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6호] 순간 포착과 詩의 절묘한 만남

 

향낭/ 김춘자

언제 터질지 몰라요
입춘부터 부지런히 만들어
꽁꽁 싸매 두었어요
이제 당신들은
향기에 취할 일만 남았어요

 


 

반딧불이/ 이준실

앞뒤 좌우 캄캄할 때
작은 위로나마 되어준 이들에게
하고 싶은 말

충분히 따뜻했어

 


 

퇴직자/ 최춘란

 하루를
돌돌 풀어 없애는
사람

 


 

억울하다/ 최미영

마음은 새파란데
무릎 연골은 닳고

 


 

독학/ 김경애

 구멍난 그릇에 욕심 채우다
스스로 터득해 나가는
빈자의 아우성

 


 

신생아/ 오영실

세상살이는 처음이에요
함께 걷는 계절

잘 부탁해요

 


 

본색/ 김성옥

누가 시키면 이렇게 할까
혼자 먹자고 이렇게 할까
엄마는 주말 휴식도 없어
고생 사서 해도 기분은 짱

 


 

존재의 의미/ 이초선

마음 둔 곳에
피워 올리는 저 환한 웃음
충분하다

 


 

다둥이 엄마/ 황정혜

통통 젖살이 올라
말갛게 웃음 짓는 아가들
 
입덧도 몸살도 다 잊었다

 


 

뭉쳐야/ 김동휘

자리다툼할 때가 아니다
첫 단추를 잘 꿰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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