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월의 사랑

 

님과 나의 사랑에는 
12월도 부족해서
둘만의 계절이 더 있습니다
13월이 있답니다

13월의 황금 빛 들판에는 
햇님 왕자가 백마 타고 노래 부르고
낮에 나온 공주 달님이 
산 언덕에서 너울 너울 춤을 춥니다

님과 내가 함께 판 우물에는 
달콤한 동동주 샘처럼 솟아나고
숲 속에는 노래하는 열매
"아리랑" 을 부르며 익어갑니다

냇가에는 보슬 비, 들판에는 함박 눈
앞 남산에 녹음 지고 뒤 동산에 단풍 드는
님과 나의 13월은 계절 밖의 계절
노래가 넘쳐 나는 사랑의 천국입니다 

13월의 겨울 해는 따뜻하여 
진달래 꽃, 무궁화 꽃 계절을 모르고
이별과 아픔 없는 13월에서
내사랑 마음에도 노래 뿐입니다

무에서 유를 만드는 13월은 
달력에 없는 13월, 창조의 13월
하지만 이것은 하늘이 주신 것 아니라
두 마음의 불꽃이 이루어낸 
환상의 꽃불 같은 계절입니다

 

묵은지

 

누름 돌에 짓눌려 신음 하는 묵은지
어둡고 밀봉된 항아리 속에서
하루하루 목 마르게 기다렸다
피 멍든 가슴으로 햇빛 기다리며

살그머니 하얀 골 가지를 헤쳐보았다
주름지고 찢어진 상처 자욱 얼굴들이
짜고 시큼한 매운 눈물로 뒤엉켜있다
배추 잎들이 숙성의 고개를 달려가고 있다

큼직한 누름 돌을 찾아 
꾹꾹 눌러 다시 덮어 주었다
먼 먼 훗날에 배추 잎도 익고 나도 익어 갈 때
담백한 침묵을 깨며 꺼내야겠다
노랗게 익은 추억들을 한 잎 한 잎 맛봐야겠다

 

엄마의 다듬이 소리

 

도드락 탁탁 다듬이 소리
소복 단장 울 엄마의 다듬이 소리
시집가는 딸애의 이불 안에 
하얀 축복 고이 담아 다듬이 하신다

오리 오리 구김살 곱게 펴가며
바르게 살아라 도드락 탁탁
티 없이 깨끗하게 살아라 도드락
딸애의 꽃 길을 다듬이 하신다

백의 민족 울 엄마의 하얀 소망
자장가처럼 들려오는 정겨운 목소리
듣고 싶은 엄마의 다듬이 소리
울 엄마가 불러주는 하얀 노래 여라

 

별들의 눈물

 

누가 알거나
인간 세상 가고파 울고 있는 별들을
누가 알거나
울고 울어 패인 한 가슴의 상처를

어둠으로 멈춰버린 고독의 심연에서
돌처럼 굳어버린 벌거숭이의 알몸
기구한 운명의 끝자락에 못 박혀서 
아득한 운해의 허공중에 매달려서 
다리 쉼도 없이 뜨고 지는 
고달파라 별들의 삶

창망한 우주는 바람처럼 흐르고
억만 광년 세월을 넘고 넘어도
기다림의 끝은 어디에?
삶의 쉼터인 고독의 끝은 또 어느 곳에?

아~ 이 아침도 온 들판을 흠뻑 적신 
반짝이는 저 은빛의 이슬
구슬같은 저 별들의 눈물이여

 

물음표 느낌표

 

힘들고 고달픈 인생 물음표라면
낭만으로 사는 인생 느낌표라네
외롭고 슬픈 인생 물음표라면 
웃으며 맞는 인생 느낌표라네

모래 위의 금탐 사랑 물음표라면 
호수가의 원앙사랑 느낌표라네
흔들리는 풀잎사랑 물음표라면
기쁨 주는 참된 사랑 느낌표라네

그려 그렇지 그렇구말구
우리 인생 우리 사랑
느낌표로 살아가세

고송숙 프로필

연변작가협회 회원
한국문인협회 회원 
계간 "시산맥" 특별회원
가사 " 솔밭이 설레이네"외 2수  "연변음악" 에 발표
"별들의 눈물" 외 2수, "연변문학" 에 발표
"물음표 느낌표"  연변방송국 매주일가로 방송
"13월의 사랑"  재중국 동포 초대시집에 수록
2017년 청암문학 수필부문 신인상으로 한국문단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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