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시
 
바람에 흔들리다가
떨어진 잎새 되어
눈길에 밟힐 때
누군가의
가슴에 잔잔한 물결로
남는다면
 

아침

 

햇살이 창문으로 날아들어
강요되지 않은 감정이
탁자위 커피잔에 머무르면
산산이 부서지는 찬 기운
꽂 한 송이로 피어
길고도 짧은 
눈부신 하루가 열린다
 
 

산책

 
간밤 무성했던 외로움을 털고 일어나
아침 산책길에 나서면
푸른 숲 사이로 내미는 
구름 한송이 숨결을 만난다
 
숲자락 헤쳐서
안개 자욱했던 마음 걷어내면
스리스리 풀잎들 스치는 소리
아리아리 새들이 놀란 날개짓도
어두운 긴 밤의 시간도
피어오르는  노을에 물들어 미소짓는다
 

하루
 

발없는 바람
발린타인데이
조간 신문에서 환상에 나붓긴다
 
인내와 욕망의 등불 켜고
채바퀴 돌듯 돌아
 
기우는 석양에
기대여 보는 저녁 다섯시 반
 
 
 퇴근길

 

비속에서 바람은 불고
탈진한 어느 모퉁이엔 외로움이 걸어가고
길가 목련은 소리없이 목놓아 울고 있다
 
하루길에 남아있는  흔적
버리고 지워도  미련뿐
 
 
부평의 달밤

 

달을 품고 있는 어둠
바람끝에 타는 백일홍
마음 변두리를 바장이는 이 밤에
기나긴 그림자는
창에 어리고
아득히 멀어 손길 닿지 않는
그곳에 잠 못이루는 밤빛 흐른다 
 

리초선 프로필

료녕성 단동시 거주
료녕성조선족문학회 회원,재한동포문인협회 회원
2019년 부터 국내 외 문예지에 시 다수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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