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룡 다가치포럼 대표

김정룡 다가치포럼 대표
김정룡 다가치포럼 대표

지난 6월 20일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국회 연설에서 외국인 3년 이상 영주권자의 지방선거 투표권 박탈을 외쳤다. 현재 국내 3년 이상 영주권자는 12만 여 명이고 그 중 79%가 조선족이다. 김기현 대표는 중국과의 상호주의를 들먹이면서 중국인 투표권 박탈을 말했지만 연합뉴스는 김기현 대표의 발언은 사실상 국내 체류 중인 중국동포를 겨냥한 것이라고 밝혔다. 

왜 보수정당인 국민의힘은 중국인 투표권을 박탈하려고 할까? 겉으로 밝힌 이유는 중국과의 상호주의 때문이라고 하지만 이것은 핑계일 뿐 다른 속셈이 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중국동포는 민주당 편이라고 공공연하게 말한다. 실제로 지난 2020년 20대 총선 직후 오세훈 서울시장은 당시 광진구을에 출마했다가 민주당 고민정 후보에 패배한 이유를 조선족 때문이라고 말했다. 오세훈 시장의 말이 사실일까? 2020년 총선 때 전체 광진구 조선족출신 유권자가 1700여 명이었고 이마저 광진구 선거구를 갑과 을로 나누면 한 곳에 조선족출신 유권자는 800여 명 정도일 뿐이다. 800여 명이 전부 고민정 후보를 찍었다 해도 표수 격차를 보면 오세훈 시장의 주장이 신빙성이 없다. 게다가 조선족출신 유권자들의 투표율은 평균 20%를 넘지 않는 점을 감안하면 오세훈 시장의 발언은 새빨간 거짓말이다. 

과거 세 차례 지방선거 때 외국인 3년 이상 영주권자의 투표율은 평균 13% 미만이다. 전혀 영향력을 미치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 왜? 

한국정치판은 팩트가 중요치 않다. 팩트가 아닌 일로 반중 반조선족정서를 부축이면 그에 따라 바람을 일으키고 그에 다수가 편승한다. 오세훈 서울시장 발언 이후 보수정당 내에 조선족출신 유권자 투표권 박탈 여론이 더 들끓었으며 이를 보수언론이 받아 여론몰이로 보수진영에 퍼트린다. 지지층 결집용으로 조선족 팔이가 딱이다. 작년 지방선거 때 경기도지사 후보로 출마했던 김은혜 홍보수석도 그 당시 3년 이상 영주권자 투표권 박탈을 주장했었고 그 연장선상에서 내년 4월에 있을 21대 총선 준비의 일환으로 또 조선족출신 유권자 투표권 박탈 여론을 조성하는 것으로 판단된다. 

보수 쪽에서는 선거 때가 되면 이슈를 만들어내는 ‘장끼’가 있다. 3년 전 20대 총선 시 조선족게이트, 차이나게이트가 느닷없이 등장했다. 요약해서 말하자면 중국공산당이 한국선거에 개입하는 것이 차이나게이트이고 국내 조선족이 한국선거에 개입하여 영향을 크게 미친다는 것이 조선족게이트이다. 

한 조선족 양심고백이라는 글이 떠돌면서 조선족게이트가 불거졌는데 그 양심고백이라는 글을 보면 조선족이 쓴 것이 아니라 한국인이 조선족을 가장해 조작해낸 글이다. 어떻게 한국인이라고 단정할 수 있는가? 철자, 어휘, 뛰어 쓰기, 부호, 글 전개 솜씨 등등을 보면 이 글은 한국인이 쓴 것인지, 조선족이 쓴 것인지를 한 눈에 알아낸다. 솔직히 말해서 조선족출신이 나보다 한국식으로 더 잘 쓴 글을 본 적이 없다. 그런데 양심고백은 나보다도 훨씬 더 완벽하게 한국식으로 썼다. 그래서 나는 MBC와의 인터뷰에서 양심고백은 100% 한국인이 조작한 것이라고 말했다. 조선족게이트 중에 이런 내용이 있다. 조선족들이 한국인을 세뇌시키고 있다고. 인터뷰에서 나는 이렇게 말했다. 
“조선족이 언제 한국인을 상대로 세뇌시킬 정도로 역량이 커졌나. 조선족한테 세뇌당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면 한국인의 국민소질이 형편없는 것 아니냐.”
MBC가 조선족게이트는 ‘실체가 없는 유령’이라고 진단했는데 선거 5일 앞두고 TV조선은 조선족게이트가 사실이라고 보도했다.    

보수정당인 국민의힘이 국내 체류 조선족을 못마땅해 한다면 진보정당은 조선족에 대해 어떨까? 사실 민주당은 조선족에 대해 해놓은 것이 별로 없다. 노무현 정부 때 방문취업비자(H-2)를 시행한 것이 가장 잘 한 것이고 그 후로는 특히 문재인 정부 들어 조선족에 대해 진짜 한 것이 없다. 아이러니하게도 재외동포청 설립도 보수 정권이고 그 많은 F-4비자 소지자 취업제한(부분적이긴 하지만) 철폐도 이 보수정권 하에서 시행되고 있다. 한 가지 더 보태자면 외국인 건강보험가입도 듣기 좋게 당연가입이나 실제로 강제 가입시킨 것도 문재인 정부다. 

정치는 표를 먹고 생존하기 때문에 그럴 수 있다고 백번 물러서서 너그럽게 봐 줄 수도 있다고 치자. 정치에 비해 가장 정확한 데이터에 가장 정확한 팩트를 근거로 논문을 작성하는 한국학계의 사정은 어떨까? 

요즘 한국사회의 눈에 띄는 이슈 중 하나가 필리핀 여성 가사도우미 도입이다. 조정훈 시대전환 국회의원이 발의했고 대통령이 추진의사를 밝혔다. 서울시는 100명 동남아 여성을 시험적으로 도입하겠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그런데 시행이 순탄치 않다. 이런저런 문제점들이 수두룩하게 지적되고 있어 찬반양론이 팽배하다. 학계도 여기저기서 이를 주제로 포럼을 개최하고 있다.

필자는 지난 주 어느 한 포럼에 참석했다. 발표자는 현재 한국정부가 파견한 필리핀 EPS센터장으로 계시는 한국 분이다. 이 분은 여기저기 초청받아 외국인여성 가사도우미 도입 주제로 분주하게 논문을 발표하고 있다. 방대한 분량을 세심하고 꼼꼼하게 준비했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린데 필자의 눈에 걸린 문구가 하나 있었다. 
‘동포(H-2) 여성 가사도우미에 대한 불만’ 이 문구는 여차여차해서 동남아 외국인 여성 가사도우미를 도입하게 된다는 추진배경에 있는 것이다.
필자가 질문했다. 
“동포여성 가사도우미 숫자상 공급 부족이라는 뜻인지, 가사도우미로 근무하고 있는 개개인이 일을 잘 못한데 대한 불만인지?”
답은 후자였다. 해석 왈, “잘하고 있는 분들도 있지만 고용주들이 동포여성 가사도우미의 언어 차이, 육아 방식 차이, 문화 차이 등등의 차이로 불만이 있다.”

나의 반격이 시작되었다. 
“정확한 통계수치는 없지만 현재 한국 가사도우미 시장 80~90%를 조선족여성들이 담당하고 있으며 절대다수가 일을 잘하고 있다. 조선족여성 가사도우미 역사가 20년도 넘었는데 그 동안 지금까지 그 분들이 일을 잘 못해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어 큰 문제로 불거진 일이 있나?”
“없었다.”
“가사도우미 일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육아인데 방식상의 차이는 조선족 여성이라서 그런 것 이니라 시어머니에게, 친정어머니에게 맡겨도 여전히 방식차이는 불가피한 것이다. 문화차이를 지적하는데 같은 말 하고 같은 음식을 먹고 생활정서가 비슷한 조선족여성이 문제라면 완전 생판 다른 외국인 여성을 고용하면 문화차이가 사라지는가? 더 심해질 것이 불 보듯 빤한 일인데 조선족 여성에 대한 이런 지적은 중국고사를 인용해서 말하자면 털을 불어 허물을 찾아내는 ‘취모구자(吹毛求疵)’ 행위가 아닌가!”
“조선족 여성들이 가사도우미 80~90% 시장을 점하고 일을 잘하고 있는데 개별적인 고용주의 불만이 마치 전체적으로 일을 잘못해서 불가피하게 외국인 여성을 도입하게 되는 추진배경이 되는 취지로 설명되는 것이 과연 올은 일인가?”
“조선족여성에 대한 ‘취모구자(吹毛求疵)’ 행위는 가뜩이나 조선족에 대한 차별과 혐오가 심한 정서에 부채질하는 것 아닌가? 물론 저자는 이런 의도가 전혀 없었겠지만 사회적으로는 이런 나쁜 영향이 충분히 조성될 수가 있으니 ‘동포(H-2) 여성 가사도우미에 대한 불만’ 문구를 삭제하는 것이 좋겠다.”
“곧 삭제하겠다.”
이런 대답을 듣고서야 끝냈다.

사실 필자는 외롭게 싸우고 있다. 무슨 말이냐면 이런저런 여기저기 포럼에 많이 참석하고 있다. 때로는 발제자로, 때로는 토론자로, 때로는 방청객으로 참석한다. 매번 거의 동포관련 주제에 있어서 나의 귀를 거슬리게 하는 얘기들이 나온다. 두 가지 예만 들겠다.

첫째 동포들이 많이 다니는 교회에서 수년간 상담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00행정사 왈, “동포들이 주민세 납부에 불만을 표하는 분이 많다. 한국인도 주민세를 내는데 동포들이 한국에서 살면서 주민세 납부에 불만을 가지는 것은 절대 옳지 않다.”

필자 왈, “저는 주민세 납부에 찬성하는 사람이다. 동포들이 왜 불만이 있겠는가? 그 속사정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주민세를 납부하면 주민대우를 해줘야 하는 것이 지극히 정상인데 한국정부는 중앙정부나 지자체 모두 주민대우를 해주지 않는다. 주민은 권리와 의무를 진다. 현재 한국정부는 주민세만 걷어가고는 권리를 주지 않고 의무만 지키라고 강요한다. 예를 들어 코로나19시기 공적마스크 구매대상에서 제외시키고, 재난지원금 지급 대상에서도 제외시킨다. 의무만 지키게 하고 권리를 부여하지 않는 주민세 납부에 불만이 있는 것이 당연한 것 아닌가!”
둘째 “조선족 유학생 가운데 중국정부가 파견한 간첩이 많다.” 어느 포럼에서 동포 관련 일을 해온 분이 한 말씀이다.

필자 반박 왈, “어느 나라 정부든지 모두 간첩파견 활동은 다 한다. 유학생 경우 정부가 파견한 간첩이라면 우선 국비생이어야 된다. 모든 국비생이 다 간첩인 것은 아니지만 말이다. 조선족 유학생 가운데 국비생이 몇 명 있는지? 의문이다. 그리고 한국에 중국인 유학생이 수만 명이나 있는데 하물며 조선족을 간첩으로 만든다? 물론 사실 내막을 전혀 알 수 없기 때문에 전혀 한 명도 없다고 장담할 수는 없겠지만 많다는 말은 전혀 신빙성이 없다.” 

몇 년 전 한국국정원에 고용되었다가 들통 난 조선족이 있었다는 사실은 알고 있으나 중국정부가 파견한 조선족유학생 간첩이 있다는 사실은 지금까지 듣도 보지도 못했다.

조선족은 한국에서 이쪽에 치이고 저쪽에 차이고 마치 동네북과 같다. 물론 한국 측 정치권을 비롯해 여러 분야의 책임이 크겠으나 조선족사회도 반성해야 한다. 절대다수가 노무일군으로 한국에 입국했기 때문에 전반 소질이 매우 낮다. 한국의 선진적인 것을 배워 한국문화에 적응하여 발전하겠다는 마음이 없이 눈앞에 돈을 좀 벌면 영웅이 된 것처럼 눈에 뵈는 것이 없다. 아직까지 한국 내 조선족사회는 지식에 대한 추구도 없이 그냥 ‘상놈’처럼 살아가고 있다. 80만이나 되는 사회에 독서모임 하나 없는 것이 정상적인 사회가 아니다. 조선족사회에서 활동하고 있는 다수도 비지식인이어서 지식인에 대한 존중도 없다. 그냥 한국의 부정적인 것만 눈에 들어오고 삐뚤어진 시각으로 한국사회를 바라보고 못마땅해 하면서 불만만 품은 채 중이 종 치듯 하루하루 허송세월을 보내고 있다. 가방 끈이 짧으면 마음의 여유가 없다. 서로 헐뜯기만 하고 서로 상부상조의 마인드가 없다. 이것이 재한조선족사회가 뭉치지 못하는 중요한 이유 가운데 하나다. 이대로 나아간다면 조선족은 그냥 한국에서 동네북으로 살아갈 수밖에 없다. 

김정룡 ‘多가치포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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