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뾰족한 핀셋으로 실뽑 듯 뽑아내어
말과 말 사이에다 감정을 심는다네
무엇이 인간인 지를 가르치는 철학자
가수
머리서 발끝까지 몸 전체를 열어 놓고
용케도 자리 찾아 하나 하나 앉혀 놓네
언제나 열린 가슴에 청중 안고 사노라
돌의 하소연
누구는 돌멩이라 누룸돌로 써주던데
누구는 보물이라 금방석에 앉혀주네
주인의 눈 높 따라 받이는 대접 다르네
수석
거세찬 파도에다 그 한몸 맡겨놓고
풍운에 뒹굴으며 예술로 태어났네
기나긴 피나는 고통 어찌 참아 왔을까
커피
투박한 커피 잔에 감미로운 맛을 싣고
차탁에 올라 앉아 즐거움 더해주네
산뜻한 그 향에 취해 도끼자루 썩을라
둥지
끈질긴 집념으로 고이 틀어 지켜왔지
황갈색 가을 바람 내 뺨을 아우르네
담겨진 희노애락은 세월만이 알리라
첫사랑
나란히 찍은 자국 썰물에 씻겨가고
큐피트 그 화살은 파도에 부서졌지
그대여 기억 나는가 여름밤의 그 약속
아버지
세월의 거센물결 매운 채찍 안겼어도
흔들림 한점없이 떠이고 버텼어라
긴 세월 말없는 희생 이 가정을 지켰지
허미란 프로필
1963년, 연변 룡정에서 출생.
30여 년을 연길에서 유아교육에 임하다가 2019년, 정년퇴직을 하면서부터 유년의 꿈에 삽질하여 시와 가사와 수기, 수필을 쓰며 자아확장과 소통의 기쁨을 나누고 있음.
동북아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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