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46호] 순간 포착과 詩의 절묘한 만남
향낭/ 김춘자
언제 터질지 몰라요
입춘부터 부지런히 만들어
꽁꽁 싸매 두었어요
이제 당신들은
향기에 취할 일만 남았어요
반딧불이/ 이준실
앞뒤 좌우 캄캄할 때
작은 위로나마 되어준 이들에게
하고 싶은 말
충분히 따뜻했어
퇴직자/ 최춘란
하루를
돌돌 풀어 없애는
사람
억울하다/ 최미영
마음은 새파란데
무릎 연골은 닳고
독학/ 김경애
구멍난 그릇에 욕심 채우다
스스로 터득해 나가는
빈자의 아우성
신생아/ 오영실
세상살이는 처음이에요
함께 걷는 계절
잘 부탁해요
본색/ 김성옥
누가 시키면 이렇게 할까
혼자 먹자고 이렇게 할까
엄마는 주말 휴식도 없어
고생 사서 해도 기분은 짱
존재의 의미/ 이초선
마음 둔 곳에
피워 올리는 저 환한 웃음
충분하다
다둥이 엄마/ 황정혜
통통 젖살이 올라
말갛게 웃음 짓는 아가들
입덧도 몸살도 다 잊었다
뭉쳐야/ 김동휘
자리다툼할 때가 아니다
첫 단추를 잘 꿰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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