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춘

 

입춘이 널어놓은 빨래에 
고드름이 춤추고
나무의 슬픈 멜로디
가슴으로 스쳐간다.

창문에서 들려오는
비파소리 귀전에  울리고
움추린  마음에
붉은 노을이 물든다.

한파에 눈꽃이 날려도
잠자던 벌레들이 꿈틀거리고
입춘이 현을 틩기니
꿈속의 버들개지 춤추네.


 

가을여인 

 

여름이 저물어가는 
언덕 위에서 
이름모를 여인이
가을을  줏는다.
산들바람에 고개 떨구고
속살이 꽉찬 탱글탱글
여문 가을을 줏는다.

세월을 줏는다
살랑살랑 지나가는 
세월은 인생이란 
그릇에 넘쳐난다
이 나이에 세월을 
주어서 행복하단다
타향에서 세월이란 
쉼없이 흘러가는 추억이다.

 

오미자 

 

빠알간 미모에 반해서 
잠간 지나가는 
너의 향기에
오래도록  머물고 싶다.

아침이슬에 반짝이는 
한송이 빨간구슬은 
내 령혼이 끌리는 
그런 야한 얼굴이다.

구름속에  해빛도 
너를 품어본다.
푸른잎만 바라보는 
너 였기에
세월에 빛 바래지 않고  

너 이름은
정열, 좌절 ,달콤, 청순, 푸름이라 부른다.


 

가을아  너 는 

 

가을은 멀쩡한 사람을 
한없이 쓸쓸하게 만든다.
지는 달이 그러하고 
몸에 와 닿는 바람이 그러하다.

나이가 들수록 가을이 주는
상념은 더욱 진하다.
창밖의 진한 풍경에  눈물이 나고 
바라만 봐도 사색이 많아지는 계절

다가오는 것보다 
떠나는 것이 많아서일가
저문다는 것에 대한 
애잔함일까?

대자연의 순환 리치가
어디 이것뿐이야~
젊어을때 젊음인줄 모르고
사랑할땐 사랑인줄 모르고

지나간 인생길 더듬어보면
후회스러운 일도 있지만
돌틈에서 피여난
소담스러운 민들레꽃 보노라면

그래도 성실하게 살아온
나날들에 가슴이 뿌듯하다.
가을비에 젖은 코스모스
품어주는 네가 있어 행복하다.


 

새   싹  

 

긴 겨울 
눈속에 묻혀
애환이 서린

여린 마음으로
버텨온
지난 시간들

움추린
몸짓 하나에
마음이 아련하다.

해빛에 
노출된
환한 미소에

필까 말까
망설여오는
순간이다.


 

힐 링 

 

삼복더위를 피해
시원한 계곡에서
몸과 마음 씻으면 좋겠어.

바쁜 일상을 뒤로 한채
오늘은 자연에
이 몸을 맡겨 두고 싶다.

계곡의 시원한 물로
스테레스로 뭉친
이 몸을 털어내고
 
숲속의 신성한 공기로
내 몸을 정화하고
다시 태여나는 마음으로

일상으로 돌아와
구슬땀 흘리며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구퍼.


 

고향엔 동심이 있다  

 

그리웠어, 고향이 그립고 동년이 
그리워 하얀 구름도 잠간 쉬고 있다.

여름이면 뒤뜰 풍로불에 
감자, 옥수수 삶는 향기에 
무더위  시원히 날려가고

구수한 밥향기, 된장찌개에
서산에 넘어가는  해님이 끼웃거린다.

앞뜰 모기연기에 별들이 깜박이고 
어른들의 이야기 들으며 
내 별은 어디 숨어있나 손꼽아 헤여본다. 

기나긴 여름날엔 동년이 
꿈꿔온 시간들이다. 앞뜰에 
잡초들이 우수수  서산에 해를 잡고 있고

뒤뜰엔 감자, 옥수수향기가 
동년을 붙잡고 있는 그리운 고향집이다.


 

해빛, 바람 그리고 살아가는 이야기

 

뜨거운 땡볕에
풀잎들도 주눅이 들고
더위를 유혹하는
매미들의  높고 낮은 음이 있다.

춤추는 아지랑이 
어쩌다 바람결에 넘어져
불구덩속에서
나오려고 모질음 한다.

꽃들이 몸을 감춘속에
푸른잎들의  재잘거리는 소리
더운 바람에 스치면
눈앞에서 새삼거린다.

이른 새벽
꽃잎에 놓인 이슬방울
해빛에 반짝이면 
살아가는 이야기 시작한다.


 

안개꽃

 

안개꽃 이쁘다
살랑살랑 말하는 모습 이쁘다
보조개에 살짝 무너진다.
향기를 뿜으면 나를 유혹한다.

한마디 진한 롱담에
얼굴에  홍조 띄우며 고개 숙인다.
아직은 잔때 묻지않은 
순진한 마음이다.

이 험한 세상 어떻게 살아가나
그 진실에 마음이 무거워진다.
나를 바라보는 믿음은
아침에 떠오르는 태양보다 뜨겁다

이용길 프로필 

1962년 룡정시로투구진출생
재한동포문인협회 회원
시 수십 수 발표
한국 KBS 방송국 수기 14편 우수상 수상

저작권자 © 동북아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