 딛고
등교 길도 닦아지고
그 거리 지나는 나는
한낱 투명 인간이다
옛날 김삿갓이 떠오른다

앵두가 담 넘던
엄마 이야기 지워지고 
그 자리에
층집이 즐비하게 일어서고
새 풍경화 펼쳐졌다
거듭 난 배경이다

손금 같았던 고향에서 
난 미아(迷儿)가 된다

추억이 숨쉬는 
쉼터가 그립다

엄마 없는 고향은 
아픔으로 멀어진다.

2018 10. 18

 

사진액자

 

이역 땅의 
이른 숨결 느끼며
눈 뜬 흐름들

첫 여행길의 
색다름 찾아
지금도 나 헤맨다

오랜 시간
시들한 감각들이 흩어져있는
도시의 고인 물에서
집에서 일터
일터에서 집
여러 해의 일자형 왕복 속에
액자 속으로만 굳혀가던
생각들과 이미지가
틈새를 밀고 냇물로 흐른다

전철 타고 서울 누비면서
흐름에 몸 담고
흐름에 생각 담으며

안으로 창구 내며
오늘도 흐른다

2019년 2월 4일

 

가을 여자

 

난 지금 유리창에 갇혔다

내 속에 전세 놓으려
비집는 푸른 잎 느끼면서
긴 호흡 불러본다

젊음의 뭉클함
거침없는 폭포수에
잠깐 홀린 듯 멈칫

손끝에 닿는 유리 벽에
목소리들 부딪친다

환절기 문턱에 올라오니
차 바퀴들의 
굴러가는 소리 들린다

단풍 비 내리는 거리가
눈 쌓인 거리로 겹쳐지고
그 사이로 새 길이 돋는다

우주는 흐르면서 
자기 궤도에 갇혀있다

2018년 11 18

 

우박 


풍덩 뛰어 들어 
시선 헝클어 놓는다

역 놓친 후회 깨우며
있을 때 잘 할걸
회한으로 닳은 표지

화제 던져 놓고 
달구는 그 속을 
우둥탕 두드리며

조용한 밭에 
발자국 내며

너 8월의 낙서
8월의 부름 

마음에 난 화상자국
어머니의 빈 자리


퍼즐 

 

어떤 퍼즐 조각이
가슴에서 기운 뻗친다
욕망으로 숨쉰다

다시 빚는 공사이다
종착역이 없이
설계를 하란다. 

저 멀리서
질주하는 차량들이 
수시로 윙크를 날린다

수많은 노래소리
열고 닫는 문소리
영글어 가는 소리들 속에
나는 서있다.
2019년 5월 16일
    

그리움의 거리

 

봄이 무지개 토해낸다

일장춘몽처럼
엉킨 꽃송이들
하모니 이루고

그리움이 복합층으로
그물 엮어가는 길 
붐비는 모퉁이 
지하철 시루 안에서도
분명히 숨 쉬고 있는 공간

저 하늘의 별 찌도 부딪치면
떨어져 운석이 되리

우리가 아름다운 것은
서로의 거리를 
조절할 수 있기 때문
창 너머로 느끼는 
그대의 향기

그리움의 거리에서
빛나는 그대가 좋다

빛을 잉태하고 있는 
만물은 아름답게 불꽃 피운다

2019년 4월 6일


하모니카집들
 

그 곳에 쭉 있을 줄 알았다
고향사람들의 희노애락이 
주렁진 그 집들

서로 다른 음역으로
하모니 이루며
다정히 붙어있던 
영원할 듯한 집들

부르면 
누구라도 뛰쳐 나올 듯
문고리 잡다가 멈춧ㅡ
환각이었다

소꿉 놀이 하던 고향이
숨박곡질 한다
흔적도 주소도 다 없어졌다

멈추어 버린 고향의 역사는
축제도 기록도 없이 스러진다

가뭇없이 사라진 고향
애착이 기념비 세우는 
고향에서 

나는 이방인이 된다
추억의 퍼즐을 어디 가서 찾아 보리

 

오월

 

오, 장미의 시즌
그 향 찾아 
골목을 나선다
가지 뻗치는 오월에

목덜미 조이던 불안들이 
조금씩 빠지면서
바람의 싱그러움이 느껴진다

뒤 돌아 보니
긴 적막이 쩡ㅡ메아리쳐 온다
그리움이 혀를 날름거린다

금 간 모든 것들로
가슴 옥조이던 나날들
"안녕" 하고 작별하고 싶다

꽃 향기 익는 언덕에 서서
인제 시작이야! 
큰 소리로 왜쳐 보면
설레임이 싹 틀가?

심박수 빠르게 
스치듯 지나가는 봄이 
내 눈가를 촉촉히 만든다
22년 6월 22

 

수 년 후

 

상실앞에서
빙 에도는 발걸음 

그렇게 흘렀다
어느 모퉁이에선가
불쑥 답을 내놓는 엄마
눈물 샘 파 놓는다

평생을 두고 풀
수수께끼 남겨 둔 엄마
머리로만 풀 수 없고 
얼마쯤 걸어야만 답이 오는 

길은 다르지만
가끔 따라오며 
깊이를 알리는 뭉클함!
우-우-우

지금은 봄 숨결마냥
스치며 멀어진다
아프지 말라는 부탁처럼

2019년 5월 16

리춘화 프로필 :

연변대학 졸업. 할빈 제1중학교 퇴직 교원. 중국 소수민족작가학회 회원. 흑룡강성 조선족작가협회 회원. 재한동포문인협회 이사. 소설, 수필 시 다수 발표. “박사 컵” 교원 수기 우수상, “고려원컵” 은상, 동상 수상. 동포문학 시 우수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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