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을 먹는다는 것은
          

인생을 먹는다는 것은
옷을 하나씩 벗어 버리고
가벼워지는 일이다

인생을 먹는다는 것은
먼지를 씻어 버리고 
깨끗해지는 일이다

인생을 먹는다는 것은
순수한 영혼이 되어 
아름다워지는 일이다

인생을 먹는다는 것은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가
다시 나를 만나는 일이다

문화시대 2022년 1기

 

모래와  바다
                    

바위가 몸부림치던 날 
모난돌로 태어나  
사나운 파도속에 던져졌다

세월의 벽에 부디쳐
상처투성이 되면 
바다는 눈물로 보듬어 준다

썰물에 바다에서 잠들고
밀물에 땅에서 뒹구는
수난의 세월이였다 

억겁의 인내와 아픔에서 
모래는 자세를 낮추는 
지혜를 배웠다

문화시대 2022년 1기


   
이런 날엔 
 

창밖에 보슬비 잔잔히 흐르는
이런 날엔
웬지 내 마음도 촉촉히 젖어 옵니다.
이런 날엔
마음 놓고 그리움에 빠져 보고 싶습니다.

근사하고 조용한 음악이 생각나는
이런 날엔
향기 그윽한 찻잔을 마주하고 
젖어 오는 그리움을 달래 봅니다 
이런 날엔
음악도 그리움에 취해 비틀거립니다 

커피 향기가 사무치도록 그리운
이런 날엔
한잔의 커피에 그리움을 듬뿍 넣어 
그대의 향기에 물들고 싶습니다.
이런 날엔
아예 그리움의 연못에 풍덩 빠져 
그대로 살고 싶습니다

 문화시대 2023년 1기
                       
 

오늘의 노래

 

평온한 하루의 초록빛 대지와
한줄기 해살에도 숨결이 있고

푸르른 잎새의 하얀 떨림에도 
자신만의 이야기가 있다오 

저 하늘 천태만상의 구름이 
무엇을 의미 하는지 그대는 아시나요 

밤하늘에 가로 누워 졸고 있는 별들도 
자신의 일에 열중하고 있다네 

산들 바람의 절묘한 노래에
영혼이 말하는 소리에 귀를 귀울려 봐요

세상은 여전히 아름답고
사랑과 평화는 지치지 않는 노래라오

사람들은 매일마다 밤이 되면 꿈을 꾸고 
태양은 새로운 아침을 깨우며 

문화시대 2023년 1기

 

집 나간 마음 

 

비가 추적추적 내리고
어둠이 슬슬 깊어지건만
집 나간 내 마음 
오늘도 기별이 없다

길 잃은 마음
돌아오지 않은 내 마음들
지금 어느 골목길에서
휘청 거리고 다닐까

저녁 어스름이 밀려들고
가로등 불빛이 
어두운 방을 쓰다듬는다
간만에 빛이 만져진다

모처럼 밝아지는 이 밤에
행여나
집 나간 내 마음도 
빛을 따라 헤엄쳐 오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송화강 2023년4기 


 

불빛

 

저녁이 평상에 내려 앉자
불빛이 어두운 방을
구석구석 쓰다듬어 주고
불 밝은 집에 어둠이 만져진다 

불 꺼진 집들이 
오랜 궁리에 빠져 있는 동안
불빛에 화들짝 놀란 저녁이
빛을 따라 헤엄쳐 온다

젖은 불빛 사이로
밝은 빛이 내게 다가와
비우고 지우고 내려 놓으란다
불빛이 나를 포근이 안아준다
빛에 기대어 잠든 밤이다 

송화강 2023.년 4기


 

장밋빛 그리움

 

마음 홀로 
음악이 되고 시가 되는
늦은 오후
창살 사이로 스며 드는
먼 들바람

들향기 가득 찬 방안에
맑은 그리움이 흐르고
노을 걸린 뒤뜨락에
산비둘기 노래하네 

세월이 무너진 자리
애수에 젖은 노을길
계절이 지나간 늦가을에
찾아온 장미빛 그리움

 송화강 2023년 4기

 

 옛 터
    

몇 십 년 만에
엄마 살던 옛집을 찾았다
동구 밖 고추밭에
돌담은 허물어져 있다

여기가 저긴가 옛터는 보이지 않고
옛 추억만 기억에 고스란히 살아있다
사닙게, 사납게 세월이 지나간 자리에
시들어가는 집초들만 묵상에 잠겨있다

쓸쓸하고 허전한 마음
달랠 길 고이 없어
돌담 위에 그리움 걸쳐 놓고
추억 한잔 한다

허물어진 돌담 위에서            
짹짹거리는 참새의 반주에
이 내 귀형객이 부르는
“황성옛터” 만 처량하다 

송화강  2023년1기

 

숙명
   

 

외진 산골짜기
바람 잠자는 오솔길에
무러무럭 자라있는
이슬에 젖은 숙명의 그림자 

산골짜기 끝머리
억새바람 차가운 한가운데
꿈틀거리는 옛 추억은
옹기종기 이 내 가슴을 채운다

아련한 추억만 소곤대다 
드러누운 그리운 산과 들에는 
떠나기 어려운 그리움만이 
오랜 세월의 자욱 메우고 있다

지극히 어질고 착한 기억
지극히 맑은 영혼의 바람
기적같이 다가온 운명에
침묵을 지켜야만 하는 숙명이 서있다

송화강 2023년 1기

김선애 프로필

1955년 룡정시 출생
길림시 재정학교 졸업
재한동포문인협회 회원
백천전자문학회 회원

저작권자 © 동북아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