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재석 사단법인 한국이주동포정책개발연구원 원장(한중삼강포럼 상임대표)

일본은 1910년부터 1945년까지 35년 간 한반도를 식민 통치 했고, 중국 등 아시아 국가를 침략했다. 그러나 일본은 침략의 역사를 직시하지 않고 지금까지 마땅한 반성을 보이지 않고 있다.

최근 <中國新聞週刊> 한국어판은 곽재석 인하대 겸임교수와 인터뷰를 가졌다. 곽재석은 “우리 정부가 ‘과거사에 대한 설명이 없으면 협조하지 않는다’는 식의 양자택일(兩者擇一)의 방식을 취하지 않지만, 일본 정부는 과거사에 대해서 반드시 적절하고 정확한 사과와 반성을 해야 한다”며, “이는 현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일본과의 미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해 더욱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기자: 일본은 1910년부터 1945년까지 한반도를 식민 통치했다. 역사의 원한과 현재의 이익 충돌에 직면하여, 당신은 한국민들이 식민 역사에 대해 희미해졌다고 생각하는가? 

곽재석: 일제 강점기는 일본 제국이 대한제국을 합병한 조약이 체결, 발효된 1910년 8월 29일부터 1945년 8월 15일까지 한반도가 일본 제국의 식민지로서 존속했던 기간을 가리킨다. 나라가 강점당하고 주권을 빼앗겼던 시기 우리 국민들이 어떻게 살아왔는가는 더 말하지 않아도 잘 알려져 있다.  

현재 대한민국에는 대한민국역사박물관, 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관, 서대문형무소역사관, 안중근 의사 박물관 등, 지난 시기 일제의 강점과 탄압에 고통받아오고 항쟁해온 우리의 역사를 고스란히 재현해 놓은 박물관들이 수없이 많다. 이는 대한민국 국민들이 결코 지난 역사를 잊지 않다는 것을 설명한다. 

역사를 잊은 민족은 미래가 없다고 했다. 대다수의 한국 국민들은 결코 그 아픈 역사를 잊지 않고 있다고 믿고싶다. 과거사정리 없이 일본과의 협력은 없다는 흑백논리적 방식도 바람직한 것은 아니지만 과거의 역사에 대해 적절하고 올바른 사과와 반성은 현 정부가 추진하는 일본과의 미래를 위한 협력의 지속가능성을 위해서도 오히려 더욱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기자: 일본이 35년간 조선에 대한 식민통치를 해왔는데  아직도 치유되지 않은 역사적 상처는 무엇인가?

곽재석: 2018년 2차 세계대전 당시 성노예로로 살았던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의 이야기를 소재로 한 영화들이 미국 워싱턴에서 상영됐다. 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군의 성노예로 살았던 피해자 할머니들의 비극적인 삶이 9편의 영화로 소개됐다. 영화제 ‘전쟁 성 폭력-치유되지 않은 상처에 대한 영화’ 개막작이다. 영화는 위안부였던 과거를 평생 숨기며 살았던 피해자 김옥분 할머니가 위안부 피해자라는 사실을 세상에 알리고 증언대에 서기까지의 과정을 그렸다. 이는 “이는 치유되지 않는 역사적 상처”다. 

박준현 국립일제강제동원역사관 학예연구사에 따르면 “강제동원된 한국인들 같은 경우에는 식량이 부족하거나 하루 12시간 이상의 힘든 노동, 사고, 질병 등으로 인한 사망 등 엄청난 피해를 입었는데 당시 한국인 인구가 2천 6백만 명 정, 그 수치로 따지면 강제동원된 규모가 당시 인구의 4분의 1 정도가 된다는 것”을 설명한다. 따라서 “지금껏 해결되지 못한 한일 간의 문제는 바로 '일제 강제동원'을 둘러싼 갈등”이다. 일제강점기 시절에 수백만 사람들이 강제동원돼 가혹한 노동착취를 당해 유가족들이 사과 배상을 요구하고 있지만 일본은 책임을 회피하고 망언을 일삼고 있다. 

기자: 1965년 ‘한일 기본관계 조약’ 및 ‘한일청구권 협정’ 등 일련의 문서로 관계 정상화를 이루면서 일본은 양국의 전쟁배상 문제가 최종 해결됐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지금도 위안부 강제징용에 대한 사과와 배상은 한일관계에 영향을 미치는 핵심 사안이다. 지금까지 풀리지 않은 전쟁 배상 문제의 이면에는 과거사 문제에 대한 한일 양국의 인식 차이가 어떻게 반영되어 있나? 일본의 식민지 역사에 대한 반성과 사과가 충분하다고 생각하는가?

곽재석: 1965년 ‘한일 기본관계 조약’ 및 ‘한일청구권 협정’은 당시 박정희 정부가 “정권의 정당성의 확보와 식민지지배 불법성의 인정과 배상을 이루어냈다는 경제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타결했던 “협정”이다. 

그런데 이속에 “개인 배상 청구권은 사라지지 않았으며, 일본도 개인 청구권이 살아있음을 스스로 보여준” 사례들이 있다. 실제로 일본은 그동안 “보상과 배상, 협력과 시혜(施惠)”를 했다며,경제협력과 국교정상화를 내세우면서 “개인 청구권”을 위의 “조약과 협정에서 최종 해결보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와 관련 한국 대법원은 2012년, 2018년 “1965년 기본조약을 부정하지 않으면서 여전히 남아있는 개인청구권에 초첨을 맞춰 배상의 책임이 남아있는 일본 기업으로 하여금 한국인 징용공에게 배상하도록 판결”을 냈다. 따라서 “이번 정부에서 제3자가 변제안으로 한국 기업이 배상하는 안을 채택한 것은 매우 잘못된 것”이며 “또 이전의 한일조약으로 모든 문제가 끝났다고 호도하는 것은 전형적인 물타기 전략”이라고 비판받고 있다. 

 2009년 야당 민주당 소속으로 일본 정치사에서 처음으로 단일 정당으로 수평적 정권 교체를 이뤘던 하토야마 수상도 2015년 8월 서울 서대문형무소 자리를 방문해 그곳에서 숨진 순국선열 165명의 이름이 새겨진 추모비 앞에 무릎을 꿇었고 "일본이 피해자가 그만두라 할 때까지 거듭 사죄해야 한다"고 말한 바가 있다. 

그러나 하토야마 수상과 같은 일본인은 극히 드물다. 지난해 7월 총에 맞아 죽은 아베 신조는 “전후 세대가 사죄를 계속할 수 없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특히 일본의 극우파들은 1937년의 난징대학살이나 일본군 '위안부' 성노예의 강제동원 사실을 부인까지 했다. “진정성 있는 사죄와 그에 걸맞는 합당한 배상”이라는 절차를 거치지 않고 “하루 빨리 과거를 털어내자”라고 “경제와 안보 협력”을 내세워 물타기를 일삼고 있다. 진정성 있는 사과는 희생자들이 납득할만한 절차를 거쳐 만든 배상을 통한 사과라야 한다고 생각하는 한국 내의 비판의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여야 할 필요가 있다. 

기자: 한반도의 분단은 일본의 패전으로 시작되었다. 남북한의 정치적 분열과 군사적 대치에 대한 일본의 책임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곽재석: 나는 한반도 분단과 전쟁의 근본적인 원인의 거시적인 원인은 미국, 일본 등의 해양세력과 동북아시아지역 대륙세력 간의 충돌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과정에서 이런 세력들에 의해 한반도의 분할안은 여러 차례 논의되었는데 한반도의 운명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은 1905년 7월 러일전쟁의 과정에서 미국과 일본 간에 맺어진 카스라·태프트 밀약이다. 대륙세력의 성장을 억제하려는 해양세력이 일본의 대륙진출 야망을 활용한 것이 본 밀약이며 이를 시작으로 한반도의 식민지배와 분단이 진행되어졌다. 카스라·태프트 밀약은 일본이 조선강점, 그리고 미국은 필리핀 점령을 합의하였고, 이에 일본은 급기야 1905년 11월 을사조약(乙巳條約)을 통해 한국을 식민지화하였다. 그리고 밀약에 근거해 미국은 1910년 병술국치의 한일합방, 기미년의 3.1 독립운동을 철저히 외면하는 등 조선의 주권과 독립을 묵살하였다. 

그리고 긴 식민지 압제를 벗어나서 겨우 한국이 자주독립의 기회를 맞은 그 때에도 미국은 한국의 주권과 이익을 철저히 외면하였다. 대륙세력의 확산을 저지하려는 해양세력의 전략은 제2차 세계대전 전후 처리를 위해 체약한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에도 그대로 나타나게 된다. 이에 샌프란시스코강화조약이 패전국인 일본에 대한 징벌적 조약에서 냉전을 전제로 한 반공조약으로 전환되면서 미국은 한국을 협의 참여나 조약 서명국에서 배제하고 독도를 분쟁지역으로 남기는 등 카스라·태프트 밀약에 담긴 해양세력의 동북아 전략을 지속하여 추구하였다. 한반도 분할에 책임질 일이 없다는 일본의 주장은 역사를 왜곡한 망설이다. 

과거나 지금이나 미국과 일본 등의 해양세력의 대륙진출에 방해가 되는 세력이 한반도에 존재하거나 영향을 미치기를 바라지 않고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 따라서 최근에 북한과 중국을 견제하기 한미일 공조가 급속하게 추진되고 있지만 이들 국가들이 다른 한편으로는 한국을 제쳐놓고 북한과 중국에 따로 접근하려는 이중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것을 한국은 분명하게 인식해야 한다. 

2023년 들어서면서 팀쿡 애플 최고경영자, 빌 게이츠 Microsoft 창업주 등이 중국을 방문하였고 올해 6월에는 국무장관 블링컨이 방문하기도 하였다. 조만간 미국의 러몬드 상무장관도 중국 방문을 예정하고 있다. 블링컨 국무장관은 중국과의  ‘디커플링’에서 ‘디리스킹(derisking)’에로의 미국 정책 선회를 설명하고, 대만문제에 있어서 “하나의 중국” 원칙 및 “대만 독립을 지지하지 않는다”라는 중미 수교 기본 합의를 재천명하기도 하였다. 또한 연간 무역규모가 7000억에 달하는 양국간 경제협력관계의 중요성도 강조하면서 "미국이 합리적이고 실용적인 태도를 취하고 중국과 마주하며 함께 노력”할 것을 촉구하였다. 말하자면 미국과 일본은 대륙세력과의 경쟁과 협력을 적절히 구사하면서 매우 실용적인 국가전략을 추구하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이러한 미국의 움직임에 일본 정부도 중·일 정상회담 성사를 위해 움직이기 시작했고 기시다 후미오 일본 수상도 “중국 방문을 고려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따라서 한국은 냉엄한 국제 세력균형의 충돌점에 위치하고 있는 지정학적인 운명을 잘 인식하고 역사를 반추하여 이념적이고 일방적인 한미일 공조를 추구하기 보다는 스스로의 국가이익을 보전하는 균형잡힌 전략을 추구하도록 해야 한다. 

기자: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의 완전한 복원에 따라 한미관계가 한미동맹에서 3각동맹으로, 한반도를 넘어 아시아태평양 지역으로 확대되는 추세가 뚜렷해지고 있다. 당신은 이것이 한반도의 지정학적 지형도에 어떤 영향을 미친다고 보는가? 미·중 관계가 악화되고 갈등까지 깊어지는 것이 한국의 안보 이익에 부합된다고 생각하는가? 

곽재석: 한미일 3국간의 제도적 협력은 대북정책 조율을 위해 1999년 4월 일명 TCOG, 대북정책조정감독그룹이 설치되면서 시작되었다. 이후 2003년 8월 6자회담이 출범, 한미일 고위급 3자 협의 등으로 진행되면서 협력과 공조를 이러저러한 방식으로 이어왔으나 2019년 일본의 대한국 수출규제로 한국이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을 종료하면서 중단되었다. 잠시 중단되었던 한미일 협력은 윤석열 정부가 들어서서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문제에 대해 한국측이 적극적으로 해소 노력을 보이면서 다시금 정상화의 길에 들어서기 시작했다. 그런데 최근 위싱턴에서의 개최된 한미일 정상회담은 기존의 북한 핵문제 등 한반도 안보 문제 중심의 한미일 협력을 넘어 경제안보와 글로벌 이슈 등 전방위로 협력으로 대폭 확대되는 전기를 마련하게 되었다. 한미일 3국이 공동의 가치규범에 기반하여 한반도와 인도태평양 지역을 비롯한 전 세계의 평화 및 번영을 위해 서로 협력을 강화한다는 원칙을 천명하고, 경제규범과 첨단기술, 기후문제, 비확산 등 비안보적 문제에도 함께 대응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처럼 한미일 정상회담을 통해 한국이 미국의 인태전략에 깊숙하게 연계되면서 한국은 앞으로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만약에 경우에 미중 간에 전략경쟁이 본격화할 경우, 한미일의 해양세력과  북·중·러의 대륙세력 간의 뚜렷한 대결 구도에 직면하여 중대한 국익을 상실하게 되는 딜레마에 빠질 가능성도 있음을 유의해야 한다. 
바이든 정부는 인태지역에서 미일동맹, 한미동맹, 한미일 협력, QUAD 및 AUKUS 등을 활용하여 군사 및 비군사 분야에서 동맹국 및 파트너 국가들과 연대 강화를 추진하고 있고 이를 중국에 대한 억제에 활용하고 있다. 중국 또한 미국의 이러한 ‘중국 포위망’에 대응하기 위해 반미 세력을 결집하고 있어 향후 미중간에 무력 충돌의 가능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문제는 미국과 중국 양국이 대만주변지역에서 군사 공세를 강화하고 남태평양을 중심으로 세력 확장에 나서면서 이에 한국이 휘말려 들어갈 가능성도 매우 높아진 것이다. 이럴 경우 북한의 도발 억제를 포함하여 한반도 상황관리 등의 임무도 가지고 있는 주한미군 역시 미국의 인도평양 사령부 예하부대로서 미국 세계전략의 영향에서 자유로울 수 없으며, 일본 주둔 유엔사 또한 한반도 유사시 파견되는 유엔 회원국 군대의 통제와 지원을 여전히 담당하게 될 것이다. 한국으로서는 의도하지 않은 파국에 직면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도 없다. 미중 분쟁은 우리 서해와 서해안의 전장화(戰場化)를, 중러인 3국 전략협력은 우리 남·동해의 전장화를, 남북한 긴장격화는 남한영역 전체의 전장화를 초래할 리스크를 안고 있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따라서 한미동맹 70주년과 한중수고 30년을 맞은 한국은 목하 한반도에서 벌어지고 있는 미국과 중국 두 세력간의 패권경쟁에서 진정한 자국의 이익을 도모하고 보다 냉철하고 합리적인 전략을 추구해야 할 것이다. 한반도 국제정치환경 변화로 인해 초래될 수 있는 리스크가 어떤 것인지를 미연에 감지할 수 있는 지혜가 필요하다. 각 국가들이 국가이익을 위해 오히려 공포를 기반으로 한 위기시스템을 강조하면서 편가르기를 하는 현 상황에서 오히려 한국의 지정학적 리스크를 베네핏으로 전환하는 전략적인 유연성을 가져야 할 것이다. 이를 통해 서로를 제압하고 억제하는 국제사회보다는 서로의 공동이익을 도모하고 핵심이익을 상호 존중하는 평화로운 국제사회를 만들어 가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곽재석(郭載碩) 프로필 

미국 일리노이 주립대학 박사 (정치학 - 공공정책분석)

현, 법무부 등록 비영리사단법인 한국이주동포정책개발연구원 원장, 한중삼강포럼 상임대표, 인하대학교 겸임교수, 재외한인학회 이사, 국무총리실 재외동포정책위원회 위원, 대통령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자문위원.

전, 법무부 외국적동포과장, 대통령비서실장 수석보좌관(3급).

한중수교 30년의 조선족' 총서 등 3권 발간, 논문 수십편

최근 5년간 매년 10여 차의 학술세미나와 각종 포럼, 정책시사간담회, 북경동계올림픽 지지성원 등 한중친선행사를 진행, 2019년 7월에는 국회의원회관에서 ‘중미무역전쟁’을 주제로 한 학술세미나를 개최. ‘이주와 통합’ 잡지 년간 4기씩 발간, 청와대와 국회, 정부 총리실, 통일부, 문화관광부 등 도합 80여 개 기관과 해당 부문 배송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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