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기식 한중도시우호협회장(서울 미디어대학원대학교 석좌교수)

'2023 타이위안에너지저탄소발전포럼'에 초청돼 지난 9월 5일~8일 산시(山西)성 타이위안(太原)시를 방문했다. 산시성이 지난 2017년부터 개최한 '타이위안에너지저탄소발전포럼'이 올해는 산시샤오허국제회의센터에서 열렸다. 5성급 호텔과 컨벤션센터, 전시장이 함께 어우러진 최첨단 컨벤션지구는 6개월전에 문을 열었다고 한다. 개관후 첫 국제행사인 만큼 성정부의 준비는 철저했다. 참석자들에게 작은 불편도 주지 않으려는 배려가 느껴졌다.

산시성의 명물 도삭면을 만드는 요리사
산시성의 명물 도삭면을 만드는 요리사

글로벌 책임대국으로 자임하는 중국이 환경과 빈곤 등 글로벌 의제에 대해 신경쓰고 있다는 것이 잘 느껴지는 행사였다. 산시는 원래 '석탄의 고향'이라는 별칭이 있을 정도로 석탄이 많이 나는 고장인데 이런 곳에서 세계적인 에너지 환경포럼이 열린다는 것이 놀랍다. 가히 역발상의 지혜가 아닐 수 없다. 이 놀라움과 함께 타이위안 포럼에서 중국과 세계 각국에서 온 수많은 지도자ㆍ기업인들과 대화한 것은 큰 즐거움이었다.

필자가 타이위안시 상무부시장과 6일 오찬을 한 곳은 진츠(晉祠)호텔로 예전부터 산시성 영빈관으로 사용한 만큼 고풍스럽고 품격이 느껴지는 호텔이었다. 마오쩌둥부터 시진핑까지 중국 지도자들이 산시성을 방문하면 이 호텔에 머물렀다고 한다. 이 호텔 중식당에서는 산시성 특미 요리를 여러가지 내왔다. 그 중 우리에게 익숙한 도삭면(刀削麵)도 있었다.

잘 개발된 타이위안시 잉쩌구 종루거리
잘 개발된 타이위안시 잉쩌구 종루거리

중국에는 '한 개의 도시에는 하나의 맛이 있다(一城一味)'라는 말이 있다. 그러면 산시의 맛은 무엇일까? 도삭면을 비롯한 다양한 면(麵) 요리가 아닐까 싶다. 산시성에는 1천여가지의 면 요리가 전해져온다고 한다. 며느리가 시집을 오면 하루 3끼 면 요리를 해도 3년을 해야 할 정도로 면 요리법이 다양하다고 한다. 아침에 일어나 산시TV를 틀으니 면 요리대회(麵食大會)라는 프로그램을 할 정도다. 면에 관해서는 더 말할 나위가 없을 듯 하다. 산시는 석탄의 고향일뿐만 아니라 중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면 요리의 고향이었다.

7일 오전 산시성 정부 안내로 핑야오고성(平遼古城)을 방문했다. 핑야오고성이 위치한 진쭝(晉中)시 핑야오(平遙)현 관계자들이 현지 안내를 맡았다. 핑야오고성은 2800년의 역사를 갖고 있으나, 지금 건물들은 대부분 명청(明淸)시대 건물들이다. 중국에서 가장 원형이 잘 보존된 고성이라고 한다. 또한 주민들이 실제 거주하면서 관광객들을 상대로 장사를 하거나 민박을 운영하고 있다. 그래서 지난 1997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다.

고성 거리를 관광객들이 다니고 있다
고성 거리를 관광객들이 다니고 있다

고성 거리를 걸으면 갑자기 타임머신을 타고 수백년전 명청시대로 돌아간 느낌이 든다. 살아있는 박물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거리에는 산시성 특산인 도삭면을 파는 식당과 식초, 소고기 육포를 파는 점포들의 호객소리가 관광객들을 유혹한다. 천년의 소리가 들리는 듯 하다. 고성은 동서남북의 큰 거리와 관청 건물, 은행 등이 잘 보존되어 있다. 청나라 당시 이곳에 22개의 은행이 있었으니 중국의 월스트리트로 불리어도 손색이 없을 듯하다. 수천년간 잘 보존된 핑야오고성도 과거 일본군의 포격을 받았다고 하니 일본 제국주의의 만행이 새삼 느껴진다. 고성 거리에는 옛날 명청시기의 옷을 입고 다니는 여성들이 많이 보였다. 산시성이 중국 4대 미인 중 양귀비와 초선 등 2명을 배출한 미인의 고장이라는 말이 맞는 듯 싶다.

핑야오고성 전경. 마치 살아있는 박물관을 보는 듯하다.
핑야오고성 전경. 마치 살아있는 박물관을 보는 듯하다.

핑야오고성에 있는 호텔에서 산시성 외사판공실 직원들과 오찬을 했다. 산시성 특색 요리들이 나오고 식사로 도삭면이 나왔는 데 너무 맛이 있어 두그릇을 비우니 동석한 사람들이 놀랍다는 반응이다. 식사후 고성 인근에 있는 쌍림사(雙林寺)에 들렀다. 고성과 함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고풍스러운 사찰이다.

7일 오후 타이위안 시대로 들어왔다. 타이위안시 행정ㆍ경제 중심지인 잉쩌(迎澤)구 자오진핑(趙晋平) 구장의 안내로 종루지에(鍾樓街)를 둘러봤다. 중국 유수의 개발기업과 함께 2년전 베이징 왕푸징(王府井) 거리를 모델로 새롭게 개발한 상점 거리는 젊은이들의 명소로 탈바꿈했다. 스타벅스를 포함한 수많은 다국적 기업들이 입점해 있었다. 이곳에 한국 기업과 음식점이 보이지 않는 게 아쉬웠다. 자오 구장은 한국 기업의 진출을 도와달라는 말을 잊지 않았다. 이런 적극성은 한국 지방정부 관계자들이 배워야할 대목이다.

중국에서 가장 오래된 식당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은 양융셩(楊永生) 타이위안시 외사부주임(왼쪽)과 권기식 회장

타이위안시 외사판공실 양융셩(楊永生) 부주임이 기다리고 있다가 산시성 예술가 모임에 초대했다. 산시성 최고의 예술인들이 모여 여러 서예작품을 써서 기증하는 데 정신이 없을 정도였다. 서예작품 기증식 이후 중국에서 가장 오래된 식당인 칭허위앤(淸和元ㆍ1632년 창립)에 초대돼 산시성 주요인사 20여명과 만찬을 함께했다. 잣만 먹는다는 특별한 양고기 요리는 더없이 맛있었고, 한중 친구들의 우정은 짧은 밤을 재촉했다. 밤은 깊은 데 한중 우호를 위한 덕담은 그칠 줄을 몰랐다. 중국 친구의 마지막 건배사는 '중한우호 전승만대(中韓友好 傳承萬代)'였다. 그들은 내게 마음을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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