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의 3040세대부터는 원하든 원치 않든 100세 시대를 맞이하게 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한결같이 입을 모으고 있다. 이는 지금의 몸을 앞으로 60~70년은 더 사용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는데 과연 우리의 몸은 앞으로 맞이하게 될 긴 수명을 감당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 

2023년 3월, 로이터통신과 미국정치전문매체 ‘더힐’에서는 2035년이면 세계인구의 절반 이상이 과체중 또는 비만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BMI(체질량지수= 체중(㎏)/키의 제곱 값(㎡))가 25 이상인 과체중 인구는 40억500만 명으로 세계인구의 51%, BMI 30 이상인 비만 인구는 19억천400만 명으로 세계인구의 24%로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것은 또 다른 의미에서 전 세계의 인구가 심혈관질환, 암, 당뇨병, 치매에 걸릴 확률이 더욱더 높아지고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수명은 늘었지만 삶의 질이 보장되지 못할 때 우리가 겪게 되는 고통은 끔찍할 것임에 분명하다. 특히 50대가 지나면 상기 질환에 걸릴 확률이 가파르게 상승하게 되며 자칫 앞으로 더 살게 될 60~70년의 시간 중, 10~20년은 병상에 누운 채로 보내게 될지도 모른다. 그야말로 21세기의 인류는 비만과의 전쟁이라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또한 비만치료와 다이어트가 어려운 것은 ‘중독 질환’이기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단순히 생물학적 요인뿐만 아니라 정신적, 사회적 문제가 함께 동반되기 때문이다.

몸의 주인은 개인이고 개인의 행위가 몸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지만 우리가 속한 집단의 규범과 가치에 의해 크게 영향을 받으므로 사회적 요인이 우리의 몸에 주는 영향은 아주 크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예를 들자면, 무엇을 먹느냐는 개인의 선택으로 간주되지만 이미 정해진 범위 내에서만 선택해야 하는 것이라면 사회적으로 강요당하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 대형이든 소형이든 마트의 식자재 코너에 들어서면 가공식품 진열대가 전체 면적의 4분의 3을 차지하고 야채와 과일, 육류와 생선 등 신선한 식자재가 그 나머지 면적을 차지하는 것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이는 먹거리를 선택함에 있어서 값 싸고 오래 저장할 수 있고 영양은 별로 없지만 칼로리만 높은 정크푸드를 선택할 확률이 높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현대산업의 특성은 우리로 하여금 움직이지 않는 정체된 생활을 반복하게 한다. 온 종일 사무실에 앉아서 컴퓨터만 마주하거나 신체의 어느 일부만 반복적으로 사용해야 하는 업무형태가 많다. 코로나 이후 재택근무가 일상화되면서 몸을 움직이는 시간은 더욱 더 단축되어버렸다.

우리의 생활문화도 비만을 부추긴다. 더 이상 결핍의 시대에 살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지인들과 약속을 할 땐 “같이 밥 먹자”라는 말을 가장 쉽게 내뱉는다. 음식이 풍요롭지 못한 시기, 한 끼 식사를 푸짐하게 대접하거나 함께 먹는 것은 의미가 있지만, 언제 어디서든 쉽게 음식을 구할 수 있는 환경에선 굳이 밥을 같이 먹어야 하나 하는 의구심이 든다. 밥을 먹고 나면 커피를 마셔야 하고 또 디저트까지 먹어야 한다. 어느 한 절차라도 빼먹으면 대접을 소홀히 한 것 같아 자꾸만 음식을 권하게 된다. 

우리는 더 이상 배가 고프지 않음에도 아침, 점심, 저녁을 챙겨 먹으며 일시적인 쾌락을 위해 간식을 먹고 또 각 종 영양제를 챙겨 먹으며 몇 번의 스크롤로 야식도 쉽게 시켜 먹는다. 이런 생활 패턴은 우리의 몸을 조금씩조금씩 비대하게 만들며 정신을 차렸을 때는 이미 질병이 된 상황이 너무 많다. 때문에 만사를 제쳐두고 비만 퇴치를 최우선시해야 한다. 

경제적 부나 명예 등 우리 개인이 추구하는 목표는 건강한 몸이 뒷받침하지 않으면 설사 이루었다고 하더라도 의미가 없을 것이다.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나 건강한 내가 이 모든 성과를 이뤄냈을 때야 말로 그 가치는 더욱 빛이 난다. 애써 꿈을 이루고 난 후 시한부의 인생을 살거나 혹은 누려보지도 못한 채 운명을 달리하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때문에 우린 절제하는 법을 배워야 하고 비만을 부르는 기회를 최소화 해야 하며 부지런히 몸을 움직이고 많은 근육을 만들어 노후를 대비해야 한다. 이것을 실현하려면 우리 몸의 메커니즘과 영양학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을 구비해야 하고 규칙적으로 운동하는 것을 생활화해야 한다.

여기까지 읽었을 때, 말이야 쉽지만 실천하기 쉬운가 라는 생각이 슬슬 뇌리에 스칠 것이다. 그러나 문제의 본질은 항상 간단하다. 덜 먹고 많이 움직이면 된다. 질병에 의한 것이 아닌 생활습관의 오류로 인한 단순 비만은 소식과 운동으로 충분히 개선할 수 있다. 장담하건대 살이 찌는 속도보다 살이 빠지는 속도가 더 빠르므로 꾸준하게 실행하기만 하면 성공은 보장된다. 

필자는 고3 이후부터 지금까지 다이어트를 하지 않은 적이 없었다. 그러니 다이어트 경력은 20년이 더 된다. 단식, 이뇨제 복용, 원푸드 다이어트, 식욕억제제 등 현존하는 모든 방법을 동원해봤지만 모두 실패로 막을 내렸다. 그 당시엔 효과가 있었을지 모르지만 목표 체중을 달성하고 나면 곧 바로 요요 현상이 왔다. 지방을 빼고 근육을 키운 것이 아니라 단지 몸 안의 수분만 뺏기 때문에 평소 먹던 대로 회복하면 바로 살이 찐다. 이런 반복적인 실패의 경험으로 필자는 다이어트엔 지름길이 없고 오로지 꾸준하게 운동하고 식사조절하는 것만이 체지방을 줄이는 해결책이라는 결론을 얻게 된다. 다이어트에 있어서 이 두가지 중 어느 하나만 해도 지속가능한 성공을 불러오지 못한다.

사실 코로나 시기에 살이 급속도로 쪄서 체지방률이 36%에 육박한 적이 있었다. 게다가 건강검진 결과 당뇨에 걸릴 확률이 67%에 달한다는 보고를 받고 아연실색했다. 그 땐 음식이 주는 도파민에 중독되어 뭔가 계속 먹고 있었을 때였다. 그러는 사이 개구리가 더운 물에서 서서히 죽어가듯 어느 날 정신을 차려보니 비만인이 되어 있었다. 급기야 정신을 차리고 운동을 하기로 마음먹고 가장 가까운 헬스장에 등록하였다. 그땐 운동만 했기에 드라마틱한 변화가 일어나지 않았지만 전보다 활력과 의욕이 넘쳤다. 1년 후엔 식사제한을 병행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하루가 다르게 슬림해지기 시작하더니 두 달 만에 15년 전 유학시절에 입었던 청바지까지 다시 입을 수 있게 되었고 11kg의 체중을 감량하는 쾌거를 거두었다. 무엇보다 몸이 가벼워지니 세상이 달라 보였고 자신감이 생겼다. 

하지만 인생은 늘 순탄치만은 않았다. 그렇게 잠깐 다이어트 성공의 성취감에 도취되어 있을 무렵, 코로나에 걸려 한동안 운동을 하지 못하게 되었고 식사조절도 하지 않게 되었다. 하지만 그 동안 몸에 근육이 생겨 기초대사량이 높아져서 그런지 옛날처럼 음식 절제를 하지 않았음에도 갑자기 살이 찌는 현상이 일어나지 않았다. 대신 다시 게으름병이 돌기 시작하여 얼마전엔 이 버릇을 고치고자 2주간 매일 운동하는 프로젝트를 기획했다. 그동안 자신에게 관대했던 간식을 모두 끊고 식사조절도 엄격하게 했다. 운동을 저녁에 해야 했기에 6시 후론 음식 섭취를 자제했다. 참고로 필자는 아침을 먹는 습관이 없다. 매일 한 시간의 웨이트 트레이닝 과 반시간의 유산소 운동을  진행했다. 대신 몸무게는 재지 않았다. 그렇게 2주가 흘러가고 그 사이에 증거로 찍어둔 사진을 비교해 보니 몸의 부피가 줄어든 것이 확연하게 티가 났다. 그러고 보니 몇 달 동안 찌운 살을 불과 두 주 만에 빼 버린 것이다. 

이렇게 간단한 것을 우리는 늘 살을 빼는 것을 어렵게 생각한다. 맛있는 음식에 도취된 시간은 순식간에 지나가지만 힘들게 땀을 흘리는 시간은 느리게 지나가는 상대성이론 때문일 것이다. 분명 타락했던 시간은 각성했던 시간보다 길었다. 이로서 필자는 살이 찌는 속도보다 빠지는 속도가 더 빠르다는 결론을 얻게 되었다. 이 세상에서 가장 바꾸기 어려운 것이 자신이라면, 가장 바꾸기 쉬운 것도 자신이다. 그리고 작은 성공들을 계속 경험하다 보면 결국 큰 성공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 튼튼한 몸과 튼튼한 정신에 시간까지 충분하면 우린 60대, 70대, 80대에도 성장을 도모하고 원하는 일과 성공을 거머쥘 수 있을 것이다. 

이처럼 하고 싶은 일을 마음껏 하고 좋은 경험들을 많이 쌓다가 존엄 있는 웰다잉을 맞이하는게 바람직한 인생이 아니겠는가. 부디 이 글을 읽는 당신도 당장 운동과 식사조절을 실시하여 성취감을 맛보며 건강하고 아름다운 100세 인생을 설계하길 바란다.

최해선 프로필 

2009년 일본 칸세이가꾸인대학 사회학 박사과정 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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