갱년기  

 

한달에 한번 멋진 여자 
뽐내는 모습 반평생 
지켜보던 누군가가 질투의 
화살을 끝내는 택배로 부쳐왔다

달거리를 한방울 한방울 
파먹더니  더파먹을 것 
없노라며 몸 전체를 고뿔 싸들고 
돌아다닌다 

머리는 마냥 흐리멍텅 눈은 
백내장 귀는 윙윙 바람소리 
등짝에서 흐르던 식은땀은 
내고향 해란강으로 
철철 흘러간다 

사채 빚진 빚꾼마냥 가슴은 콩당콩당
흰 머리칼과 잔주름으로 깊숙이 파고 드는 너는 누구냐 
말라버린 강바닥에 드러난 하얀 자갈
허전한 구석을 어찌 보듬어 볼까 

언제 끝날지 모르는 너와의 싸움 
달빛 한폭에 찢어지는 석양이 
무심타만은 네가 파먹고 간 
웅덩이에서 기지개 켜며 인생 
후반 전에 더욱 신난 빛이 뿜겨 나올 것이다. 


혼밥 

 

어제도 
오늘도 
혹시 내일도 혼밥? 

곳곳에 혼밥 레벨이 
유행인 이 세상 
생각만 해도 
지긋지긋한 이 혼밥 

산 넘고 바다 건너 
아무때나 내가 부르면 
뛰여오는 누구 없을까

그렇지! 
내일은 하나님과 부처님 
불러서 함께 밥 먹어야겠다. 


 

유채꽃 밭에서 

 

노란 저고리에 파란 치마를 입고 
말없이 웃음날리며 반겨주는 
너는 누구냐? 

겨우내 기다렸다는뜻이 
혼저옵소예 ㅡ 
속삭이는 너 

제기제기 찰칵하자며 살풋이 
시대주는 귀염움까지 

내년 이 맘 때 또 
보자며 치마폭 흔들며 내 
귀전을 간지럽히는 시냇물 
흘러가는 소리 

너는 누구냐? 
나는 너를 알고싶구나 

 

매미소리 

 

이른새벽 
요란한 매미소리에 잠을 깬다 
매미야 매미야 
왜 그렇게도 
애처롭게 우는거야? 

자지러지는 소리에 나도 속이 
너무 쓰리다 

몇년간 칡흙속에서 비에 젖은 
소리가 무겁게 
흔들리고 있다만 
잠깐 스치는 순간도 난 
정겹게 들어주고 싶다 

죄와 벌이 물오른 이 새벽 
나도 너희들처럼 애처롭게 
울고 싶다만 험한 세상 
그냥 너털웃음으로 
받아주련다 

최미영 프로필 

길림성 용정시 백화점 퇴직 
길림신문 해외판 수필부문 최우수상 
동포문학 설원컵 시부문 우수상.
공저 '독수리의 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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