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병일을 시작한지도 어언간 4년 철에 들어선다. 시간이 갈수록 간병일의 고됨과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간병사의 삶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된다. 특히 하루 일상이 간병사한테는 너무나도 평범하면서도 고도의 책임감과 인내심으로 꽉 찬  날이여서 꼭 한번은 간병사의 하루일상를 세상에 공개하고 싶었다.

나는 오늘 아침도 환자어르신의 "여사님" 하는 부름소리에 눈을 비비며 일어났다. 대변을 보았단다. 시간을 보니 아침 4시 30분밖에 안되었다. 나는 낮은 목소리로 웃으면서 환자 보고 "어머님, 오늘 아침부터 저한테 이렇게 많은 황금변을 선물하니 저한테 오늘 꼭 좋은 일이 생길겁니다. "하고 말했더니 환자는 피식 웃으면서 "유머가 참 대단하시구만, 미안하네, 이른 아침부터 귀찮게 해서.“라고 말씀하신다. 나는 그저 웃음으로 대답하고는  대변처리를 날렵하게 마무리 했다. 환자는 깨끗이 씻겨드려서인지 또다시 편안한 모습으로 잠이 드신다.

시간을 보니 벌써 아침 5시가 넘었다. 운동하기 딱 좋은 시간이다. 피로한 몸근육도 풀어주고 신선한 공기도 마실겸 옥상으로 올라왔다. 이미 운동을 시작한 간병사들이 적지 않다. 신발 벗고 맨발로 빠른 걸음 걷는 사람, 표준화 동작은 못되지만 그래도 노력하여 하나하나의 동작으로 건강체조를 완성하는 사람, 은은하면서도 율동성이 좋은  음악에 맞추어서  태극권을 하는 사람, 씩씩하게  걸으면서 건강박수 치는 사람, 다양한 운동자태와 모습은 동쪽에서 서서히 솟아오르는 빨간쟁반같은 태양의 안밭침하에 한폭의 생동한 풍경화를 방불케 한다. 참으로 멋져보인다. 그렇게 힘들고 어려운 환경속에서도 간병사들은 60대의 패기와 열정으로 자신의 삶의 터전을 열심히 가꾸어 가는것이 참으로 존경스럽고 돋보였다. 나도 뒤질세라 빠른 속도로 걷기를 시작했다

아침 식사 시간이다. 편마비로 입원중인 환자는 그래도 식사를 혼자 할 수있어 천만다행이다. 비록 음식물은 많이 흘리긴 하지만 우리병실에서는 유일하게 스스로 식사 환자다. 식사를 다하지못했는데 또 화장실에 가고싶다고 한다.나는 밥을 먹다말고 말없이 휠체어에 환자를 안아서 앉혀드리고 또 화장실로 간다. 후-, 헛탕이다.

식욕이 싹 날아나 버렸다. 밥 두세 숟가락을 뜨네하고 밥상을 내가고 말았다. 지금부터 전쟁이다. 재활시간이 첫타임이라 약 드리고 양치질 하고 옷 갈아입히는 것이 분초를 다툰다. 150센치미터도 안되는 키에 73키로나 되는 체중이라 한번 움직이기란 정말 쉽지않다. 손이 많이가는 환자라 안약, 파스, 허리보호대, 발목보호대까지 하고나면 재활시간이 다 되어간다. 바람이 일듯이 100미터 경주속도로 휠체어를 밀고 재활실로 달려간다.

 아기를 유치원에 보낸 기분으로 홀가분하여 가벼운 걸음으로 병실에 돌아와 벌렁 누워버렸다. 이 시간만은 내가 향수할 수 있는 자유의 시간이다. 병실의 자매들과 커피향을 맡으면서 동서남북을 넘나들며 인생의 단맛과 쓴맛을 맛볼 시간이다.

"따르릉" 하는 전화별 소리가 울린다. 재활실 치료선생님의 전화다. 나의 환자가 또 화장실로 가자한다는 전화다. 나는 아쉽게 마이던 커피잔를 급히 내려놓고 재활치료실로 두주먹 쥐고  달려간다.이렇게 환자는 하루에도 적어도 다섯번은 변때문에 화장실로 가야한다.

점심케어가 끝나 환자도 나도 낮잠을 자려고 누웠다. 하지만 문어구에 있는 환자가 때 시간을 가리지 않고 밤낮 승냥이 울음소리로 우는 바람에 밤에도 낮에도 항상 수면 부족이다. 오늘 점심잠도 꽝이되고 말았다.

비록 피곤과 수면부족으로 몹시 힘들지만 문화교육팀의 당번 글을 쓸 시간이 되어 채완성하지 못한 좋은 글을 쓰기 시작한다. 그래도 40분동안은 쓸 수 있다. 톤이 높은 울음소리 속에서 그래도 사색의 배는 계속 노를 저을 수 있어서 다행히  마무리가 다 되었다. 밤시간을 이용하여 수정을 하고 편집을 하면 완성이다.

오후 재활시간이 다. 환자의 로코멧과 아메오가 있는 시간이라 꼼짝없이 환자의 곁을 지켜야 한다. 미끄럼방지 장갑으로부터 토시, 수면바지, 발목보호대, 안경, 운동화에 이르기까지 모두 간병사가 일일이 손이 가야 하기때문이다.

오늘 하루 재활이 모두 끝났다. 저녁케어도 생각보다 별일없이 빨리 끝났다. 저녁시간은 향수시간이다.

나는 점심시간에 마무리한 담당글 수정에 착수한다. 하지만 환자는 또 화장실로 가고 싶단다. 습관이 된 나는 화는 나지만 티없이 환자를 화장실에 모셨지만 생각대로 그렇게 빨리 일을 완성하지 못한다. 복부마사지에다가 항문주변의 괄약근을 한참 동안 가볍게 마사지를 해서야 오늘 네 번째로 순리롭게 배설을 마무리했다. 워낙 환자가 음식에 애착이 많은 지라 공제가 잘 안 된다. 하여 한번 과체중환자를 움직이고 나면 나는 온몸이 땀투성이가 되고만다...

나는 다시 담당글 수정에 신경을 집중하기 시작한다. 근 한시간의 노력을 걸쳐 편집까지 순리롭게 완성하였다.

이제는 나의 자아능력 제고시간이다. 읽고 싶은 책을 읽으면서 책속의 주인공들과 마음속 대화를 나누면서 인생의 모든 것을 다시 한번 음미하곤 한다. 고향에서는 무엇이 쓴맛이고 고된 일상인지를 몰랐다면 한국에서의 몇 년간 간병사의 삶을 살면서 무엇이 달고 쓴맛인지를 너무나도 많이 터득하게 되었다.

그래도 나는 간병사라고 하여 부끄럽거나 창피하지않다. 좋기만하다. 아침에 일어나 무엇을 할지를 고민하고 그것을 어떻게 해 나갈지를 생각하고 하루가 끝나기전에 그것들을 완성하기 위해 열심히 뛰고 홀가분한 마음으로  잠자리에 드는 힘들고 고되지만 충실한 일상을 보내는 그 자체가 행복한것이다. 언제까지 간병사로서 일 할 지는 모르지만 하는 날 까지는 열심히 살 것이다.                         
   

  장영애 프로필 

중국 장춘사범대학중문전업(4년 제)을 졸업하고 중국 연변조선족자치주 훈춘시 제5중학교에서 한어문 교사로 30여년, 담임교사로 20년, 정령퇴직후 한국행을 선택, 간병경력 4년,현재 재활병원에서 간병인으로 있습니다. 재한중국동포 애심 간병인그룹 사무총장직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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