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한동포작가협회(재한동포문인협회, 재한동포문학연구회 주관)에서는 본지와 협력하여 재한동포문인들이 발표한 작품 중 대표적인 작품들을 선정해서 발표하는 '自選대표작 프로젝트'를 실행 중에 있습니다. 매인, 시는 1-10수, 수필은 2-5편, 칼럼은 3편, 평론은 2ㅡ3편, 소설은 1-3편을 선정해 약력 및 사진과 함께 dong01118@naver.com으로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自選작품은 제일 잘 된 작품부터 차례로 선정해서 보내주시면 됩니다.

아래는 장문영 선생님의 自選 시 대표 작품입니다.

나이가 든다는 것은  


나이가 든다는 것은 
손발이 굼떠진 엄마를 타박하던
내가 딸애한테 느리다고
핀잔을 듣는 일

나이가 든다는 것은
귀가 어두어진 엄마를 놀려주던 
내 귀에 새소리가 잘 들리지 않는 일

나이가 든다는 것은 
냄비 태워먹은 엄마에게 야단치던
나도 끝내 밥 새카맣게 태워버리는 일

나이가 든다는 것은 
엄마의 엄마가 되는 일
아이의 아이가 되는 일

 

 늙은 아기 


아기가 똥을 싸면
아이고 우리 강아지
이쁜 황금똥 누었네

늙은 아기가 똥을 누면
아이고 이 할망구야
벌써 몇 번째야 
기저귀값도 올랐구만 

아이고 아기가 자라
늙은 아기 되었건만
엄마없는 늙은 아기
어찌할거나

 

삶은 아름다운 것

 

파도를 잡자
파도의 손을 잡고
백사장에 나란히
발자국이라도 찍어가자
우리 서로의 체온은 
사랑이라고 씌여질 것이므로


  푸른 이야기

 

감싸고 있던 흙은 알리라
대지에 푸른 숨 한점 피우기 위해
씨앗이 얼마나 몸부림쳤는지를 

아무리 껴안아주어도 
뒤채이며 신열에 들뜨며
몸 끝이 갈라터지는 
그 아픔의 시간들

그 진통 그 희열
그건 시간이 지나도
잊혀지지 않는 첫사랑 같은 것

넌지시 높아진 하늘은 알리라
검은 땅에 푸른 이야기 적어나가기 위해
씨앗이 한사코 우로 솟구치던 그 정열을 

 

    빈자리


때 빼고 광내주던 자전거는
녹이 발갛게 독을 쓰는데
먼지 닦아줄 손길은 어디에

화초는 피고 지고 또 피건만
어항속 금붕어는 새끼도 낳았건만
만져주고 갈아주던 손길은 어디에

손녀딸 하교 시간 다 되는데
왜 아직도 그렇게 
벽에 걸린 사진 속에서만 
빙그레 웃으시나요


지하철에서 

 

오랜만에 찾은 
살던 동네 전철역

낯익은 플랫폼
밀물처럼 쓸어왔다 쓸어가는
여전한 인파속

날 보고 활짝 웃어주던
그 얼굴 
본 듯하네

얼마나 더 지나야 잊혀질까
잊혀 지기는 할까

 

  단오 

 

어떤 이의 단오는 
쭝즈
굴원
계란
색실이고

어떤이의 단오는 
춘향이
그네
창포물
쑥떡인데

어떤이의 단오는 
배신
아픔
충격
눈물 뿐이어서

해마다
한 여름의 길목에서 
찬서리를 맛본다 

 

      길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오로지 앞만 보고 달리는 경주마
그 길 위에서 
슬픔이고 기쁨이고 다 사치일 뿐

언젠가는 멈춘다는 걸 모르고
욕망의 끝에 모든 걸 던졌어

어느 날 문득 브레이크 걸려 
천천히 갈 수밖에 없게 되니
비로소 보이는 길가의 풀과 작은 꽃들

더 멀리 더 오래
갈 수 있는 길이였는데
왜 그리 급하게 
한 번에 다 가려고만 했을까

세상의 길은
다 이어져 있는데

 

장문영 프로필 

흑룡강성 벌리현 출생
시, 소설 다수 발표
재한동포문인협회 사무국장 

이메일: zhu2008@naver.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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