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남철 (경제학박사, 여행 작가, 전 파라과이교육과학부 자문관)

시애틀 하면 사람들은 영화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Sleepless in Seattle)을 연상할 것이다. 서로 전혀 알지 못하는 남녀가 운명적인 만남을 그린 로맨틱 영화로 톰 행크스와 멕 라이언이 주연을 했다. 미국 북서부의 대도시 시애틀(Seattle)과 미국 동부 끝에 있는 최대 도시 뉴욕(New York)을 배경으로 한다. 

미국에서는 1993년 6월 25일, 한국에서는 크리스마스를 앞둔 1993년 12월 18일에 개봉했다. 2016년 12월 29일 CGV에서 재개봉했다. 이 영화에서 시카고에 사는 건축가, 샘 볼드윈은 아내, 매기를 암으로 잃는다. 그는 아내를 잊기 위해 8살 된 아들, 조나와 함께 시애틀에서 새롭게 출발한다.......

시애틀은 워싱턴 주(Washington State) 중부에 위치해 있으며 미국 서북부의 중심지이다. 시애틀을 포함한 워싱턴 주에 해당하는 지역은 예부터 원주민이 살아오던 곳이었다. 그 당시에는 도시가 아니라 일개 장소에 불과했으며 이곳에 ‘마을’이라고 할 만한 것이 생긴 것은 백인 이주자들이 오기 시작한 1851년부터였다. 시애틀이라는 이름은 1854년 미국의 인디언 대추장의 이름인 ‘시애틀’에서 유래 되었다고 한다.
이 도시의 전체 면적 147㎢ 중 31㎢는 호수가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물의 도시’라고도 불린다. 비가 자주 많이 오기 때문에 ‘비의 도시’(Rain City), 항공기 제조회사인 보잉사(Boeing)가 시애틀에 있는 것과 관련하여 ‘제트시티’(Jet City)로도 불린다. 많은 사람들이 혼선을 갖는 일이 있다. 첫 번째는 수도 워싱톤 디시(Washington D.C)와 헷갈리는 것이고, 또 다른 착각은 워싱톤 주의 대표 대학인 University of Washington(주립), Washington State University(주립)와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에 있는 Washington University(사립대학)이다.

공항과 페더럴웨이는 Sea Tac 주변에 있음. 
공항과 페더럴웨이는 Sea Tac 주변에 있음. 

시애틀은 한국에서 가장 가까운 미국 본토 도시로 서울에서 8,340km이며, 인천공항에서 직항으로 10시간 정도면 도착한다. 시애틀의 항공편 대부분은 시애틀과 남쪽 소도시 타코마 사이의 시택(Sea Tac)에 위치한  시애틀 타코마 국제공항(SEA: Seattle-Tacoma International Airport)으로 운항한다. 시애틀과 워싱턴 주는 미국 본토에서 가장 아시아인들에게 우호적인 지역이라고도 할 수 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비슷한 시기에 백인과 중국인들이 들어와서 백인들의 텃세가 적었고, 아시아 문화나 음식에도 비교적 일찍 익숙해졌기 때문이다.

시애틀 랜드마크인 ‘스페이스 니들 타워’는 총 높이는 184m로 1962년 세계 박람회를 위해 지어졌다. 1962년 완공 당시엔  미국 서부 최고였는데, 70년대 캐나다의 CN 타워 같은 더 높은 탑들이 생기고, 1985년 컬럼비아 센터의 완공으로 지금은 시애틀 내에서도 가장 높은 건물이 아니다. 스페이스 니들에는 지상 160m(520피트) 높이에 전망대가 있어 시애틀 시내 스카이라인, 올림픽 및 캐스케이드 산맥, 레이니어 산, 베이커 산, 엘리엇 사운드, 퓨젯 사운드의 여러 섬을 구경할 수 있다. 1999년 4월 19일, 도시의 랜드마크 보존 위원회는 타워를 역사적 랜드마크로 지정했다. 2017년 10월부터 2018년 8월까지 보수를 하여 전망대 2층은 외벽을 바깥 경사 유리로 고치고 천장은 덮지 않아 개방감을 극대화했다. 투명 유리 바닥을 걸으면 짜릿한 쾌감을 느낄 수 있다.

스페이스 니들 타워.
스페이스 니들 타워.

1971년 시작된 세계적인 커피 회사 스타벅스 1호점은 10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다운타운시애틀의 공공 재래시장인 ‘파이크 플레이스 마켓(Pike Place Market)’에 위치하고 있다. 시애틀에는 처음 영업을 시작한 도시답게 스타벅스 영업점이 많다. 스타벅스를 본 후 코너 하나 돌면 스타벅스가 보이고, 코너를 또 돌면 또 스타벅스가 보인다. 한 건물에 2개 들어가 있는 경우도 있다. 실제로 스타벅스 점포수는 전 세계 도시들 중 8번째로 많다. 아이러니하게도 서울이 전 세계 점포수 1위이며 그 다음으로 뉴욕, 상하이, 런던, 시카고, 토론토, 멕시코시티 순이며 9위와 10위는 베이징과 라스베이거스이다. 서울 광화문 일대 20개의 스타벅스 영업점이 운영되고 있다. 
필자는 많은 사람들이 스타벅스 1호점 앞에 긴 줄을 서서 기다리는 손님들의 모습을 보고 놀라웠다. 이 점포는 앉아서 커피를 마시거나 분위기를 느낄 수는 없고 커피와 각종 스타벅스 관련 제품을 사가지고 가는 것이다. 필자도 예외는 아니었다. 왜 그렇게 세계 각국의 많은 관광객들이 스타벅스를 찾는 걸까. 궁금증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스타벅스 1호점.
스타벅스 1호점.

워싱턴 주 한인들은 대부분 시애틀 교외지역에 거주하고 있는데 특히 타코마 바로 위에 위치한 페더럴웨이 시에 살고 있다. 시애틀 다음으로 한인들이 가장 많이 밀집해 있는 지역이며 영어를 잘 몰라도 대충 살 수 있는 곳이다. 이 지역에서 놀라운 것은 여기 저기 거리에 한국식 찜질방, 미용실, 짜장면을 파는 한국식 중국음식점, 한국 슈퍼마켓, 한인 은행, 대출 사채 업체까지 있다. 미국 최초로 한인 경찰국장이 임명된 도시다. 추신수 선수는 시애틀 매리너스에 입단 후 메이저리그에 데뷔했으며, 이대호 선수는 매리너스에서, 최지만 선수는 매리너스 마이너 팀에서 선수생활을 했다.
필자는 시애틀에서 공부하고 있는 작은딸과 한 달을 보낸 적이 있다. 시애틀에는 세계적 기업들이 많이 자리 잡고 있다. ‘해외 우수인력 유치 방안 연구’의 일환으로 마이크로소프트사, 보잉사, 아마존 등을 방문했다. 
해발 4,392m에 이르는 ‘레이니어 산 국립공원’(Mount Rainier National Park)은 워싱턴주의 복판에 있으며 워싱턴 주 풍경의 상징과도 같다. 남한 영토(약 10만㎢)보다 두 배 가까이 넓은 워싱턴 주(18만4000㎢)에서는 어디에서도 레이니어 산을 볼 수 있다. 필자는 매일 집에서 맑은 날 창문을 열면 보이는 만년설을 가진 레이니어 산을 작은딸, 집식구와 함께 찾았다. 

레이니어 산 입구.
레이니어 산 입구.

이 산은 알래스카를 제외한 북미에서 5번째로 높은 산이며, 미국 본토 48개주 중에서 가장 높은 산으로 1890년대에 마지막 폭발을 일으킨 휴화산이다. 언제든지 다시 불을 뿜을 수 있다고 한다. 레이니어 산은 전 세계에서 가장 눈이 많이 오는 곳이며 매년 10m쯤 내리는 것은 기본이라고 한다. 1800년대 초반, 영국 해군 제독 조지 밴쿠버가 친구인 피터 레이니어를 존경해서 불렀던 것이 지금의 이름으로 굳어졌다. 원주민은 레이니어 산을 ‘타호마’(Tahoma)라고 불렀다고 한다. 원주민 말로 ‘신들의 집’ 또는 ‘강력한 힘의 원천’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미국의 5번째 국립공원으로 1899년 3월 2일 지정된 유서 깊은 곳이다.

레이니어 산은 6대 주요 강의 수량을 책임지는 빙하로 덥혀 있다. 필자는 페더럴웨이(Federal Way) 시에서 자동차로 1시간 정도 운전해서 마운트 레이니어 국립공원 북쪽 지역의 파라다이스에 도착했다. 해발 1,645m 지점에 있으며 레이니어 산의 개척자 중 한 명인 롱 마이어 가족이 이 지역에 만발한 야생화들을 보고 ‘파라다이스’란 이름을 지었다. 다양한 야생동물과 조류가 서식하며, 이곳에 있는 ‘잭슨 방문 센터’에서 출발하는 스카이라인 트레인이 인기다. 겨울철엔 산악 스키를 즐길 수 있다. 이곳에서 몇 분 운전해서 해발 1,950m에 자리한 ‘선라이즈 방문 센터’에 도착했다. 이곳은 국립공원 안에서 차로 올라갈 수 있는 가장 높은 지점이다. 

레이니어 산 국립공원은 약420km 길이의 트레일을 보유하고 있어 하이킹을 즐기는 사람들에게도 적합하다. 등산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자신의 등반 기술을 점검하기에도 좋은 곳이다. 레이니어 산 주위를 둘러싸고 있는 150km 길이의 원더랜드 레일(Wonderland Trail)에서 저지대 숲, 계곡 또는 고산 지역을 이동하다 보면 흑곰이나 표범을 만날 수도 있다. 봄, 여름, 가을 그리고 겨울을 함께 만끽할 수 있는 아름다운 산이다.

파라다이스.
파라다이스.

레이니어 산에는 폭포도 많다. 빙하가 녹은 물인데 크기에 비해 풍부한 수량을 자랑한다. 공원 일주도로를 따라 곳곳에 폭포들이 나타나는데 그 중에서도 파라다이스 지역에 있는 나라다(Narada Falls), 크리스틴(Christine Falls), 레인보우(Rainbow Falls) 폭포 등이 가장 대표적인 것들이다. 특히 니스퀼리 강의 숨은 보석이라고 불리는 ‘나라다 폭포’는 약 57m의 높이와 15미터 넓이로 산 위의 눈과 빙하가 녹아 흘러내리며 장관을 이룬다. 특히 수량이 풍부해지는 여름철엔 물줄기 사이로 뜨는 아름다운 빛깔의 무지개를 보러 오는 사람들이 많다. 레이니어 산에 있는 폭포는 계곡을 따라 흘러내리면서 더 큰 폭포를 이루고, 강이 되어 태평양으로 흘러 들어간다. 가장 낙차가 큰 폭포는 카멋 폭포(Comet Falls)다. 롱마이어에서 파라다이스로 향하는 길목에 있는 크리스틴 폭포는 드라이브 중에 잠깐 차를 세우고 구경할 수 있다. 니스퀼리 강의 숨은 보석이라고 불리는 나라다 폭포. 약 53m의 높이로 산 위의 눈과 빙하가 녹아 흘러내리며 장관을 이룬다. 특히 수량이 풍부해지는 여름철엔 물줄기 사이로 뜨는 아름다운 빛깔의 무지개를 보러 오는 사람들이 많다. 레이니어 산에 있는 폭포는 계곡을 따라 흘러내리면서 더 큰 폭포를 이루고, 강이 되어 태평양으로 간다

나라다 폭포.
나라다 폭포.

마운틴 레이니어에는 호수기 많다. 오랜 옛날에는 빙하지역이었기 때문에 지금도 크고 작은 호수들이 많이 남아 있다. 고도가 높은 지역에 있는 작은 호수들은 거의 연중 얼어 있는 경우가 많다. 이 호수들은 한 여름에도 손이나 발을 담그면 뒷골이 찡할 정도로 물이 차갑다. 공원의 호수 중 가장 유명한 것은 레이니어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리플렉션 호수(Reflection Lake)다. 파라다이스 방문객 센터에서 가까운 거리에 있다.

리플렉션 호수.
리플렉션 호수.

시애틀은 규모 및 물량면에서 서북미 지역 제1의 항구도시로서, 육로, 항로, 해운이 발달한 교통의 요충지이다. 천연 목재산업, 수산업, 기계 등 전통산업과 항공(보잉 공장), 소프트웨어(마이크로소프트), 인터넷(아마존), 식음료(스타벅스, 코스트코), 생명공학 등 첨단산업이 골고루 발전한 무역과 비즈니스의 중심지이다. 보잉사는 맥도넬 더글라스와 합병 이후 본사는 시카고로 이전했으나 보잉 공장은 시애틀에 있다. 1916년 시애틀에서 창립한 보잉은 세계 최대의 항공기 제작 회사이자 동시에 세계 굴지의 방위 산업체이다. 상업용 항공기 외에도 미사일, 우주선까지 항공 우주와 관련된 많은 사업을 진행 중이다. 회원제로 운영하는 창고형 소매업체인 코스트코는 1983년 시애틀 근교에 위치한 이사콰에 본사를 두고 있으며 시애틀에서 첫 번째 매장을 오픈했다. 12개국에 800여 개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데 한국 코스트코 세종점이 전 세계 매출 1위를 차지할 정도로 국내에서도 인기가 높다.

레이니어 산 오르면서.
레이니어 산 오르면서.

2023년 기준 시애틀의 인구는 약 70만 여명이며, 시애틀 주변 지역의(Seattle Metropolitan Area) 인구는 약 400만 명이다. 최근 워싱톤 주에 살고 있는 한국 교포 수는 약10만 명 정도이다. 이는 미국 전체 주에 살고 있는 교포 수에서 5위를 차지하고 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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