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단 수상 소감 "세상의 모든 아버지들에게 드리는 시"

중국조선족문학상 수상자 김단 시인(오른쪽)
중국조선족문학상 수상자 김단 시인(오른쪽)

"2023 호미문학대전"이 8월 12일 오전 10시 포항시 호미곶 국립등대박물관 영상관에서 개최됐다.

이날 시상식에서 재한동문인협회 디카시분과장인 김단 시인의 시 “못”이 “중국조선족문학상”에 당선돼 중국조선족 시단의 주목을 받았다. 

"호미문화대전"은 호미곶에서 문화관광 예술의 특수성을 개발하여 문화 예술의 르네상스를 이루고 호미곶이 포항 문학과 예술의 정신적인 중심지로 자리매김 할 수 있도록 함이 목적이다. 그리하여 연호왕세오비 추모제, 국립등대박물관, 새 천년기념관, 화려한 조형물, 상생의 손, 푸른 물결이 넘실거리는 동해바다 등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하여 종합예술제로 거듭나고 있다.

이날 시상식은 김민제님의 화려한 색소폰 독주로 서막을 열면서 활기차게 시작됐고 한국선 경북일보 사장의 발간사와 이강덕 포항시장의 환영사에 이어 이철우 경상북도지사의 축사가 있었다.

이어서 시부문 수필부문 호미문학상, 중국조선족 문학상, 흑구문학상 순으로 발표가 있었고, 진혜인 낭송가의 멋진 낭송으로 호미문학상“앵무새 날리기”와 흑구문학상 “댓돌”을 감상하는 시간을 가졌다.

경북일보에 따르면 국내외 문학인들의 축제인 ‘2023 호미문학대전’에서 황진숙 씨가 출품한 ‘댓돌’이 흑구문학상 대상을, 김단 씨의 ‘못’이 중국조선족문학상 대상을 차지하는 영예를 안았다.

또, 김순애 씨의 ‘뜸 들이기’(수필 부문)가 흑구문학상 금상, 최병규 씨의 ‘앵무새 날리기’(시 부문)가 호미문학상 금상을 각각 수상했다.

31일 호미문학대전 관계자는 ‘2023 호미문학대전’ 심사결과, 흑구문학상 대상과 금·은·동상 등 수필 부문 10편, 시 부문 9편을 비롯해 중국조선족문학상 대상 1편 등 총 20편의 당선작을 선정했다고 밝혔다.

경북도와 포항시가 주최하고 경북일보가 주관, 영일호미수회와 국립등대박물관이 후원하는 이번 호미문학대전에는 수필·시 분야에 국내외 총 2420편의 작품이 응모됐다.

응모 집계결과를 보면 △흑구문학상(수필) 205명 450편 △호미문학상(시) 209명 1054편 △중국조선족문학상(시) 192명 916편이 접수됐다.

흑구문학상 대상을 차지한 황진숙(47·여) 씨는 충북 옥천 출신으로 지난 2016년 7월 ‘수필과비평’을 통해 등단했고, 현재 충남 예산군에서 거주하며 작품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수상식에 참여한, 호미대전 중국조선족 담당자 장경률 삼강포럼 공동대표(우)와 재한동포문인협회 손봉금 수필가(좌)가 중국조선족문학상 수상자 김단시인(왼쪽 두 번째)과 사진을 남기다. 
수상식에 참여한, 호미대전 중국조선족 담당자 장경률 삼강포럼 공동대표(우)와 재한동포문인협회 손봉금 수필가(좌)가 중국조선족문학상 수상자 김단시인(왼쪽 두 번째)과 사진을 남기다. 

□ 2023 호미문학대전 수상자 명단

<흑구문학상-수필>
◇대상
△‘댓돌’ 황진숙

◇금상
△‘뜸 들이기’ 김순애

◇은상
△‘자음놀이’ 김영옥(김진진)

◇동상
△‘띠’ 권보옥 △‘토독 토독’ 김인현

◇가작
△‘청어와 노트북’ 김정화 △‘녹’ 서소희 △‘돌탑 세우기’ 유종인 △‘마늘꽃’ 조남숙 △‘짐새의 하늘’ 이정희

<호미문학상-시>
◇금상
△‘앵무새 날리기’ 최병규

◇은상
△‘꽃피는 서랍’ 연영자(연명지)

◇동상
△‘복어’ 권수진 △‘터’ 김재호

◇가작
△‘다무포’ 박수봉 △‘이른 여름을 이해하는 법’ 박철민 △‘꽃의 발굽’ 홍혜향 △‘고등어 일기’ 윤상용 △‘다음 내리실 역은 사월역입니다’ 박숙경

<중국조선족문학상-시>
◇대상
△‘못’ 김단

아래는 김단 시인의 수상소감이다.  

◇ 수상소감

어쭙잖게 시를 쓴다고 하지만,저는 아직도 시인이라는 호칭이 많이 부끄러운 사람입니다.

저의 시의 첫 독자는 항상 저의 가족입니다.

못을 쓰고 처음 부모님 앞에서 읽어드렸을 때 저의 팔순의 아버지가 눈물을 흘리셨습니다.

그동안 제가 울면서 쓴 시는 있었지만 저의 모든 작품의 열혈팬인 아버지를 울린 시는 못이 처음이었습니다.

빛나는 새 못일 때를 생각한 걸 가 팔 칸 집 한 채 반듯하게 지켜오는 동안 한 눈 팔새도 없이 발톱을 무섭게 박았으리라.

열심히 살고 있는 세상의 모든 아버지들에게 드리면서 부모님과 가족들의 삼복의 더위를 한방에 날려보낼 기쁜 상을 내려주신 경상북도와 포항시, 경북일보, 영일 호미수회와 국립등대 박물관에 감사드립니다.

또한 맘껏 글을 쓸 무대를 마련해 준 재한동포 문인 협회에도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흔들리는 저의 손을 잡아주신 평심 위원 선생님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합니다.
한여름입니다.

포기하지 않는 한 조금 빠르고 늦을 뿐 당신의 여름도 곧 올 거라 믿습니다.

오늘의 이 순간을 계기로 황금의 가을을 향한 힘찬 발걸음을 다짐해 봅니다.

◇ 조선족문학상 수상작품 시



허물기 직전인
텅 빈 창고에서 당신은
고물상도 외면한
망치와 녹슨 못 한 줌을 들고 나오신다

당신의 허리처럼 휜 것이랑
ㄱ자로 꺾인 것들이다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것을
엄마의 푸념 소리는 듣는 둥 마는 둥
당신은 반듯한 돌멩이를 찾으시더니
부실한 못을 망치로 두드리기 시작했다
의식을 치르듯이 경건히 두드린다
흐릿한 두 눈을 한껏 조프리고
요리 살살 조리 쾅꽝
한눈 감고 지긋이 수평도 잡아본다
문드러진 창날까지 조심스레 세워주고
바라보는 눈 귀에 물기가 반짝인다

빛나는 새 못일 때를 생각하셨을까
당신은 못 중에도
제일 크고 단단한 왕못이었다
팔간집 반듯하게 잡고 지키느라
한눈 팔 사이
한숨 돌릴 사이 없이
발톱을 무섭게 박았으리
그리고 온몸으로 막아낸
태풍은 몇 급
폭설은 몇 자
폭우는 몇 미리메터
저 녹 부스러기들은 다 기억하고 있을까

왕못의 꺾인 등허리에 석양이 걸려있다.
 

저작권자 © 동북아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