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정  
 

세월이 남긴 상처
가슴에 묻어놓고

고통을 잊으려고
바람에 물었는데 

멀리서
한숨 소리만 
이 가슴을 허비네

 
  문풍지

 

문풍지 하던 때가
추억 속의 이야긴데

따뜻한 온기만은
이 몸이 기억하니

아마도 
그 시절 정을
찾고 싶어 함이라

 
  겨울 문턱

 

눈꽃을 품에 안고
갈가 말가 망설이다

무엇이 아쉬웠나
눈물로 하소하네

계절을
헛갈렸는가
마음마저 흔드네

 
   첫눈

 

하늘서 보내오는
목화꽃 엽서보며

새 소식 담겼을가
손 펼쳐 받았는데 

하얗게 
살다 가라고
속삭이며 내리네

 
   터 새

 

고향이 좋아서냐
인심에 끌린 거야

대 이어 살아가며
떠날 념 안하거니

라목을
쓸어난고서
사랑가를 부르네

 
기억  

 

기억의 쪽문 열고
들어가 보았더니 

낯익은 부엌에서
엄마 냄새 풍겨오네

오늘은 
그리움 달래며
그 손맛을 찾는다

 
우박

 

하늘서 빙산들이
부서져 내리는가

세상을 잠깐 사이 
흰 구슬로 감싸더니

시치미
잡아 떼고는
비 행세를 하누나

 
황혼 청춘

 

저 멀리 노을가에
청춘이 붓을 드오

먹 향에 취해가며
인생사 그렸더니

멋지다 
호수가에는
천년송이 비끼네

 
땡 볕

 

개미도 얼씬못할
팔월의 무더위라

선풍기 신음소리
바람을 토하는데

고맙다 
때아닌 폭우
끓는 가슴 식히네

 
언덕

세월의 언덕에다
청춘을 내려놓고 

지는 꽃 애처로워
세월을 탓 하지만

불타는 
저녁노을에
내 영혼이 물드오

리명자

중국 룡정시조양공사 광석촌 출생. 
연변텔레비죤 방송국에서 퇴직.
2022년부터 송화강 잡지, 연변일보, 흑룡강신문에 시조 수십 수 발표.
아동문학 잡지에 동시 다수 발표.
청년생활 수기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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